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1차 목표’ 매출 증대 옛말…‘지역의 역사·문화를 담다’
‘따로 또 같이’ 상권별 맞춤 인테리어 뜬다
(사진)한국 진출 15주년을 기념해 '도심의 커피 숲'을 주제로 디자인된 스타벅스 파미에파크점(/스타벅스코리아)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천편일률적’인 매장 디자인은 옛말이다. 유통 기업들은 상권별로 특색 있는 매장 디자인을 통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에서 만나는 ‘위대한 개츠비’

글로벌 커피 기업 ‘스타벅스’는 매장마다 색다른 인테리어를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한국 진출 15주년을 기념해 ‘도심의 커피 숲’을 주제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적용한 ‘스타벅스 파미에파크’를 반포동 센트럴파크에 오픈했다.

스타벅스 파미에파크는 친환경·지역성·커피하우스의 정통성을 내세웠다. 돔 형태의 매장에 유기적 곡선 형태의 공간을 구현해 다양한 커피 관련 소품을 전시했다. 또 커피나무 화분을 곳곳에 배치해 도심 속 커피 숲을 조성했다. ‘커피 숲을 거닐다’라는 자연 친화적 콘셉트로 꾸며졌다.

‘젊음의 거리’인 대학로에서 운영 중인 ‘스타벅스 대학로 커뮤니티 스토어’에서는 차별화된 인테리어를 통해 젊은 층과의 소통을 겨냥했다.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는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사회공헌 모델이다.

스타벅스 대학로 커뮤니티 스토어는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커뮤니티 스토어 중 최초로 디지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 보드’를 도입했다. 디지털 커뮤니티 보드는 다양한 지역사회 소식을 주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또 매장에 있는 대형 아트월에 ‘작은 원두의 잠재력을 믿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형상화했다. 이 대형 아트월은 전국 대학 연합 동아리 ‘렛츠피알(Let’s PR)’ 30여 명의 대학생들이 200여 시간 동안 콜라주 기법으로 제작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헬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 또한 매장별로 특화된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손꼽히는 곳은 지난해 연말 부산에 문을 연 ‘부산 광복 본점’이다. 부산 남포동에 있는 부산극장에 자리해 있고 서울 명동에 이어 둘째 ‘본점’으로 지정됐다.

외관부터 이국적인 인테리어를 택했다. 1920년대 아르데코 양식에서 모티브를 따 왔고 크기 또한 727㎡(약 220평) 규모로 상당히 크다. 올리브영 측에 따르면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매일 밤 성대한 파티가 열리는 저택을 연상하게 한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중소 프랜차이즈 또한 고객과 점주의 만족을 위해 상권별 인테리어를 주목하고 있다. 아이리스PC방을 운영하는 아이리스글로벌은 점주들에게 상권에 맞는 인테리어를 추천해 주고 있다.

초등학생 방문객이 많은 학교 근처 매장에는 가상현실(VR)존을 설치해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연인이나 여성 방문객이 많은 번화가에는 카페 형식의 인테리어를 도입했다.
‘따로 또 같이’ 상권별 맞춤 인테리어 뜬다
(사진)이국적으로 디자인된 올리브영 부산 광복 본점.(/올리브영 제공)

◆디자이너가 주민센터를 찾는 이유

비용 절감 명목으로 디자인을 소홀히 여기던 때는 이미 지났다. 중소 프랜차이즈들은 자체적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특정 상권에 통하는 디자인을 파악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자신들의 디자인 철학을 지역의 특색에 맞도록 적용해 매장의 개성을 살리고 있다.

이진국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는 “업계의 빠른 회전율로 소비자의 관심이 단시간 내 소멸되므로 가맹점별로 디자인 차별화 및 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기업 또한 국가와 지역에 따른 차별화된 디자인을 제공하는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권별 맞춤 인테리어는 매장의 매출액 증대와 큰 관련이 있다. 점주와 고객 양쪽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중소 프랜차이즈들은 디자인을 또 하나의 ‘서비스’로 생각한다. 아이리스글로벌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권 분석 인력을 통해 점주에게 가장 좋은 인테리어를 추천해 준다”고 밝혔다.

맞춤 인테리어는 수익 증가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인테리어에 반영하기도 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장의 인테리어를 시작하기에 앞서 주민센터를 방문해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공부한다.

서울시 소공동은 조선시대 공주가 살았던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는 소공동 매장을 디자인할 때 기와를 주재료로 활용했다. 또 지금은 리뉴얼됐지만 초창기에는 금색을 주요 테마로 선정해 화려함 속에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장 디자인뿐만 아니라 판매하는 기획 상품이나 전체 콘셉트까지 지역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권별로 ‘차별화’된 인테리어는 국내 상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 역할도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도산대로 주변에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매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대표적 매장이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다. 이곳은 황금색을 주요 테마로 선정해 건물의 내·외부가 빛을 담아내는 것처럼 보이게 설계됐다.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지방의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는 매장도 있다. 할리스커피 부산 달맞이고개 매장이 대표적이다. 산장 형태의 목조건물로 지어져 부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방 매장 또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고 주민의 소득수준 또한 향상되고 있어 지방의 특색과 고급화를 접목한 디자인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동 한글 간판, 강제 아닌 자율이다
스타벅스, 2001년 한글 간판 세계 최초로 도입
‘따로 또 같이’ 상권별 맞춤 인테리어 뜬다
(사진)인사동의 한글 간판.(/연합뉴스)

골동품 판매점과 화랑·필방·전통찻집이 즐비한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은 전통문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이다.

인사동 거리를 거닐다 보면 영어 상호를 쓰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간판이 모두 한글로 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언뜻 생각하기엔 행정 규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인사동을 비롯한 종로구에서는 간판 면적의 20%를 한글로 표기하게끔
규제하고 있다. 이 규제는 2013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의 인사동 거리처럼 가게 상호 전체를 모두 한글로 표기하는 것은 종로구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종로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상인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이뤄졌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인사동의 ‘한글 간판’은 그 지역 자영업자들이 거리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자율적으로 시행한 것이지 어떠한 강제성도 없다”고 밝혔다.

인사동 거리에 처음으로 등장한 한글 간판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01년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중 최초로 인사동 매장 간판에 한국어 상호명을 표기했다. 글로벌 기업 스타벅스는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STAR BUCKS’라는 영문명을 사용할 것을 권해 왔다. 하지만 스타벅스코리아가 본사를 설득했고 소비자들은 지금의 한글 간판을 볼 수 있게 됐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