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고강도 노동 강요 논란 일자 경영진 차원 문화 혁신, 새 정부 정책 뒷받침도…
'제2 부흥' 노리는 게임 산업, 질적 성장은?
[한경비즈니스 = 정채희 기자] '게임 판'의 변화는 규모뿐만이 아니다. 게임 강국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질적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고강도 노동 강요로 ‘꺼지지 않는 등대’, ‘오징어잡이 배’란 악명이 따라붙었던 게임 업체에 노동 개선 혁신이 일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로 잡음이 일고 있지만 경영진 차원에서의 개선 움직임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여기에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새 정부 정책도 변화에 일조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초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2016 콘텐츠 산업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업체 종사자 수는 2014년 8만7281명에서 2015년 8만388명으로 7.9%(6893명) 감소했다. 2011년에는 9만5015명으로 4년 새 1만5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이 업계를 떠났다. 연평균 감소율은 4.1%다.

이 사이 게임업계 매출액은 8조8047억원에서 10조7223억원으로 약 2조원 불어났다. 게임 산업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종사자 감소는 PC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의 전환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게임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종사자들의 업무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꼬집는다.

만성적인 야근과 주 6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게임업계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 게임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영진 차원의 문화 혁신이다. 올 초 평일 11시간 노동과 주말 9시간 노동, 저녁식사 시간을 제한하는 등 고강도 노동 논란으로 비난을 산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대표가 나서 노동환경을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강제로 크런치 모드를 하는 일, 휴일 근무수당을 반납하는 일, 정해진 저녁 시간을 제한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며 “누군가 강제를 강요한다면 모든 조치를 강구해 정정하겠다”고 사과했다. 장 대표는 이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5월 12일 상장한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도 고강도 노동 논란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구로의 등대’로 불린 이 회사는 지난해 직원들의 사고사 및 돌연사가 겹치면서 업무 과중에 따른 과로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회사는 올해 2월 △야근과 주말 노동 금지 △탄력근무제도 도입 △퇴근 후 메신저 업무 지시 금지 등을 담은 노동환경 개선안을 발표했다.

‘눈 가리고 아웅’이란 의혹도 제기됐지만, 회사 측은 강력한 실행 의지를 바탕으로 개선안을 정착시킬 것이란 방침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문화라는 것은 굉장히 오랫동안 습관화되는 것”이라며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완전히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의 바람은 게임업계 바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새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 및 ‘칼퇴근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게임업계의 고강도 노동 혁신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축소하고 출퇴근 시간을 의무적으로 기록해 눈치 야근을 해소하는 이른바 ‘칼퇴근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