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경영으로 변화와 혁신 주도…저성장 위기 속 해외·자회사 수익 확대 방점 (사진)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IBK기업은행
[한경비즈니스 = 정채희 기자] 지난해 12월 28일 IBK기업은행에 새 닻이 올랐다. 신임 행장이 이끄는 ‘김도진호(號)’의 출항이다.
김 행장은 1985년 입행 후 지난 32년간 은행 내 요직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이자 ‘전략통’으로 통한다. 김 행장이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주요 키워드 다섯 개를 통해 김 행장이 그리는 IBK금융그룹의 청사진을 펼쳐봤다. 김도진 행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제25대 IBK기업은행 행장에 오르며 앞으로 임기 3년의 약속을 원고지 30장에 담아 공표했다. 그의 취임사에는 어떤 약속이 담겨 있을까. 취임사에 쓰인 1135개의 낱말 중 주요 키워드 20개를 무작위로 뽑아 사용 빈도수를 조사했다. 이 중 해석에서 유사 의미를 가진 단어를 공통으로 묶어 ‘김도진의 톱5 키워드’를 분석했다.
◆김도진의 키워드 하나 고객의 목소리, ‘현장 경영’
“앞으로 저의 의사결정 기준은 딱 두 가지, 고객과 현장입니다.” 김 행장의 취임사에서 가장 높은 빈도수를 차지한 것은 현장 경영이었다. 이를 의미하는 키워드인 ‘고객’이 14회, ‘현장’은 4회, ‘목소리’ 1회로 총 19회 등장했다. 그는 “책상 위에 올라오는 보고보다 고객과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끊임없이 현장을 누빌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듯 행장으로서의 첫 행보도 현장 방문이었다. 올 1월 2일 김 행장은 시무식을 대신해 그가 과거 개설점포의 지점장으로 발령받아 2년여간 근무했던 인천지역 영업점 방문을 선택했다. 은행 측은 “김 행장이 영업점 직원을 격려하고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고객과 현장 중심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으로의 발걸음은 첫날에 그치지 않았다. 취임 이후 평일 서너 차례 현장 방문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임기 3년간 전국의 650여 개 지점을 전부 다 도는 것이 목표다.
◆김도진의 키워드 둘 저성장·저금리, ‘위기’
“삼류는 위기에 무너지고 이류는 위기를 극복하고 일류는 위기로 발전합니다.” 김 행장을 현장으로 발을 돌리게 만든 원동력은 위기의식이다. 그의 취임사에서도 위기는 여러 차례 등장한다. ‘위기’는 9회, 위기의 주원인인 ‘저성장’은 2회 등장했다. 김 행장은 저금리·저성장의 장기화, 핀테크와 인터넷 뱅크, 개인 간 거래(P2P) 등 새로운 금융 플랫폼의 등장으로 비롯된 현재의 금융 환경을 ‘풍전등화’에 비유하며 “(금융업이) 전혀 다른 형태의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IBK금융그룹의 위기 요소는 △이자에 편중된 수익 구조 △은행에 90% 이상 편중된 구조 등이다. 김 행장은 “자산의 구조가 과연 경쟁력이 있는지, 사업이 꼭 필요한 부문에 집중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며 “IBK가 위기 앞에서 얼마나 강한지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사진) 김도진 기업은행장(왼쪽)이 1월 2일 시무식 대신 밸브 제조기업 ㈜정도기계를 찾고, 남중호 정도기계 대표(오른쪽)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IBK기업은행
◆김도진의 키워드 셋 IBK의 힘, ‘중소기업’
“중소기업은 우리 IBK의 설립 목적입니다.” 위기 타파를 위한 김 행장의 첫째 선택은 중소기업이다. 타 은행과 차별화되는 자사만의 강점으로 중소기업 금융을 보다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취임사에서는 단일 낱말로만 9번 등장하며 3위를 차지했다.
실제 김 행장은 시무식 첫날 영업 현장 방문과 함께 경기 김포시에 있는 중소기업을 방문해 기업인들의 목소리 듣기에 주력했다. 그의 목표는 ‘창업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가 사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중·저 신용 등급 중소기업에 1조원 규모의 특별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중소기업 노동자 자녀에게 장학금 9억여원을 전달했다.
최근엔 중국의 한국 여행 제한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에 1000억원대의 특별 자금을 지원했고 법무부와 중소기업 법률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또 중소기업 금융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환·퇴직연금 부서를 기업고객그룹에 배치했다.
◆김도진의 키워드 넷 우물 밖으로, ‘변화와 혁신’
“IBK의 생존과 발전을 담보하는 길은 변화와 혁신밖에 없습니다.” IBK금융그룹의 변혁도 예고했다. 신규 금융 플랫폼의 등장으로 시작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총성 없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그는 변화와 혁신이란 키워드를 각각 4회와 2회씩 총 6회에 걸쳐 사용하며 우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첫 변혁은 조직 슬림화다. 김 행장은 취임 후 부행장 4명을 내정하고 7명의 신임 지역본부장을 선임하는 등 2300여 명을 대상으로 2017년 상반기 정기 인사와 대규모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5개 부서·7개 팀을 통폐합해 본부를 슬림화하고 영업 현장으로 인력을 추가 배치했다. 또 위기관리를 위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집중 강화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업계에선 이번 조직 개편이 경영전략그룹장 등을 역임하며 ‘전략통’으로 불린 김 행장의 역량을 살렸다는 평가다.
◆김도진의 키워드 다섯 해외·자회사로 ‘수익·성과’ 창출 “해외 이익과 비은행 부문 비율을 각각 20% 이상 끌어올려야 합니다.”
행장의 경영 척도를 평가하는 ‘수익’과 ‘성과’에 대한 언급도 네 차례 나왔다.
김 행장은 IBK의 위기 요소인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전략으로 △외환·투자은행(IB)·신탁 등 비이자 수익 확대 △스마트 뱅킹, 핀테크 분야 개척 △해외와 비은행 부문의 이익 비율 확대를 제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IBK금융그룹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1646억원이다. 이 중 은행은 1조267억원, 중국유한공사와 특수목적회사(SPC), 수익증권 등 기타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7개 자회사의 순이익은 1542억원이다.
은행의 비율이 88.1%, 7개 자회사 비율은 13.2%다. 김 행장은 복합 점포를 강화하는 등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끌어올려 자회사 비율을 2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수익 구조를 바꿔 나가며 내실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도진 행장 약력
1959년 경북 의성 출생, 1983년 단국대 경제학과 졸업, 1985년 중소기업은행 입행, 2008년 IBK기업은행 본부기업금융센터장, 2009년 IBK기업은행 카드마케팅부장, 2010년 IBK기업은행 전략기획부장, 2012년 IBK기업은행 남중지역본부장, 2013년 IBK기업은행 남부지역본부장, 2014년 IBK기업은행 경영전략그룹장(부행장), 2017년 IBK기업은행 행장(현).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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