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대선 후보 5인의 가계 부채 정책]
문 ‘보유세 인상’·안 ‘주택청 신설’…구체적 해법 보완 필요
2017 장미 대선, LTV·DTI 규제는 무조건 강화된다
(표) 가계 신용 증감액 및 잔액. /한국은행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1344조3000억원, 1인당 평균 2613만원.’ 가계 부채의 그늘이 한국 사회를 덮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초 미국발 금리 인상 기조가 본격화하면서 시한폭탄이 분초를 다투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기업으로 나아가 국가에 이르기까지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선 주거 안정 대책 등 가계 부채의 실마리를 해결하는 것이 첫걸음일 터. ‘장미 대선’에 나선 대선 후보들은 가계 부채 해법 내놓기에 골몰하고 있다.

뇌관을 해결할 자 누구인가.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 관련 전문가 3인이 주요 대선 주자 5인의 가계 부채 및 주거 안정 대책 공약을 뜯어봤다.

◆대선주자 5인, ‘경제 뇌관’ 풀 해법은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선 후보는 지난 3월 23일 다섯 후보 중 가장 먼저 가계 부채 정책을 내놓았다. 문 후보는 “지난 정권에서 부채 주도의 성장 정책을 시행했고 이 정책의 실패를 국민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게 가계 부채”라며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의 전환을 약속했다.

그가 내놓은 7대 공약에는 가계 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가계 부채 총량관리제’ 도입과 이자율 상한(대부업법상 연 27.9%, 이자제한법상 연 25%)을 연 20%로 낮추겠다는 안 등이 담겨 있다. 또 국민행복기금의 회수불능채권 103만 명의 11조6000억원 채무를 감면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 후보 공약에 대한 평가는 반반으로 엇갈렸다. 임대봉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가계 부채 총량 규제관리제 도입은 바람직한 정책”이라면서도 “채무 감면 정책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가 예상한 정책 추진 시기는 3년이다.

문 후보는 가계 부채를 잠재우기 위한 서민 주거 안정 정책으로는 세제 개편에 초점을 맞췄다. 아직 확정 공약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월 대담집을 통해 “부동산 보유세가 국제 기준보다 낮다”며 보유세 인상을 시사했다. 확보된 세수로 약 100만 가구에 달하는 공공 임대주택을 짓는 데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보유세 인상은 주택 과다 소유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을 해결할 수 있는 주요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단 “주택 소유자의 반발이 심해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4월 6일 기준으로 아직 경남도지사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지사직 유지로 선거운동에 제한을 받아 공약 발표 또한 다른 후보에 비해 늦은 편이다. 적어도 4월 10일 이후에야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강남훈 자유한국당 공보특보는 “당과 구체적인 공약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7 장미 대선, LTV·DTI 규제는 무조건 강화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며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아직 확정 공약을 발표하기 전이지만 당 차원에서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청년임대주택’을 대폭 확충해 만 35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또 지난 2월 국민의당 주재로 열린 ‘국민연금 공공투자를 통한 청년임대주택 확충 방안’ 토론회에서 ‘국토교통부 산하에 주택청을 신설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주택 사업을 총괄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주택기금·국민연금 투자와 동원의 매개 역할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다듬어 대선 공약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청 신설’에 대해 신선하다는 평을 내놓았지만 공약 대부분에서 구체적인 제안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꼽았다. 심교언 건국대 정치대학 부동산학과 조교수는 “주택청 신설은 신선하다”며 “정부 업무 조정에 대한 상세 계획이 미비한 부분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한 청년임대주택 공급에 대해서는 현실 가능성 측면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승섭 부장은 “저소득 가구에 대한 주거 복지가 부족한 현실에서 다른 계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 부채의 뇌관을 제거하겠다”며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와 같은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면 부실 금융과 가계 부채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그의 과감한 수술 정책의 방법이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전까지 그의 발언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상황과 가계 부채를 고려하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유 후보는 과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LTV와 DTI의 완화와 금리 인하는 가계 부채의 증가 속도를 높여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원리금 상환 능력이 없고 부실 위험도가 높은 한계선상의 가계 부채에 대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 후보의 공약에 공감하면서도 해법안이 다소 원론적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최승섭 부장은 “주거 안정을 위한 가계 부채 해법은 다소 원론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임대봉 교수는 “가계 부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DTI·LTV 규제 강화, 추후 공약서 세부사항 따져야

정의당의 심상정 대선 후보는 주거 안정을 위해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확정했다. 단독 가구주가 입주 가능한 전용면적 40㎡ 이하의 공공 임대주택을 확충하고 1인 가구 무주택 가구주, 가구당 월평균 소득 70% 이하인 가구에 우선 공급하는 공공 원룸 주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시기적절하지만 대상을 보다 확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승섭 부장은 “1인 가구는 다수가 취업하려는 청년층·고령층 등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라며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은 필요하지만 이 밖에도 전월세난과 주택 가격 상승으로 고통 받는 절대 다수의 서민 가구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평했다.

심 후보는 가계 부채 해소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공약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하며 △집단대출 DTI 도입 △LTV와 DTI의 점진적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에 따른 사각지대를 위한 특별 대책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총량관리제를 도입하고 DTI는 40%까지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다 명확히 했다.

전문가들은 원내 대선 후보 모두 DTI와 LTV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기엔 정책의 세부 사항이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승섭 부장은 “모든 후보가 아직 구체적인 공약이 나오지 않아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교수는 “후보들이 저소득층 보호 강화와 가계 부채 억제를 동시에 목표로 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전문가 대상의 설문 조사는 조사 시기인 4월 6일을 기준으로 관련 정책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공식 발표했거나 또는 직접 언급한 것으로 한정했다. 대선 주자들은 추후 각당별 공약집을 통해 보다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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