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대선 후보 5인의 경제민주화 정책]
문 ‘재벌 확장 지양’·안 ‘기업구조 개선’ 강조
‘상생하는 경제 생태계 조성’ 한목소리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또다시 경제민주화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대선)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던 경제민주화는 오는 19대 대선에서도 여론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의 대기업 관련 공약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정경유착의 민낯이 드러나며 19대 대선 후보들이 어떠한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세웠는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린다.

◆국민 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주목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재벌 확장을 지양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먼저 기업집단의 지배 구조 개혁을 통한 투명한 경영 구조의 형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총수 일가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 전자투표, 서면투표 의무화와 사익 추구에 편승하지 않는 공정한 감사위원과 이사 선출을 제도화한다.

공공 부문에는 노동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해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확대한다. 또 소액 주주의 권리 강화를 통해 총수의 횡포를 견제한다.

문 후보의 공약 중에는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집단의 업종을 제한하며 대기업의 갑질 횡포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는 항목도 있다. 또 공정한 시장경제를 형성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불공정 거래 근절, 대기업 준조세금지법 도입을 위해 정경유착을 차단한다.

기관투자가가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 실효성 확대와 그를 위한 법 제도의 기반인 자본 시장법을 보완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공식적인 공약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4월 1일 출간된 대담집을 통해 경제민주화 주장은 앞뒤가 잘못된 것이며 자유주의적 시장질서가 우선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지난 4월 6일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는 서민정책위원회를 만들어 서민경제 살리기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기업 구조 개선과 시장 자율성을 강조했다. 안 후보의 공약에는 공정한 자유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를 개혁하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집단의 소유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 사유화 방지 제도 도입, 특혜 시정, 복합 금융그룹에 대한 그룹 자본 적정성 평가 시스템 시행 등도 명시했다.

안 후보 역시 문 후보와 마찬가지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는 공약을 택했다. 또 국민연금 기금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해 손실을 입히면 엄중한 처벌과 손해배상을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등을 명시했다. 먼저 갑을 관계에서 발생하는 횡포 근절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을 폐지하고 바로 법원에서 행위금지청구제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또 공정위의 법집행 독점 체제를 종료하는 대신 집단소송제도·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영권 편법 승계를 막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 재벌 기업 사유화 방지,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 설립 방지, 친족 재벌 기업 간 밀어주기 거래를 규제하는 안을 담았다. 유 후보 또한 불법 자행한 대기업 총수의 가석방·사면·복권을 단절함으로써 정경유착 청산을 유도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기업집단의 분할을 주장한다. 심 후보는 계열분리명령제도·기업분할제도를 통해 그룹을 분리하는 방안을 공약에 담았다. 또 기업 견제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하청업체·가맹점주의 교섭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택했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각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대동소이’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몇몇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 조사를 받으며 재벌 개혁 목소리가 높아진 것을 반영한 듯하다. 다만 홍 후보는 공약을 분석하기에는 아직까지 발표된 것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후보들의 전체적인 공약은 최근의 경제민주화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총평했다. 김영훈 바른시민사회 경제실장은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각 후보들의 공약은 소속 정당이 주장한 내용과 비슷하며 개별 내용도 유사하다”고 밝혔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모든 후보가 자신들의 개혁 수단이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막고 공정한 시장경제 환경을 조성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한국의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 후보는 재벌 개혁과 경제력 집중 완화, 공정한 시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김 교수는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 “개혁 방법론에서 시장 효율성에 반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경제력 집중 완화를 어떤 형태로 재분배할지에 대한 부분이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공약에 공통점이 많다고 지적한 전문가도 있었다. 신석훈 실장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공약은 기업집단의 지배 구조를 규제하거나 제재를 강화한다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훈 실장은 “안 후보의 공약은 최고경영자(CEO) 승계 시스템과 같이 개별 회사가 선택해야 할 사안을 정부가 직접 챙기겠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밝혔다.

유승민 후보의 공약은 기업집단의 소유 지배 구조에 대한 규제는 없고 행위 규제와 공정위 법집행 기능 강화에 집중했다는 특징이 있다. 신석훈 실장은 “다른 후보들도 공통적으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제시하고 있지만 유 후보가 이를 유독 강조했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의 공약은 다른 후보들과 약간의 거리가 있다. 신 실장은 “다른 후보들은 현재의 그룹 구조 자체를 유지하면서 일부 규제를 제시한 반면 심 후보는 그룹 분리와 기업 분할을 추구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소기업 상생’ 만들어야

홍 후보를 제외한 네 명의 후보가 대동소이한 공약을 택한 만큼 실현 가능성에서도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김상봉 교수는 네 후보 모두 3년에서 5년 사이 공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훈 실장은 “공약의 효과와 필요성과는 별개로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전자투표, 스튜어십 코드 확대 등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 후보의 재벌 해체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세 전문가 모두가 지적했다.

김영훈 실장은 “심 후보의 공약은 계열 분리, 기업 분할 등 가장 강력하지만 현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신석훈 실장은 “심 후보의 공약은 ‘그룹’이라는 구조 자체의 긍정적 기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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