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브랜드에 인간미를 입히고 고객이 브랜드 옹호자가 되게 하라
‘마케팅 위기론’에 대처하는 기업의 자세
(사진) 리츠칼튼은 아이의 애착 인형이 즐거운 휴가를 보냈다는 증거로 사진을 찍어 인형과 함께 소포로 보냈다. /리츠칼튼 공식 사이트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얘기가 최근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다. 물론 마케팅적으로 만들어진 과장된 얘기이거나 거품이라는 말도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으로, 미국은 어떤 명칭도 없이 조용히 잘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만 호들갑이라는 얘기다. 이 얘기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분명 인공지능(AI)로봇·빅데이터·증강현실(AR)·가상현실(VR)·3차원(3D) 프린트와 같은 기술은 이미 현실이다.

우리가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그것 자체는 소비자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마케팅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마케팅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1차, 2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화, 전기에너지를 통한 대량생산 혁명이었다면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 정보 혁명으로 보고 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과 사이버물리시스템(CPS), 인공지능 등에 의한 ‘사물 초지능 혁명’으로 정의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매력에 대해 “IoT와 소셜 미디어 등으로 인간의 모든 행위와 생각이 온라인의 클라우드 컴퓨터에 빅데이터의 형태로 저장되고 인공지능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원할 것 같은, 그들도 인식하지 못하는 숨겨진 욕망을 추적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을 기능적으로 볼 때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 이를 충족해 주기 위한 기업의 제반 활동이라는 점을 보자. 소비자도 모르는 숨겨진 욕망을 파악해 소비자가 요구하기도 전에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어떤 마케팅이 필요할까.

◆ 핵심은 ‘시장’ 보다 ‘개인’

마케팅은 개인이 모인 집합의 마켓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 그 마켓에 대한 기업의 의도적 활동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효율성을 전제로 한 개인의 집합인 마켓보다 개인 하나하나의 만족이 중요하고 또 기업이 아닌 개인의 주도성이 중요해지는 시대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마케팅의 개념은 일정 부분 그 의미를 상실한다고도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연결성의 시대다. 페이스북은 16억5000만 명의 사람들이 연결돼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연결되기 위해서는 6단계를 거친다고 했는데, 지금은 1~2단계만 거치면 서로가 서로를 알 정도로 우리는 연결된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의 리서치그룹 가트너는 IoT와 클라우드 인공지능으로 2020년에는 약 208억 개의 기기가 연결될 것이라고 했다. 사람과 기계의 연결, 가상과 현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조직과 비조직을 연결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그 연결의 폭과 깊이가 훨씬 더 촘촘해질 것이다.

이러한 연결은 개인을 훨씬 더 포용적으로, 수평적으로, 사회적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즉 개인은 혁신과 새로움에 대해 훨씬 더 수용적이고 기업의 얘기보다 친구 등 주변 커뮤니티의 얘기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나우(now)의 시대에 산다. 그들은 기업에 대해 즉각적으로 요구하고 즉각적으로 대답 받기를 원한다. 불만과 만족도 즉각적으로 투명하게 공유된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 조사에 따르면 사람의 주의지속시간은 8초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00년에는 12초였지만 최근의 스마트폰과 연결된 세상의 끊임없는 자극들로 4초 줄었다고 한다. 참고로 금붕어의 주의지속시간은 9초다.

이런 즉각성의 시대에 기업은 매 순간 어떻게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소비자의 주의를 지속할 수 있을까.

◆ 고객 만족도 높이는 ‘옴니채널’ 활용하라

모든 사물의 지능화로 촉발된 하이테크에 대한 반작용으로 소비자들은 하이터치(감성)에 대한 갈망의 시대를 산다.

미국의 미래학자 폰 네이스비츠는 그의 저서 ‘메가 트렌드’에서 하이테크와 하이터치 현상을 소개하면서 고도의 기술이 도입되면 될수록 그 반동으로 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함이 유행된다고 했다.

이런 ‘연결성의 시대’, ‘즉각성의 시대’ 그리고 ‘감성의 시대’에 마케팅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과정이기에 현재 진행형(ing)이 붙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의로부터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브랜드·고객·채널이다.

브랜드는 인격을 가져야 한다. 2015년 구글은 수천 편의 유튜브 트루뷰 광고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시청자들이 건너뛰지 않는 동영상의 특징을 밝혀냈다.

시청자들은 5초가 지나면 건너뛸 수 있는 트루뷰 광고에서 인간의 얼굴, 이야기 그리고 약간의 애니메이션이 있는 동영상들을 끝까지 시청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얼굴과 이야기가 필요하다. 브랜드는 생각·감정이 있는 온전한 인간으로 고객에게 접근해야 한다. 브랜드는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정직해야 한다. 또한 결점을 인정하고 완벽해 보이려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마켓 4.0’에서 6가지 얼굴을 얘기한다.

인간의 성격과 같은 6가지의 얼굴은 사람의 신체적 매력과 같은 물리성, 혁신적인 지성, 고객과의 대화를 경청하는 사회성, 고객과 동일한 페르소나를 공유한 배달의 민족과 같은 감성, 자신의 사업 활동에 따른 환경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 파타고니아와 같은 인격성, 윤리적이고 강력한 성실함을 보여주는 도덕성 등이다.

브랜드는 이러한 인간의 얼굴을 기반으로 전염성 강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전염성이 강한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브랜드와 연관된 독특한 주제를 찾아야 하고 고객이 브랜드와 처음 접촉하는 순간 고객의 호기심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된 시대에는 고객들에게 옴니채널의 통합된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

아마존은 2015년 11월 시애틀에 첫 오프라인 서점을 오픈하고 온라인에서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했다. 아마존은 별점 4.0 이상의 인기 서적을 ‘표지 중심의 전시’와 ‘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 ‘온라인과 동일한 가격’이라는 타이틀로 판매했다.

온라인 안경 판매 전문점 와비 파커는 소비자가 자신의 시력과 눈 사이의 거리를 재는 것이 번거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아마존과 와비 파커와 같은 온라인 거인들이 왜 오프라인에 진출했을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이들을 다시 온라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조사 결과 옴니채널을 통해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단일 채널을 통해 매수한 사람들보다 30% 더 높은 생애 가치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은 여러 가지 옵션을 가지고 있고 원하는 바로 그때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으면 더 높은 몰입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 고객의 옹호 이끌어 내려면 감동을 줘라

4차 산업혁명은 연결성을 강화할 것이고 고객들은 점점 더 모바일 기기에 의존하고 채널의 성격에 상관없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끊임없이 이동할 것이다. 당연히 온·오프라인은 끊어지지 않고 매끈하고 지속적인 경험이 요구된다.

옴니채널 방법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전체로 매끄럽게 통합되거나 뉴욕 메이시스백화점의 위치 기반 서비스 숍비콘 프로젝트처럼 고객이 백화점을 다니면서 타깃화한 제품 정보를 받는 등 온라인에서 누릴 수 없는 경험을 보완해야 한다.

또한 테스코의 가상 매장처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의 경험을 보완해 주는 방법도 진행하게 될 것이다. 어떤 형태가 됐든 소유가 아닌 경험이 중요해질 것이고 그 경험은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돼야 한다.

고객 참여와 옹호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결성이 강화된 시대의 기업들은 고객의 즉각적인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없고 매번 제대로 반응할 수도 없다. 또한 기업의 반응과 메시지는 그렇게 효율적이지도 않다.

기업들은 각각의 커뮤니티에서 고객들 스스로가 브랜드 옹호자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이 지금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은 고객의 옹호를 높이기 위해 친밀도를 높여야 한다.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판매 이후가 중요하다.

브랜드는 구매 후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접점을 늘리고 정기적인 상호 접촉 외에 더 많은 접촉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브랜드는 하이터치와 하이테크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

리츠칼튼호텔은 인간적 접촉으로 유명하다. 봉제 인형을 놓고 온 아이를 위해 인형을 보내주면서 인형이 휴가를 보내는 사진을 동봉해 보냄으로써 고객에게 감동을 줬다.

나이키의 플러스 런 클럽 애플리케이션(앱)처럼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의 경험을 강화하거나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처럼 보상을 통해 고객의 참여와 친밀도를 강화할 수도 있다.

디지털 시대 연결성과 소셜 미디어의 힘으로 옹호의 힘은 증폭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의 마케팅은 인간의 얼굴을 한 브랜드가 옴니채널의 대체 불가결한 경험을 통해 고객의 브랜드에 대한 옹호를 이끌어 낼 수 있게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