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MSG 없는 집밥 맛 살려…쇠고기 육수 우려낸 ‘비비고 육개장’ 인기
CJ 비비고 가정간편식, 300억 매출 비결은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가정간편식(HMR)이 지난해 6월 출시 후 8개월 만에 국·탕·찌개 완조리 제품 기준 국내시장 1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비비고 HMR의 누적 매출은 300억원이다. 올해에는 약 7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비비고 육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비비고 육개장은 매달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HMR 전체 매출을 견인 중이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HMR을 ‘한식의 세계화’를 이끄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CJ 비비고 가정간편식, 300억 매출 비결은
(그래픽) 윤석표 팀장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내 ‘비비고 가정간편식’ 연구원들은 2015년 말부터 비비고 HMR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지난해 1월엔 국내 특급 호텔 셰프 출신 10명을 포함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며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비비고 가정간편식’의 핵심 R&D 전략은 가정식을 그대로 구현한 차별화한 맛이다.

비비고 개발팀은 ‘맛있는 집밥’을 목표로 육개장 등 4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식품연구원과 셰프가 전국의 유명 맛집이나 전문점을 직접 방문해 음식을 맛본 후 가장 대중적인 맛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모든 HMR 제품을 장시간 보관할 수 있는 상온 제품으로 개발해 냈다.

비비고 육개장은 비비고 HMR의 대표 제품이다. 쇠고기 양지 부위의 피 빼기 작업부터 고기를 삶아 육수를 우려내는 등의 모든 과정을 원칙적으로 적용했다. 육개장 육수 2톤을 만들기 위해 약 200㎏의 쇠고기를 대형 솥에서 삶아 낸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육개장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삶은 고기를 손으로 직접 찢어 넣는 수고로움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약 7cm 길이로 큼직하게 썬 토란대와 대파 등을 푸짐하게 넣어 깊고 깔끔한 맛을 살린 것도 특징이다.

올해 2월 출시한 소고기미역국·설렁탕·닭곰탕 역시 ‘정성스러운 맛’으로 차별화했다.

◆글로벌 전용 제품으로 미국 시장 공략
CJ 비비고 가정간편식, 300억 매출 비결은
비비고 HMR의 또 다른 특징은 재료별 가열 시간을 달리하는 ‘분리 살균’이다. 육수 및 건더기의 풍미와 식감을 보다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다.

국내 기존 상온 제품은 1개의 포장에 모든 재료를 담은 후 살균 처리하는 기술을 적용한다. 분리 살균은 기존 방식과 달리 재료별로 살균을 달리하고 육수와 각 재료의 포장도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 생산비가 더 든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두부김치찌개·된장찌개·부대찌개에 분리 살균 방식을 적용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비비고 HMR 수요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 총 150억원을 투자해 논산·진천공장에 간편식 제품을 만드는 별도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올 하반기에는 국물 없는 일품요리 제품을 포함한 6종류의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비비고 HMR의 해외 진출에도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 필리핀 등 일부 동남아 국가와 일본에 비비고 HMR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올 1월엔 미국에서 ‘비비고 사골곰탕’ 판매를 시작했다. 4월 초 글로벌 전용 ‘비비고 두부김치찌개’를 보낸 데 이어 5월에는 글로벌 전용 ‘비비고 버섯육개장’을 수출해 미국 현지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세계 모든 사람이 비비고 HMR 제품을 통해 가정에서 쉽고 제대로 된 한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인터뷰]
이남주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선임연구원
비비고 육개장에 토란대가 들어간 이유
CJ 비비고 가정간편식, 300억 매출 비결은
▶육개장 개발을 총괄하셨죠.

“육개장·사골곰탕·삼계탕은 집에서 만들어 먹기가 매우 번거롭습니다. 재료 준비가 어렵고 끓이는 시간도 길죠. 비비고 탕 3종은 만들어 먹기 어려운 음식을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제품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서요.

“생각보다 순탄하지 않았어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육수 개발 과정이 기억에 남네요. 전직 호텔 셰프인 김무년 푸드시너지팀 과장과 협업했는데요. 식품회사 연구원은 제품 생산의 효율성을 우선 고려합니다. 반면 셰프들은 맛을 최우선으로 삼죠.

김 과장은 제대로 된 육수를 만들기 위해 고기를 최소 5시간 이상 끓여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저는 아미노산 분석을 거쳐 2시간이면 충분히 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맞서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사골을 우려낸 회사의 천연 감미료를 사용해 육수 내는 시간을 5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이기로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재료 선택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고사리·숙주·토란대 등을 모두 검토했는데 고사리와 숙주는 살균 후 식감이 무너지는 문제가 있더라고요. 비비고 육개장에 토란대를 넣게 된 이유입니다.”

▶소비자 반응은 어떻습니까.

“CJ제일제당은 제품 출시 전 1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전 평가를 실시합니다. 80명의 소비자로부터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야만 제품을 출시할 수 있어요. 비비고 육개장은 이 평가를 단번에 통과한 제품입니다. 84명의 소비자가 호응해 주셨어요.”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