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계 더 성장 위한 ‘파격 조직개편’…신성장 산업 본격 드라이브
권오준號 ‘포스코 시즌 2’ 혁신을 시작하다
(사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2월 7일 열린 리튬 생산 공장(PosLX)준공식에서 초도 생산된 탄산리튬 최종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포스코 제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자마자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년간 자신이 추진해 왔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수익률 중심의 제품 구성만으로는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시즌 2’를 맞이한 권 회장은 기존 방식에 더해 또 다른 포스코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경영 스타일부터 확 바꿨다. 2013년 처음 회장 자리에 올랐던 권 회장은 ‘변화’보다 ‘안정’을 도모했다.

대표적 사례가 당시 회장을 놓고 경쟁한 김진일 철강생산본부장(사장)과 잠재적 회장 경쟁자로 꼽혀 온 황은연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사장) 등과 동거 체제를 선택한 것이다.

◆ 과감한 쇄신…오인환 사장 ‘2인자’로

하지만 이번 시즌 2에서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선택했다. 권 회장은 연임이 결정된 1월 25일 이후 1주일 만인 2월 2일 첫 임원 인사를 통해 김진일 사장 퇴임과 황은연 사장의 포스코인재창조원 대표 발령을 발표했다.

포스코인재창조원 대표 자리는 그동안 전무급이 맡아 왔던 자리로 황은연 사장이 사실상 한직으로 밀려난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숙청이 시작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포스코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 인사 발표는 조직 쇄신 차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권 회장이 이끌어 온 지난 3년 사이 한 지붕 아래 3명의 잠룡이 거주하면서 줄 서기 문화와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이 존재해 왔고 이것이 조직의 결속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런가 하면 이번 인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철강 사업 중심의 포스코 운영을 책임지는 COO(철강부문장) 체제를 도입한 점이다.

기존 철강 부문의 운영은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책임 경영하고 권 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비철강 부문 개혁 등에 집중한다는 것. COO 체제 도입은 권 회장의 둘째 임기 숙제인 차기 경영자 훈련 과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권오준號 ‘포스코 시즌 2’ 혁신을 시작하다
(사진) 포스코 철강 사업을 총괄하는 철강부문장에 선임된 오인환 사장. /포스코 제공

COO는 오인환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게 됐다.

오 사장은 1958년생으로 경북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제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포스코에 입사해 포항소주기차배건제조유한공사 법인장과 포스코 자동차강판판매실장 등 포스코 내 주요 요직을 거쳐 포스코P&S 전무이사, 포스코 마케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오 사장이 포스코의 핵심인 철강 사업을 책임지게 된 것은 포스코가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자동차 강판’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 사장은 국내 철강업계에서 ‘자동차 강판 수출 시장의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쑤저우에 있는 최초의 자동차 강판 전용 가공센터 포스코CSPC 초대 법인장을 지내며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수요 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 비철강 산업 박차, ‘리튬 공장’ 준공

권 회장이 주력하고 있는 신성장 산업인 비철강 산업 육성도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렸다. 지난 2월 7일 국내 최초의 ‘리튬 생산 공장(PosLX)’을 광양제철소에 준공하고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돌입한 것.

포스코는 이번 리튬 생산 공장 준공으로 연간 2500톤의 탄산리튬을 이차전지용 양극재 제작 업체인 포스코ESM과 이차전지 업체 LG화학 및 삼성SDI에 공급할 예정이다. 2500톤의 탄산리튬은 약 7000만 개의 노트북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그동안 국내 이차전지 제작 업체들은 국내 리튬 공급사가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지만 이번 포스코의 리튬 생산으로 원료 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또한 리튬 생산 공장에 사용되는 원료인 인산리튬을 폐이차전지 재활용 업체로부터 공급받아 환경 이슈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지난 1월 폐이차전지에서 추출한 인산리튬으로 초도 생산한 탄산리튬을 시험 평가한 결과 입도와 순도, 충방전 효율, 용량 등 품질 기준에서 기존 제품과 동등한 수준인 것을 확인했다.

포스코의 리튬 추출 기술은 화학반응을 통해 염수에서 인산리튬을 추출한 후 탄산리튬으로 전환하는 공법으로, 평균 12개월에서 18개월 정도 소요되는 기존 자연 증발식 리튬 추출법 대비 최단 8시간에서 길어도 1개월 내에 고순도의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포스코는 이 방식을 바탕으로 향후 해외에서 염수의 원산지인 염호를 확보해 인산리튬을 독자 생산할 계획이다.

리튬 회수율도 기존 30~40%에서 80% 이상으로 높아졌다. 리튬 순도도 99.9%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고 수산화리튬·칼륨 등 고부가 제품의 병행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포스코는 리튬 추출 관련 100건 이상의 국내 및 해외 특허를 출원했다.

최근 모바일 제품의 지속 확대로 리튬이온 이차전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 배터리용 탄산리튬 수요는 2002년 6000톤에서 2015년 6만6000톤으로 성장했고 향후 전기자동차 및 에너지 저장 장치(ESS) 확산을 고려하면 2025년에 18만 톤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리튬 생산 공장을 기점으로 국내외 연 4만 톤 생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리튬 생산 기지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방침이다.

권오준 회장은 “많은 제약과 난관을 딛고 결실을 보게 된 것은 미래 성장 상업에 대한 비전과 열정이 뚜렷했기 때문”이라면서 “배터리용 리튬은 물론 양극재용 고순도 니켈, 양음극재 개발 등 에너지 소재 산업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미래 신성장 산업을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