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기술’로 해외시장 공략…신흥국 이어 미국 진출 시작 (사진) 지리자동차 란저우공장 생산 라인./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중국 자동차 기업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수년 전 자금난에 빠진 해외 유명 차 업체를 인수해 저가 이미지를 희석했다. 최근에는 수출처인 신흥국에 생산 공장을 건설해 현지 판매량을 크게 늘리는 전략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까지 진출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올해 초 중국의 장화이자동차(JAC)는 중국 완성차 회사 최초로 멕시코에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현지 생산 업체와 합작사를 만들어 JAC의 CUV S2와 S3를 반조립(CKD) 방식으로 생산해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장성자동차도 미국에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국경세 도입 여부를 지켜보며 미국 또는 멕시코에 현지 공장을 세울 계획인데, 이른바 ‘중국차의 세계화’라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해외 현지 글로벌 생산 체제 강화
중국 자동차 업계는 최근 2~3년 사이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추진하며 해외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만든 완성차 수출보다 해외 현지 생산과 판매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대표적 기업이 지리자동차다. 2014년 중국 수출입은행으로부터 200억 위안의 자금을 지원받고 브라질·이란과 인도에 공장을 설립했다.
지리자동차는 현재 남미 우루과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이집트, 유럽 우크라이나·벨라루스, 동남아시아 스리랑카·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생산 공장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해외에 12개의 생산 공장을 보유한 창안자동차도 최근 이란·러시아·브라질에 7개의 생산 공장을 추가 설립하고 2020년까지 해외시장 판매량을 40만 대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창안자동차는 불과 2012년까지만 해도 판매량이 연간 20만 대에 불과했지만 적극적인 해외 생산 공장 건립으로 지난해 총 306만3000대를 판매했다. 이러한 판매를 바탕으로 2012년 중국 7위 자동차 기업에서 현재 4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밖에 장화이자동차도 해외에 부품 조립(KD) 공장 12개를 설립했고 15개의 해외 공장을 보유한 치루이자동차도 브라질 등지에 추가로 공장을 설립하는 등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의 해외 진출은 곧 수출량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자동차 수출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2014년 1월 중국 자동차 수출량은 6만850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70만8000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 中 정부까지 나선 글로벌 시장 공략
중국 자동차 기업의 해외시장 공략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중국 정부와 지방 정부들은 ‘선진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자동차 산업 장기 계획 방안을 발표하고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자동차 기업 8~10곳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현재 중국 내 난립해 있는 100여 곳의 지역별 중소형 자동차 기업 중 해외에서 경쟁력이 낮은 기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해외 수출을 위한 해외 직접 진출 사례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과잉생산으로 남는 차량을 수출하기 위해서다.
중국 내수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기업들이 자동차를 생산하다 보니 차는 남아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수출을 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중국 내에서 지난해 생산된 자동차는 2800만 대다. 미국(1700만 대)의 약 1.65배 수준이다.
둘째 이유는 품질 향상이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그동안 수량이 많아지면 품질이 변한다는 칼 마르크스의 이론 ‘양질전화(量質轉化)’ 전략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많은 자동차 기업의 난립으로 품질 향상보다 가격 경쟁이 심화됐다.
그동안 중국은 주로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자동차를 수출했다. 상대적으로 자동차 품질에 따른 열세가 작용하지 않은 지역들을 공략한 것이다. 이란 등 중동에 수출되는 자동차는 전체 중국 자동차 생산량의 2~3%에 달한다. 월평균 50만 대 정도 규모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둔화되는 추세를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유럽 등 빅 마켓 공략으로 눈을 돌리길 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의 경쟁이 필수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경쟁력이 낮은 중소형 자동차 기업을 대형 기업에 편입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사진) 중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 600./ 한국경제신문
◆ 합작·인수로 경쟁력 키워
현재 중국 자동차 기업의 기술력은 이미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중국이 완성차 시장을 개방할 때 원칙으로 내세운 해외 기업과 중국 기업의 ‘50 대 50’ 합작회사 설립이 토종 브랜드의 기술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예를 들어 베이징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50 대 50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차가 현대차를 생산할 때 베이징자동차는 합작사를 통해 얻은 기술적 노하우를 그냥 가져가는 식이다.
공식적으로 기술을 빼 갈 수는 없지만 베이징현대차의 중국 내 연구 인력을 베이징자동차로 옮기면 그만이다. 비단 이런 일은 베이징현대차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수많은 외국 자동차 회사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이런 방식을 이용해 기술력을 높여 왔다. 그리고 최근 1~2년 사이에는 합작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자동차를 생산해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중국 내 토종 자동차 기업과 합작 자동차 기업의 승용차 판매 비율을 살펴보면 2011년 총 1447만 대의 판매 중 합작 기업의 판매 비율이 58%, 토종 기업이 42%를 기록한 이후 2014년(합작 기업 62%, 토종 기업 38%)까지 합작 기업의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 왔다.
하지만 2015년(합작 기업 59%, 토종 기업 41%)과 2016년(합작 기업 57%, 토종 기업 43%)에는 합작 기업의 승용차 판매량이 줄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독자 생산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 대형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을 인수하며 덩치와 기술력을 키워 왔다.
대표적 사례가 2004년 상하이자동차가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것이다.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지분 투자는 기술 유출 혐의로 비롯된 ‘먹튀’ 논란을 일으키며 불미스러운 선례가 됐지만 이를 기점으로 중국 자동차 기업의 해외 자동차 업체 인수가 활발해졌다.
2004년 12월 상하이자동차는 영국의 자동차 그룹 MG가 파산하기 전 두 개 차종의 지식재산권을 인수했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차로는 처음으로 해외시장 브랜드를 구축했다.
MG 파산 후에는 난징자동차가 MG의 연구·개발(R&D) 기술, 제조 설비 및 4개 시리즈 차종의 기술을 인수했다.
2010년에는 지리자동차가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했다. 지리자동차는 볼보를 통해 저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고급 세단 차량을 생산하게 됐다.
베이징자동차도 2009년 스웨덴 사브 2개 차종의 생산 설비와 지식재산권을 인수해 가장 큰 취약점이었던 기술 개발 능력 향상의 전기를 마련했다. 사브를 통해 R&D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2014년에는 둥펑자동차가 PSA 푸조·시트로앵의 지분 14%를 11억 유로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한 중국 자동차의 기술력 발전과 거세지는 해외 진출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노무라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중국 외 지역의 자동차 수요 예상 증가율은 0.6%에 불과하다. 중국이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수는 없지만 과잉생산을 바탕으로 자동차 가격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3000만 대, 2025년까지 35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국적 회계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자동차가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고루 갖춰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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