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트렌드]
아마존·DHL·구글 등 ‘물류 혁신’ 로봇으로 이뤄…일자리 감소는 숙제
로봇 vs 인간, 전쟁터는 ‘물류창고’
(사진) 아마존의 창고 로봇인 '키바'.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매년 ‘아마존 피킹 챌린지’라는 이색 로봇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대회는 창고에서 특정 물건을 고르고 실어 나를 수 있는 로봇의 성능을 겨루는 대회다. 대회에 참가한 로봇들은 여러 제품들이 섞여 있는 선반에서 정해진 물건을 찾고 지정된 상자에 적재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이 대회에는 각종 첨단 기술을 장착한 로봇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처럼 주어진 명령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과 3차원(D) 카메라 등 최신 정보기술(IT)이 적용돼 능동적으로 과제를 처리할 수 있는 로봇들이 출전했다. 각국에서 출전한 로봇들은 사람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물건 분류와 적재 능력을 능숙하게 선보였다.

◆글로벌 기업, 창고 로봇 각축전

택배용 드론 개발 등 배송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아마존의 노력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아마존은 치열하게 전개되는 유통시장에서 배송 능력이 강력한 차별화 요인으로 부각될 것으로 판단하고 배송 서비스의 IT 접목에 부단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덕분에 아마존은 주문 상품의 배송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비용도 대폭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현재 아마존은 세계 각국의 상품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수많은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정확하게 고르지 못하거나 배송 준비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등 여러 문제점에 부닥쳤다. 사람의 노동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인식한 아마존은 최근 새로운 창고 로봇 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물류 처리에서 로봇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 아마존은 ‘아마존로보틱스’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물류센터에 창고 로봇을 배치했다. 2003년 설립된 아마존로보틱스는 로봇 성능이 빠르게 고도화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로봇 제어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12년 아마존로보틱스는 창고 로봇을 개발하는 키바시스템스라는 기업을 인수하면서 창고 로봇의 개발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키바시스템스의 기술을 활용해 아마존로보틱스는 필요한 상품이 적재된 선반을 자동으로 직원에게 옮겨 주는 창고 로봇을 개발해 물류센터에 배치했다. 이전에는 상품 배송을 위해 직원들이 일일이 해당 상품을 찾아 거대한 물류센터 내에서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지만 창고 로봇이 배치되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었다. 현재 아마존의 물류센터에는 창고 로봇이 3만 대나 배치돼 직원들의 원활한 업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로봇 vs 인간, 전쟁터는 ‘물류창고’
◆배송 시간 단축·비용 절감 등 혁신

아마존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여러 사업 전반에 걸쳐 로봇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등 신흥국 역시 로봇 기반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다양한 기업들도 로봇 비즈니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초의 서비스 로봇 ‘아이보’를 생산했지만 2006년 개발을 중단한 소니는 10년 만에 다시 로봇을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아마존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은 창고에서 사람이 물건을 나르는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거대한 창고에서 물건의 종류 및 수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수송기기까지 나르는 과정은 전체 물류 시간과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이들 기업들은 창고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의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물류 산업의 효율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 기업 DHL은 독일 우나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집어 나르는 것을 돕는 로봇을 실험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수많은 직원들이 물건을 고르고 카트에 실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업무를 직접 수행했다. 따라서 물류 처리 작업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고 직원들의 체력 소모도 무척 컸다.

DHL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의 에피덴스 기업이 만든 ‘에피봇(EFFiBot)’이라는 로봇을 도입했다. 650파운드 이상의 물건을 나를 수 있는 에피봇은 직원들의 뒤를 따라 다니면서 이들이 선택한 물건을 받아 다른 장소로 나르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 로봇은 스스로 물류센터를 이동할 수 있고 사람과의 충돌을 막는 기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작업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가구 기업 니토리도 물류 처리 속도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창고 로봇이 스스로 다니면서 물건을 집어 나를 수 있는 미래형 창고인 ‘오토스토어(AutoStore)’를 선보였다. 니토리는 오토스토어의 도입으로 작업자의 생산성을 4배 가까이 끌어올리고 재고 면적을 40%나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대기업 외 다양한 스타트업들의 창고 로봇 개발 경쟁도 뜨겁다. 키바시스템스의 직원들이 만든 ‘로커스 로보틱스(Locus Robotics)’라는 스타트업은 아마존로보틱스와 같이 물건을 수송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마가지노(Magazino)는 선반에서 물건을 꺼내고 정리할 수 있는 ‘토루(TORU)’라는 로봇을 출시했고 페치 로보틱스(Fetch Robotics)도 물류 처리 작업을 할 수 있는 자율주행 로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인터넷 기업 구글도 2016년 창고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구글이 인간과 개를 모방한 로봇 등을 개발한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도요타에 매각하자 일각에서는 구글이 로봇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구글은 특수 로봇 기업 ‘윌로 거라지(Willow Garage)’를 인수하는 한편 다양한 산업용 로봇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향후 로봇의 활용도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로봇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특허 기술에 등장하는 로봇은 창고 내에서 스스로 주행하면서 물건을 옮길 수 있고 원격제어로 조작할 수 있다. 물론 특허 내용만으로는 구글이 구상하는 실제 로봇의 특징을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드론 택배 서비스 ‘프로젝트 윙’ 등 다양한 물류 산업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로봇의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vs 인간, 전쟁터는 ‘물류창고’
(사진) 아마존의 물류센터. /연합뉴스

◆일자리 경쟁 대표 사례로 논란 여지

만약 창고 로봇의 도입이 확산된다면 물류 산업 전반에 걸쳐 두드러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물건을 선택하고 수송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한다면 주문에서 최종 목적지까지의 배송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아마존은 로봇의 도입으로 창고 운영비를 20%나 절감할 수 있게 됐고 물류센터 직원들이 하루에 걷는 거리도 14마일에서 5마일 미만으로 줄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아직까지 창고 로봇을 도입하지 않은 물류센터에도 창고 로봇을 도입한다면 25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앞으로 창고 로봇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의 사례와 같이 창고 로봇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형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창고 관리 및 운영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노동력을 점진적으로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운영비를 상당히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물류 처리 전반에 걸쳐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창고 로봇이 단시일 내 확산되기는 어렵지만 고도의 지능 수준을 갖춘 창고 로봇의 보급이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고 로봇이 반드시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 효과만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창고 로봇의 적용 분야가 확대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특히 물류 산업은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분야라는 점에서 창고 로봇의 등장은 인간과 로봇 간 일자리 경쟁의 대표적 사례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배송 시간의 단축과 정확성의 향상 등 물류 산업 발전이라는 순기능을 강화하면서 일자리 파괴라는 역기능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가 향후 창고 로봇 발전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