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MS·구글 등 ‘공룡’에 네이버·카카오·알서포트 등 토종 기업까지 각축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 ‘따르릉♪’ 토요일 오전 11시. 정부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기러기 아빠’ 이진성(가명) 사무관이 5일 만에 상경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간, 상사로부터 문서 파일을 급히 전송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기존 로컬 PC 기반의 환경에선 보안 USB를 사용하거나 이마저 없으면 다시 세종청사로 복귀해야 했을 일.
하지만 이 사무관은 즉각 집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 클라우드 저장소에 접속(로그인)해 세종청사 사무실의 PC에 있는 업무 자료를 전송했다. “자료 클라우드에 올려뒀습니다.”
상사가 이를 받아보기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스마트 워크’가 가져다준 업무 혁신이다.
◆핵심 기술로 각광…업무 환경 ‘새바람’
스마트 워크가 노동자 삶에 스며들고 있다. ‘클라우드’, ‘원격 기술’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두되는 기술 발달이 이를 뒷받침하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근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이른바 ‘인구 절벽’ 시대를 맞아 숙련된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한 스마트 워크 도입 움직임이 국내외 산업계 전반에 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스마트 워크의 핵심 기술인 클라우드, 협업 도구, 화상회의, 원격제어 등이 각광받고 있다.
관련 솔루션(서비스)을 제공하는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따라 신규 서비스와 시스템·기기 등을 내놓으며 업무 환경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고순동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사장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MS 제공
◆클라우드 솔루션, 공공 부문 수요 급증…2조원대 시장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는 인터넷상 일종의 가상 데이터 서버에 프로그램을 두고 그때그때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에 불러와 사용할 수 있는 웹 기반의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말한다.
이동 근무자나 재택근무자에게 문서의 저장·인출·전송 등의 작업을 용이하게 해 스마트 워크를 위한 핵심 솔루션으로 통한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대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55.2% 성장했다. 2018년에는 2조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클라우드 돌풍의 중심에는 정부가 있다. 공공 기관의 지방 이전을 확대하면서 직원들의 유연근무를 돕기 위해 선제적인 클라우드 도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21년까지 클라우드 선도 국가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2018년까지 공공 기관(1만3064곳) 40% 이상이 ‘클라우드’를 쓸 수 있도록 하고 민간 부문 클라우드 이용률을 3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시장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IBM 등 글로벌 ICT 공룡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오라클 등이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다. 국내에선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KT와 LG CNS 등 이동통신사와 시스템 통합(SI) 업체들이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사진) 카카오의 기업용 협업 솔루션인 '아지트'. /카카오 제공
◆기업용 협업 솔루션, 대면 보고 대신 시간·비용 절약
유연근무의 확산으로 직접 만나 회의하는 대면 보고가 줄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서비스도 뜨고 있다. 기업용 협업 도구와 화상회의 솔루션 등 통합 커뮤니케이션(UC)이다. UC는 시간과 비용 절약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기업용 협업 도구는 이용자 간 일정 관리는 물론 호출 기능, 영상통화 등의 메신저 기능이 포함됐다. 페이스북·구글·네이버·카카오·이스트소프트 등 국내외 ICT 기업이 이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슬랙·MS·세일즈포스 등이 강자로 군림하고 있고 페이스북이 지난해 업무용 협업 애플리케이션(앱)인 ‘워크플레이스’를 선보이며 시장에 발을 들였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자사 커뮤니케이션 툴인 ‘아지트’를 조직 간 업무 협업에 최적화한 형태로 개선해 출시했다. 글 작성 시 ‘@멤버 아이디’로 알림을 보낼 수 있는 멘션 기능이 특징이다.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기업용 협업 서비스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서비스 개선을 지속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보다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올 2월 기업용 협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인 웍스모바일의 서비스 브랜드를 ‘라인웍스’로 변경했다. 메신저 서비스 ‘라인’과 웍스모바일의 기업 협업 서비스를 결합해 동반 성장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라인 메신저 연계를 통해 기업 이용자와 일반 이용자 간 협업이 가능해진 것이 특징이다. (사진) 알서포트의 화상회의 솔루션인 '리모트미팅'. /알서포트 제공
◆화상회의 솔루션, 재택근무 뜨는 일본에서 관심 확대
화상회의 솔루션도 대면 보고의 대안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MS의 ‘기업용 스카이프’와 시스코의 ‘웹EX’가 이 분야에서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이 ‘아마존 차임’이란 브랜드의 신제품 3종을 발표하며 화상회의 솔루션 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 밖에 토종 기업 알서포트는 화상회의 솔루션인 ‘리모트미팅’을 통해 재택근무(일본식 ‘텔레워크’)가 늘고 있는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리모트미팅에 자사의 원격제어 솔루션인 ‘리모트뷰’와 원격 지원 솔루션 ‘리모트콜’을 협업하면 승산이 있다는 전략이다.
이주명 알서포트 B2B마케팅 팀장은 “일본은 인구 절벽에 따른 생산량 감소를 막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나서 텔레워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일본에서 500건의 상담 중 90%에 달하는 420건이 ‘텔레워크에 서비스를 어떻게 도입할 수 있느냐’일 정도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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