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법률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아시아 시장에서 외연 확대 (사진) 법무법인 율촌은 5월 17일 인도네시아 대표 로펌인 루스디오노&파트너스(R&P)에 코리아 데스크를 설치하는 내용의 조인식을 체결했다. /율촌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법무법인 율촌은 국내 5대 대형 로펌 중(매출액 기준) 아시아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 법률 전문지가 아시아에서 활동 중인 법무법인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주요 수상 목록엔 늘 율촌의 이름이 올라갈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런 율촌이 아시아 시장에서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국내 5대 로펌 중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2007년 일찌감치 베트남을 시작으로 미얀마·러시아 등 선제적인 해외 법률 시장 개척을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율촌이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인도네시아, 기업 투자처로 각광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다. 중국에 이어 제2의 거대 소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조·유통·금융 등 다양한 업종의 투자처로 각광받는 중심 국가다.
이런 성장성에 기인해 한국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진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KOTRA에 따르면 2016년 현재 한국의 인도네시아 투자 진출 기업은 2200여 개에 달한다.
특히 2000년대 초 제조업 중심의 1차 진출 러시에 이어 최근에는 금융업 중심의 2차 진출 러시 등 진출 업종과 규모도 모두 확장 추세다. 그만큼 기업 간 분쟁, 법률 자문 수요가 활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율촌도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동남아 최대 네트워크 로펌인 지코 로 네트워크(ZICO Law Network)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 소재 루스디오노&파트너스(R&P : Roosdiono&Partners)에 5월 17일 현지 사무소를 신규 개설했다.
인도네시아는 법률 시장이 개방되지 않아 직접 사무소를 내는 대신 현지 로펌과 제휴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코 로 네트워크는 동남아 최대 네트워크 로펌으로, 그 소속인 R&P는 인도네시아 내에서 실력이 뛰어난 신흥 로펌으로 정평이 난 곳이다.
율촌은 자카르타에 현지 사무소를 설치, 시장 외연을 넓히는 것은 물론 한국 법 및 인도네시아 법에 대한 원스톱 밀착 자문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전문성만이 고객의 신뢰를 얻는 최상의 전략이라는 율촌의 철학을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이미 현지에서 전문성 인정받아
사실 율촌은 이번에 인도네시아 진출을 공식화하기 이전부터 한국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투자에 대한 맞춤형 법률 자문을 통해 차별화된 전문성과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사진) 한봉희 율촌 지역전문부문 대표. /율촌 제공.
한봉희 율촌 지역전문부문 대표는 “율촌은 2000년대 초반 롯데쇼핑의 인도네시아 최대 유통업체 매크로(Makro) 인수 자문에서부터 최근 한화의 현지 발전소 경영권 인수, IBK 기업은행의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 자문까지 다른 로펌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수많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굵직하고 복잡한 인도네시아 거래를 성공리에 수행하면서 축적된 독보적 경험과 지식이 있다”고 자평했다.
그의 말처럼 율촌은 지난 15년간 인도네시아 법률 시장 개척을 통해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를 쌓았다. 단기 투자로는 쌓을 수 없는 경쟁력으로, 법률 자문의 질도 다른 로펌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율촌 측은 설명했다.
특히 율촌은 현지 감독 당국과 긴밀한 업무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외국 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에 대한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BKPM) △외국 금융회사의 인도네시아 진출에 대한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인도네시아 금융위원회(OJK : Otoritas Jasa Keuangan) △인도네시아 공정거래위원회(KPPU) 등을 꼽을 수 있다. 윤희웅 율촌 기업법무 및 금융그룹 대표는 “인도네시아 정부 기관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함께 인도네시아 투자 관련 세미나를 주최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에서는 각종 인허가 취득 업무가 매우 까다로운데 율촌의 네트워크가 한국 기업의 수월한 인허가 취득에 윤활유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현지화로 공략
기업들의 해외 진출처럼 로펌이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 얼마나 일찍 현지화에 성공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동남아 시장은 현지 문화와 실무 관행이 상당히 중요해 자칫하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리스크가 높은 시장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전문성과 네트워크는 결국 ‘현지화’된 전문 인력에서 나온다는 게 율촌의 분석이다. 율촌은 예전부터 동남아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이 같은 결론에 다다랐다.
율촌은 이번에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서 백민우 변호사를 코리아 데스크로 선정했다. 백 변호사는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졸업해 현지 사회·문화·정서에 독보적인 경험과 이해도를 갖추고 있다고 율촌 측은 전했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인도네시아어에 능통하다.
예전부터 인도네시아 시장과 관련해 실무 최전선에서 고객의 요구 사항을 사전에 파악해 빠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율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사정을 잘 모르는 다른 로펌에서 불거질 수 있는 비용·언어·문화 차이에서 오는 오해 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또한 율촌은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R&P 소속 인도네시아 변호사를 율촌 서울 사무소에 파견 받기로 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에 변호사를 상호 파견하는 방식으로, 여타 한국 로펌에서 시도하지 않은 방식이다.
서울 사무소에서 근무할 인도네시아 변호사는 한국 고객이 필요로 할 때 서울 현지에서 인도네시아 법 자문 및 통역 등 고부가가치 법률 자문 수행을 하게 된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이 한국 진출을 고려할 때 필요한 법률 자문 및 조정 역할도 맡아 율촌의 자문 서비스 질을 한 단계 높일 전망이다.
백 변호사는 “이미 한국에는 인도네시아 리포(Lippo)그룹의 카지노 사업, 인도네시아 국영 은행(BNI)의 서울 지점 등이 진출해 있고 현지 기업의 한국 진출도 확대 추세”라며 “중국 사례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기업의 인바운드(해외 기업의 한국 투자) 법률 자문 업무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율촌의 이번 인도네시아 진출은 아시아 시장에서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베트남(호찌민·하노이)과 미얀마(양곤)에 이어 인도네시아(자카르타)까지 이어지는 ‘동남아 법률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베이징)과 러시아·중앙아시아(모스크바) 등 이미 진출한 지역 사무소까지 더하면 해외 영토 확장을 통한 자문 서비스의 질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부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해외 진출 영토 확장 기대
특히 율촌이 진출한 국가의 공통점은 지역적 특수성과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는 지역들이다. 한 대표는 “국내 대형 로펌 중 가장 대규모의 해외투자 법률 전문 인력을 구성하고 있다”며 “특히 현지 사무소마다 실력 있는 현지 변호사들을 고용, 상주 한국 변호사와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은 율촌 지역 전문 부문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최근 율촌 베트남 사무소는 미국계 글로벌 로펌 베트남 지사에서 10여 년 근무한 베트남 현지 변호사 2명을 신규 채용했다.
대부분의 국내 대형 로펌이 베트남에 사무소를 열고 있지만 글로벌 유수 로펌에서 장기간 근무한 현지 변호사를 채용한 사례는 율촌이 처음이다. 한국 등 외국 기업의 베트남 현지 투자에 대한 법률 자문 서비스의 깊이와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율촌 측은 강조했다.
◆인터뷰 - 윤희웅 율촌 기업법무 및 금융그룹 대표변호사
“철저한 현지법인화가 율촌의 최대 장점” 윤희웅(사진) 대표변호사는 율촌에서 지역 전문부문이 소속된 기업법무 및 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는 율촌이 해외시장에서 강점을 보이는 주된 요인을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서 찾았다. 향후 진출 예정인 해외시장에서도 현지법인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해외 기업에도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포부를 보였다.
△율촌이 해외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중점을 두는 부분은.
“해외 법률 서비스 시장의 핵심 방점은 ‘현지 전문성 강화’다. 해외 기업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화된 인재 영입에 적극 투자해 왔고 이런 방침을 계속 이어 갈 것이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현지 한국 기업 외에 외국 기업 자문 서비스 영역도 파고들 계획이다. 베트남 등 율촌 해외 사무소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한국 기업만 자문하는 사무소가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자문할 수 있는 현지법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지 전문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내세울 수 있는 율촌의 강점은.
“베트남 사무소가 대표적인 예다. 해외 유수의 로펌에서 10년 이상 훈련된 베트남 변호사들이 포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산업·기업 고객을 위해 수많은 거래를 자문하면서 축적된 율촌만의 경험과 지식이 해외 대형 로펌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다른 로펌 근무 경험으로는 얻기 힘든 율촌만의 무기라고 자부한다. 해당 국가 내 최고의 변호사를 채용하고 오래 일한 사람들은 현지 파트너십(local partnership) 제도를 도입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법률 자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조언은.
“현재 인도네시아 당사자와 체결되는 계약은 모두 인도네시아어로도 체결해야 하며 인도네시아어로 체결되지 않은 계약은 그 계약 자체가 무효가 돼 인도네시아 법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따라서 언어가 주는 의미 내지 해석의 차이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확한 인도네시아어로 번역·감수하는 것이 필수다. 특히 국문본과 인도네시아어본이 체결되면 전문 법률 용어들이 요구되는 국문 계약서를 인도네시아어로 정확하고 치밀하게 번역할 수 있는 인력은 극소수다. 백민우 변호사 등 현지화된 법률 전문가는 이러한 업무에 뛰어난 전문성을 갖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현지 회사와 합작 기업을 설립하거나 지분의 일부를 인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협업할 때 단기간에 협상을 마칠 의도로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상대방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현지 문화와 정서를 파악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진출 후에는 다양한 인도네시아 종족의 특성과 문화 등을 잘 고려해 유연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노무관리 및 운영 방안을 수립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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