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자신도 모르는 니즈를 찾아 만족시키는 것이 핵심 원리 (사진)= 아마존의 음성인식 서비스 '알렉사'를 탑재한 에코다./한국경제신문DB
[한경비즈니스 칼럼 = 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계산대가 없는 마트 ‘아마존 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아마존닷컴에서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대시’, 가정 내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와 알렉사 기술이 탑재된 스피커 ‘에코’,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물류 시스템 ‘키바’, 드론을 활용해 물품을 배송하는 ‘프라임 에어 서비스’ 등 아마존과 관련된 많은 용어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어들만으로 아마존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며칠 전 주요 일간지 1면에 ‘아마존의 문어발 경영 통했다’라는 기사가 크게 났다. 아마존의 매출은 2006년 107억 달러에서 2016년 1360억 달러로 10년 새 10배 이상 성장했다.
아마존은 유통·물류·전자·정보통신기술(ICT)·콘텐츠 등 연관 없어 보이는 너무나 많은 제품을 팔고 있다. 아마존의 경쟁사들은 클라우드 부문에서는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꼽히고 전자 상거래 부문에서는 월마트·이베이를 들 수 있다.
정보기술(IT) 생태계에서는 애플과 구글이 경쟁사로 사업 분야에 일관성이 없어 보이기에 문어발 경영이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 수요자 입장을 최우선으로 결정하는 시스템
아마존의 사업 확장은 중구난방처럼 보이지만 아마존의 모든 서비스를 플랫폼처럼 엮어 고객의 일상에 정착시키려고 하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시가총액 4000억 달러로 세계 5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마존은 최근 여러 가지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기업이다.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 IT 박람회인 CES에서 아마존은 부스 하나 만들지 않고도 AI 비서 ‘알렉사’로 최고의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해당하는 스킬을 통해 알렉사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데, 이미 스킬의 개수가 1만 개를 넘어섰다. 이는 제 3의 개발자가 알아서 알렉사 플랫폼으로 모여드는 생태계가 구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존의 이런 모든 움직임을 ‘온디맨드’ 경제라는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샘 팔미사노 IBM 전 최고경영자(CEO)는 2002년 IBM의 차세대 비즈니스 전략으로 ‘온디맨드’ 비즈니스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했다. 즉 고객 기업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반을 갖춰야만 IBM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연결성으로 시장의 주도권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넘어오면서 기업 대 기업의 사업(B2B)에서 얘기되던 이 개념이 비즈니스와 서비스 전반에 일어나는 현상이 된 것이다.
2015년 카카오에 새롭게 취임한 임지훈 대표도 향후 카카오의 사업 방향을 설명하면서 온디맨드 모바일 2.0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사전적 의미로 온디맨드는 공급 중심이 아니라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나 전략 등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일방적으로 기업이 고객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요청하면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의 접근이 온디맨드 방식이다.
온디맨드 경제는 고객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의미에서 ‘컨시어지 서비스’, 즉각적인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라스트 세컨드 서비스’, 사용자와 사용자들이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피어 경제’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고 있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마케팅(O2O)이 모바일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온디맨드는 고객을 중심으로 개인화·실시간화에 초점을 맞추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에 즉시 대응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점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아마존의 다양한 서비스와 사업 방향을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가져다주는 것이 핵심이다.
아마존은 서적에서 시작해 현재는 3억7000여만 개의 제품을 팔고 있고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 음식 배달, 테이크아웃, 로컬 서비스 등도 추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이 너무 많은 것을 팔려고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어떤 것들을 파는 것은 아마존에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고객이 그것들을 왜 요구하는지가 중요해 보인다. 이 시점에서 아마존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첫째는 방대한 데이터와 아마존의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의 마음속에 있는 니즈와 요구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고 둘째는 어차피 온라인 유통에서 많은 기업들이 개인화·맞춤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의 생각에 맞추는 게 아니라 고객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선사하는 방향이 그것이다.
그 첫째에 대한 시도가 2015년 3월 발표된 대시(Dash) 버튼이다. 대시는 바 형태의 가정용 하드웨어로, 버튼만 누르면 기기에 할당된 제품이 자동으로 결제 및 배송되게 하는 간편 장치다.
버튼은 29종 500여 개 생필품을 한 번의 클릭만으로 주문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PC·모바일 주문에 비해 획기적으로 주문을 단순화했다. 또 재구매가 빈번한 일상의 소비재를 대상으로 함으로써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보다 쉽게 허물려는 O2O 전략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마존이 대시 버튼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다. 주문하는 것을 잊었는데도 불구하고 구매 패턴 분석을 통해 문 앞에 세제가 내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다.
둘째와 관련해서는 아마존 에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에코는 7개의 마이크를 가진 음성인식 블루투스 스피커로, 알렉사라는 음성인식 알고리즘을 통해 생활 비서 업무를 수행하고 궁극적으로 에코는 소비자 스마트 홈의 허브가 되고자 한다.
앞으로 집 안에 있는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을 알렉사를 통해 통제하면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데이터가 축적되면 아마존은 고객이 인식하기도 전에, 때로는 요구하기도 전에 고객이 원할 것 같은 제품을 제안 배달하는 놀라움을 우리에게 전달할 것이다. (사진)= 아마존이 선보인 '킨들 오아시스' 다./ 아마존 제공
◆ 고객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배송
오늘의 시대는 ‘나우(now)’의 시대라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고객의 요구는 즉각적으로 만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우’가 취약한 온라인 리테일러들이 물류와 배송에 엄청나게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땅이 넓은 미국은 배송 시간이 분명한 하나의 경쟁력이다.
아마존도 물류와 배송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아마존은 물류센터에서 주문이행센터(fulfillment centers)로 재정의된 배송센터를 2016년 3월 현재 미국에서만 총 160개, 글로벌 전체로 291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물류센터 내 키바(KIVA) 로봇을 넣어 효율을 올리고 있다. 이 로봇은 창고에서 고객에 배송할 상품을 직접 골라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는다.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충돌을 방지하고 여러 대의 카메라가 장착돼 제품 종류 인식 및 이동 시 위치를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키바 로봇이 작업하는 공간 바닥에는 바코드가 깔려 있어 하단 카메라가 바코드를 스캔하며 이동하므로 신속하고 정확한 물류 분류가 가능하다.
아마존은 2013년 기준 1400여 개의 키바 로봇을 운영 중이며 최대 40%의 작업 효율의 향상으로 연 최대 9억1600만 달러의 비용 절감을 예상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런 효율을 기반으로 배송 시간 부분에서도 소비자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일반 배송, 아마존 프라임(연 99달러, 무료 2일 배송), 당일 배송(프라임 회원이 35달러 이상 구매 시) 아마존 프라임 나우(2시간 무료 배송), 아마존 프라임 에어(2.5kg 이하 상품 30분 내 배송) 그리고 예측 배송 등이다.
아마존은 2014년 예측 배송에 대한 특허를 냈고 이는 대시 버튼이나 에코에서 축적한 고객의 구매 패턴를 기반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송 시간 단축에 대한 집착을 통해 아마존은 끊임없이 ‘고객이 원하는 시간’이라는 명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배송 장소와 관련해서는 고객의 집을 가장 보편적으로 떠올리겠지만 아마존은 여기서도 다양한 옵션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 고객 편리를 위한 연결성 구현
첫째, 아마존 로커 서비스다. 낮 동안 집이 비어 있는 등 물건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보관함 서비스다. 또 다른 옵션은 활발한 오프라인 매장의 오픈이다. 아마존 북스와 아마존 프레시 픽업, 아마존 고가 그것이다.
아마존의 첫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 북스는 2015년 최초로 문을 열었고 곧 1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 서점은 표지 중심의 진열과 평점 4.0 이상의 검증된 책만 진열한다.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은 우리 지역에 인기 있는 책만 모아 놓거나 앱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아마존이 가장 잘했던 연결성의 가치를 오프라인에서도 구현한 것이다.
킨들로 책을 읽으면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한 내용도 모두 기록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반대로 나도 다른 사람들이 주로 어떤 부분에 감명을 받았는지 알 수 있고 다른 이들의 메모도 살펴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십 명 혹은 수백 명과 함께 책을 읽는 것과 같은 경험, 새로운 사람들 혹은 그들의 생각과 연결되는 놀라운 연결성의 경험이 그것이다.
아마존 프레시 픽업과 아마존 고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고 베타 서비스 중이지만 2017년 중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 픽업은 고객이 픽업 앱으로 신선식품을 주문하고 아마존 직원이 고객 도착 시간에 맞춰 상품을 준비한다.
고객이 도착하면 직원이 고객 차량으로 상품을 배달한다. 고객은 주문 후 15분 안에 픽업할 수 있고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고객은 안에 있으면 된다.
아마존 고는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운영되는데 계산대도, 계산을 기다리는 줄도 없다. 이것의 작동 방식은 아마존 고 앱을 깔고 무슨 물건이든 집어 들면 가상의 카트 안에 물건이 채워지는 걸 확인할 수 있고 집어 든 상태로 매장을 떠나면 나중에 e메일을 통해 청구서를 받는다.
아마존 고는 장소와 관련해 연결성의 구현과 고객의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에 경쟁사의 움직임이나 현재의 사업 영역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변하지 않는 유일한 나침반은 바로 고객이기 때문이다.
즉 아마존은 고객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가치, 고객이 원할 것 같은 것을, 원할 것 같은 시간에, 원할 것 같은 장소로 보내준다. 아마존은 다른 어떤 기업과의 경쟁이 아닌 고객 자신도 잘 모르는 고객의 니즈를 찾고 만족시키는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아마존은 온디맨드 경제의 가장 모범적인 회사이고 여기에 대한 시장의 보상이 시가총액 세계 5위라는 숫자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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