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
근시안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 융합 인재로 성장하도록 교육 패러다임 바꿔야

[한경비즈니스 칼럼 =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 영상학부 교수] 조직 관리론의 역사가 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더글러스 맥그리거 교수의 ‘X-Y 이론’은 지금도 인간 유형에 대한 중요한 쟁점을 제공한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인간 욕구 단계설 분석을 통해 높은 수준의 욕구에 기반을 둔 Y이론을 제시한 맥그리거 교수는 지도자(리더)는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인간관에 기반을 둬 조직원에게 고차원적인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도록 더욱 명확하고 큰 목표와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개인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인간의 본성이 오락이나 휴식처럼 일을 즐기려 하고 스스로 목표를 향해 전념하며 사회적 욕구나 자아실현 욕구가 중요한 동기라고 밝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인재상은 ‘창의성’ 기반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의 인재상도 바로 Y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잠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지금 우리는 과거 산업화와 정보화를 뛰어넘는 디지털과 바이오산업·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 혁명 시대인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의 인재상과 정보화 시대의 인재상이 다르듯이 정보화 시대의 인재상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가올 미래는 인간 개개인의 창의성에 기반을 두고 이미 잘 발달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핵심 가치로 삼아야한다.

이런 음직임의 일환으로 대학도 학과를 재조직하고 교과과정을 새롭게 개편하는 등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에 인문학의 역할을 더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공학과 인문학 간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은 하나의 학문 분야만 연구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 분야와 같은 소프트웨어 비전공 학생을 융합 인력으로 키운다는 목표로 소프트웨어 복수 전공 또는 부전공 프로그램 선도 대학을 선정하기도 하고 소프트웨어 분야와 인문과 사회 그리고 예술 분야 등 학문 간 융합 촉진을 통한 미래 소프트웨어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개방형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과정 선도 대학을 뽑아 수십억원대의 예산을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융·복합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미래를 대비하는 적절한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꿈을 이뤄 나갈 수 있는 준비 과정으로 서로 다른 전공들을 잘 융합하면서 자기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려는 시도는 올바른 방향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소프트웨어 기반의 융·복합 사업 추진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지는 몇몇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가령 현재 인문학 경시 풍조가 만연한 한국의 환경에서 테크놀로지와 인문학의 융합을 강조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적일까. 인문학 관련 학과가 폐과 내지 통합되면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은 얼마나 모순적인가.

또한 비전공자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인문학 또는 사회과학 전공자들이 소프트웨어 강좌를 6개월에서 1년을 배운다고 이들이 융합을 이해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일까.

◆국내 융·복합 사업 미국서 배워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증유의 길을 걷는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해결책을 미국의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프로그래밍 교육 웹사이트 ‘코드닷오알지(code.org)’의 사례를 통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2012년 8월 설립돼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일조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인 코드닷오알지는 모든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주장의 실천적 내용으로 컴퓨터 수업이 수학과 같은 수업처럼 개설돼야 한다는 것을 짧게는 향후 5년, 길게는 17년 뒤에 미국 사회가 직면할 다양한 상황을 통계자료를 통해 설득하고 있다.

코드닷오알지는 소프트웨어 업종에서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데 성별이나 인종, 지역이나 소득수준 등을 구분하지 않는 다양성의 가치를 근간으로 코딩을 익혀야 하며 코딩이 필수 과목이 돼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코드닷오알지가 시작부터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단체의 공동 설립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와 정보기술(IT) 산업 분야의 유명 인사인 하디 파토비, 알리 파토비 형제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수의 창업을 시도한 것은 물론 스타트업 투자에 성공한 기업가이자 투자자다.
4차산업혁명 주인공 ‘코딩과 인문학’
이들이 코딩 캠페인을 시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IT 관련 회사와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와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대중적으로 유명한 연예인들이 함께 참여하며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특히 ‘하루에 코딩 한 시간 하기(hour of code)’ 홍보 동영상에 빌 게이츠 같은 IT 거물이 출연하기도 했는데, 2013년 12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등장하면서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인식시켰다.

이후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각종 인터뷰와 연설을 통해 “모든 미국 학생들은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컴퓨터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기금 40억 달러(약 4조4000억원)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까지 컴퓨터학과 관련된 새로운 노동 수요가 120만 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코딩 교육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코드닷오알지의 노력은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 단체가 시행하는 ‘하루에 코딩 한 시간 하기’ 캠페인에 참여하는 지역이 비단 미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코딩 교육이 범지구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과 우리의 미래가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을 보여준다. 현재 코딩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나라들은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유럽, 호주·인도·브라질 그리고 중국의 대도시 들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 등 전 세계적인 흐름을 보인다.

그중 미국과 유럽 지역의 활동이 가장 뚜렷한데 현재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IT 관련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에 많이 치중돼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코딩 교육으로 그 위상을 다음 세대까지 유지해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 주인공 ‘코딩과 인문학’
◆교육으로 창의 융합형 인재 육성해야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게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소개했다.

이 교육과정의 핵심은 더 이상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지 않는 통합 과정으로 바뀐다는 것과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지정한 것이다.

2018년도부터 고등학교는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없어지고 초등학교에서는 17시간을 실과 과목의 일부로, 중학교에서는 34시간을 ‘정보’라는 이름의 독립 필수 과목으로 코딩 교육을 하게 된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은 일반 선택 과목으로 채택됨으로써 앞으로는 모든 학생이 코딩을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둘째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다. 2011년 3월 애플이 새롭게 출시하는 ‘아이패드 2’를 소개하며 발표의 마지막에 남긴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기념비적인 명언은 이제 일반인에게도 익숙하게 됐다.

“테크놀로지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테크놀로지는 인문학과 함께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 말은 공학적 관점과 하드웨어 기반의 테크놀로지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그의 대학 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대학 시절 철학을 전공했다. 비록 한 학기 만에 중퇴하기는 했지만 중퇴 후에도 많은 교양 수업을 청강하며 특히 서체(calligraphy) 공부에 몰두했다. 잡스는 첫 매킨토시를 만들 때 유려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선보이게 된 계기가 바로 대학 때 배운 서체의 영향이라고 회고했다.

저커버그 CEO도 인문학과 떨어질 수 없는 사람이다. 하버드대 재학 당시 그의 전공은 컴퓨터과학과 심리학이었다.

정신과 의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심리학을 전공한 이유를 “사람들이 가장 흥미를 갖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사람에 대해 연구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배경을 통해 저커버그 CEO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임을 알게 되고 ‘보다 열려 있고 서로 연결된 세상을 만든다’는 미션을 갖는 페이스북을 만들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초연결·초인공지능의 시대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산업 각 분야에서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닌 창의·협업·도전·윤리와 같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태도와 행동이다.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창의, 지식을 더욱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협업, 지식을 활용해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어 보려는 도전, 지식을 활용하되 인간을 위한 결과물이 나와야 함을 배우는 윤리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가치는 삶의 다양한 경험과 인문사회학적 교양이 충분히 함양돼야 성취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가치는 코딩 등을 통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상상을 현실화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앞으로 모든 학생들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과학기술에 대한 학습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 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프로그래머이고 인문사회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