[커버 스토리 = 증권업계 신성장전략 : 리테일 활로 찾기]
‘비대면 계좌 급증’에 전용 상품 봇물…발길 줄어든 지점은 ‘복합·대형화’로 진화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증권사 영업의 뿌리인 리테일의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키워드는 ‘비대면 거래’와 ‘통합 솔루션’이다.

소비자들이 증권사 지점을 찾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주식거래를 하거나 펀드에 가입하는 비대면 계좌 거래 추세가 확산되자 증권사들이 비대면 상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온라인에 고객을 빼앗겨 고객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오프라인 지점은 소형 지점의 통폐합을 통해 대규모 오프라인 점포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증권사들은 전문성을 높인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로 차별화를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증권 영업전략 핵심 키워드는 ‘비대면 거래’와 ‘통합 솔루션’
(사진) NH투자증권은 지난 1월 9일 기존 강남 지역의 3개 지점을 통합해 초대형 복합 점포인 'NH금융PLUS 삼성동금융센터'를 개점했다. /NH투자증권 제공

◆ 대세는 ‘비대면’, 증권사 21곳 경쟁

최근 증권가에는 비대면 개설 계좌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전체 개설 계좌 중 비대면 실명 확인으로 개설된 계좌가 78.7%를 차지할 정도다.

시장 반응의 호응에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지난해 2월 비대면 계좌 개설 제도 도입 당시 8곳에 불과했지만 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서비스를 개시한 증권사는 총 21곳이다.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는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실명 확인 등을 거쳐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제도다.

이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키움증권이다. 증권업계에서는 60만 개에 이르는 신규 비대면 계좌 가운데 절반 이상이 키움증권에서 개설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위탁매매 시장에서 추종 불허의 위치를 차지한다. 위탁매매 시장의 20%를 키움증권이 차지하고 있다. 여타 상위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5~8% 남짓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전체 신규 계좌 가운데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해 개설한 계좌 비율이 70%를 넘어섰다. 개별 지점이 없는 만큼 비대면 가입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인 결과다. 제휴 은행을 방문해 계좌를 개설하면 별도 수수료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도 비대면 실명 인증으로 지난해 말까지 9개월 동안 12만8000계좌를 신규 개설했다. 후반 6개월 실적이 첫 3개월 개설 계좌(1만2382계좌)의 10배가 넘는다.

삼성증권·KTB투자증권·대신증권 등도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수수료 무료 혜택, 신용 융자 이용 무료 혜택 등을 내걸며 비대면 개인 고객 유치에 한창이다.

중소형 증권사도 비대면 계좌 개설에 따른 성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점을 직접 찾기 힘든 투자자들이 먼저 비대면 채널을 찾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신규 계좌 가운데 비대면 계좌가 차지하는 비율이 23%까지 올라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000계좌 이상이 비대면에서 나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2년부터 초대형 거점 점포 전략을 도입했다. 2014년까지 전국 32개 지점을 5개로 줄였다. 당시 메리츠종금증권은 지점 수를 줄이면서도 리테일 영업 인력을 대폭 확대하기 시작했다.

◆ 비대면 전용 상품 속속 등장

온라인 전용 상품 등 비대면 실명 인증과 연계한 다양한 전용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이 핀테크 보유 기업 두나무투자일임과 공동으로 선보인 ‘카카오증권 MAP’가 대표 사례다.

삼성증권은 기술 보유 업체와 특허 기술을 제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도 투자 자문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비대 면 실명 인증을 통해 개설한 삼성증권 계좌로 별도 투자 자문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나무(NAMUH)’로 핀테크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상통화로 실명을 확인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다. 신한금융투자는 같은 해 9월 핀테크 기업인 위버플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위버플이 보유한 빅데이터 기반의 금융 리서치 플랫폼인 ‘스넥(SNEK)’을 이용해 투자 리서치 플랫폼, 금융 빅데이터, 분석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모델을 제공한다.

대신증권도 지난해 12월 27일 핀테크를 활용한 고객 서비스를 출시했다. 간편 인증, 통합 업무 알림, 비트코인 입금, 토스(TOSS) 제휴 송금, 대신 상장지수펀드(ETF) 로보 추천 등 5가지 서비스를 총망라했다.

이 밖에 SK증권·유진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은 앞으로 영상통화, 바이오 인증 등으로 비대면 실명 확인 방식을 추가하고 개설 가능 상품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비대면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앞으로 시장의 유입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7일 금융위원회가 법인에 대한 비대면 실명 확인 절차를 마련하고 계좌 개설 업무를 허가함에 따라 법인 영업도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가 하면 대형화 바람이 증권가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기존 증권사 지점 3~4곳을 통폐합해 100명 내외의 직원이 상주하는 형태의 대형 지점에서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형 지점이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로 특화하는 것도 특징이다. 인터넷 금융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증권사 지점에서 주식거래 중개나 금융 상품 판매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가장 먼저 대형 센터를 선보인 곳은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4년 5월 초대형 거점 점포 전략을 실행에 옮기면서 전국 20개 지점을 5개 초대형 센터로 개편한 바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점포 대형화는 리테일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고정 경비 절감 차원에서 이뤄졌다.

◆ 점포 통폐합, 복합·대형화 경쟁

메리츠종금증권은 강남금융센터·광화문·여의도·도곡·부산 등 대형 점포 7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강남센터 약 300명, 선릉점 240명, 가장 최근 오픈한 도곡지점에서 40~50명 정도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지난 1월 9일 초대형 복합 점포 ‘NH금융PLUS 삼성동금융센터’를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6층에 개점했다. 테헤란로WMC·GS타워WMC·한티역지점 등 기존 강남 3개 대형 지점을 통합한 삼성동금융센터는 오는 2월 농협은행을 입점시켜 강남 지역 초대형 거점 점포로 활용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에 개점한 삼성동금융센터와 NH금융PLUS 광화문금융센터, 여의도에 있는 NH금융PLUS 영업부금융센터 3개의 초대형 거점 점포를 갖추게 됐다. 상주직원은 60명 선이며 증권과 은행 기능을 통합한 복합 점포도 총 11개로 확대했다.

가장 많은 고객 예탁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삼성증권은 지난해 12월 13일 강북금융센터(을지로 교원내외빌딩), 강남금융센터(남부순환로 군인공제회관빌딩), 삼성타운금융센터(서초동 삼성타운) 등 지점별로 직원 100여 명이 배치된 대형 점포 3곳을 선보였다.

강북금융센터는 종로·명동·영업부가, 삼성타운금융센터는 갤러리아·서초·삼성타운점 등이 통폐합됐다. 전체 지점 수는 기존 72개에서 68개로 줄었지만 지점 인원수는 더 늘었다.

삼성증권은 이번 점포 대형화에 ‘멀티 컨설팅’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기존 지점은 프라이빗뱅커(PB)와 일대일 상담 방식이었지만 ‘멀티 컨설팅’은 원스톱으로 PB, 법인 전담, 세무·부동산 전문가들에게 토털 자산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멀티플렉스형 센터에는 개인 고객은 물론 법인 고객도 겨냥해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담존과 고객 초청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대형 세미나실, 입출금을 처리하는 업무존 등을 추가했다.

PB, 법인 전담 릴레이션십 매니저(RM), 세무·부동산 등 전문가와 IB·CPC전략실을 비롯한 팀 방식의 토털 자산 관리를 지향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도 신채널 IWC (Investment Wealth-Management Center)를 통한 대형 지점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1월 말 강남구에 IWC3를 오픈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 강남과 여의도, 경기도 판교,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7곳에 IWC를 만든다. 지점 최대 인원으로 400명이 배치될 수도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오는 2월 선릉지점·삼성동지점·대치금융센터·대치역지점을 통폐합해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대형 점포를 신설한다. 하나금융투자의 ‘메가점포’ 플랜의 일환으로 업무 효율성과 비용 절감에 방점을 뒀다. 4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여의도 본사 1층에 영업부와 여의도PB센터를 통합해 원스톱 자문센터를 지난해 12월 오픈했다. 이 역시 PB센터와 연계한 부동산·세무·법률 등의 자문을 할 수 있다. 복합 점포 전략을 상당 부분 진행하고 있는 KB증권 역시 초대형 점포 대형화를 검토하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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