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현장]
땅값 상승 전환은 ‘반발 수요’라는 ‘우려론’도 솔솔
경기 회복 바람 타고 日 부동산 ‘꿈틀꿈틀’
(사진)일본 도쿄의 전경. (/전영수 교수)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열도의 경기가 들썩이고 있다. 경기 회복을 알려
주는 다양한 지표들이 전년보다 우상향이다. 실업 고민이 줄어들고 일손이 부족하다. 그 덕분에 실질임금과 내수 소비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정부의 공식 발표도 ‘회복 의견’이다.

경기의 상징 지표인 닛케이225지수는 신년 벽두부터 1만9000대에 올라섰다. 아베 정부 출범 당시(2012년 12월) 약 8000대 이후 최고점이었던 2만868(2015년 6월 26일)까지 돌파하진 못했지만 이대로라면 연내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평균 지가, 하락세가 멈췄다

20여 년에 걸친 복합불황이 상황 반전을 꾀한 시점은 역시 2012년 아베 정권 등장부터다. 아베노믹스라는 무차별적이고 이(異)차원적인 총동원령이 발동되면서 경기 부양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처음엔 미미했다. 수출 배려는 내수 악화를 낳으며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엔저 효과는 생각보다 덜했고 낙수효과도 별로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확고한 정치 리더십의 부양 신호가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2020년 올림픽까지 예고되며 아베노믹스(내수 부양, 지역 재생 등) 2탄이 먹혀드는 양상이다.

당장 집값, 즉 부동산이 심상치 않다. 1990년대 이후 깨져버린 토지 신화를 무색하게 땅값이 꿈틀대는 분위기다. 최근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올해 공시지가를 보면 제로(0) 수준에 머무르던 주택지 전국 평균이 9년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지가(地價) 평균은 2016년보다 0.4% 상승했다. 금융 위기가 있었던 2008년(1.7%)보다 못하지만 본격적인 경기 회복 징조로 인식된다. 전체적인 변동률은 주택지가 상승(34.0%)·보합(22.7%)·하락(43.3%), 이보다 앞서 상승세로 진입한 상업지는 각각 46.8%, 16.8%, 36.4%로 전년 대비 성장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2016년과 비교한 2017년 평균 지가 변동률은 주택지와 상업지가 각각 0%, 1.4%로 집계된다.

전체 양상을 요약하면 ‘상승 지속, 하락 축소’다.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평균 지가의 하락세가 멈췄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2006~2008년 미약하나마 짧게 바닥을 찍은 줄 알았던 게 이후 내리 하락했다는 점에서 이번의 상황 반전은 일종의 이중 침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주택지 상승 전환의 일등 공신은 도심 지역이다. 도시로의 이주 수요가 꾸준해지면서 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경기 회복 수혜가 도심 권역에 몰렸다는 의미다. 문제는 차별화다. 상승 지역의 포인트는 역세권이다. 역세권 등 이동 편리성이 보장된 지역의 상승세가 전체 땅값을 끌어올린 모습이다. 주택지는 3대 대도시권(도쿄·나고야·오사카)이 2016년보다 0.5% 올라 평균을 끌어올렸다. 4년 연속 상승세다.

지방 권역 광역도시의 상승 폭은 3대 대도시에 비해 상승세가 더 높다. 지방의 중핵도시인 삿포로·센다이·히로시마·후쿠오카 등 4개 광역도시는 1년 만에 2.8%나 뛰었다. 주택 건축을 이끄는 개발업자의 활동도 이쪽 지역을 중심으로 성황이다. 지방 거점 광역도시답게 인근 지역 사회 전입(인구 유입)이 활발해지며 주택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특히 센다이가 주목된다. 전국 상승률 상위 10개 지역 중 무려 7개를 독점했다. 대부분 2011년 지진 재해 이후 새롭게 지하철이 뚫린 연안선 인근 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상업지는 주택지보다 상승 폭이 더 크다. 1년 전보다 1.4% 올랐다. 2년 연속 상승세다. 바닥을 깊게 찍은 때문인지 회복 속도도 남다르다. 3대 대도시권은 3.3% 올랐다.

삿포로·센다이·히로시마·후쿠오카 등 4개 지방 도시의 상업지는 무려 6.9%나 급등했다. 뚜렷한 공통 특징은 해외 관광객 등 발길이 몰리는 인기 지역이다. 관광·쇼핑객이 많은 긴자(도쿄)·도톤보리(오사카) 등 유명 관광지는 30~40%나 급등했다.

국토교통성은 “도시권 상업지역 땅값 상승의 최대 원인은 외국인 관광객 덕분”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이 몰려들며 점포·호텔 등 전반적인 상업지의 수요 증가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한편 공업지는 전국 평균으로 0.3% 오르는 데 그쳤다. 9년 연속 상승이지만 일부만 값이 뛰었다. 고속도로 나들목 근처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쇼핑 수요 확대로 물류 시설 집적 지역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세계적인 금융 완화를 배경으로 부동산 시장의 적극적인 선투자가 지속된 결과다.

또한 지역 산업의 호조도 한몫했다. 자동차 등 거대 기업의 지방 권역 제조 현장 쪽이 특히 상승률이 높다. 교통 인프라가 정비되면서 연안 지역에서 내륙지역으로 공장 이전을 결정한 기업이 적지 않다.


◆관건은 ‘소비 여력 회복’

그럼에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전체적으론 양상이 좀 달라져서다. 전체 지역 중 40% 이상은 여전히 하락세다. 지역마다 온도 차이가 뚜렷하다. 주택지의 경우 3대 대도시와 4대 광역도시를 빼면 나머지 지방 권역은 되레 0.8% 하락했다.

하락 폭이 줄긴 했지만 복합불황이 본격화된 1996년부터 22년 연속 마이너스 기록이다. 47개 광역 단위 중 지가 상승을 보인 곳은 9개뿐이다. 상업지도 마이너스 0.9%로 지가 회복을 단언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꼭지를 찍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중·장기적인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지금의 상승 전환은 단기 추세 혹은 워낙 나쁜 상황에서의 반발 수요일 뿐 땅값이 오를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2020년 올림픽이 끝나면 부동산 붐이 덜미를 잡을 것이란 부정론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오랜만에 조성된 심리 회복이다. 여전히 임금 인상 등 내수 경기의 기초 체력인 가처분소득의 확대 인상이 지체되지만 부동산이 올랐다는 것은 심리적인 소비 여력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동시다발적인 상승세가 아니라 수혜 지역의 차별화가 확인된 것은 수요 확대가 제한적인 고령사회의 활로 모색과도 직결된다. 차별화에 대응하는 가계 부문의 투자 세분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