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5월 중 후속 홍보 돌입…서비스 초기 안정 정착하도록 노력할 계획"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5월 17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 제휴 편의점을 찾았다. 1200원짜리 물건을 사고 2000원과 함께 바코드가 기재된 스마트폰을 건네며 “거스름돈은 네이버페이에 넣어 달라”고 말했다.
“아….” 아르바이트생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한참 동안의 침묵이었다. 이곳에서 두 달째 근무하고 있다는 20대 아르바이트생 A 씨는 “잠깐 기다려 달라”고 말하곤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거스름돈을 네이버페이에 적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통화를 끝낸 A 씨는 이것저것 만져보더니 POS 시스템(판매 시점 정보 관리 시스템)으로 기자의 스마트폰 내 모바일 바코드를 스캔했다. 이후 네이버페이 포인트에 800원이 충전됐다고 알리는 영수증을 건넸다.
기자 뒤에는 담배를 사려는 고객이 들어와 결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A 씨는 기자와 뒷손님을 의식한 듯 “처음 해보는 것이라 오래 걸렸다”며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경기도 안산 시내 한 제휴 편의점에서도 “거스름돈은 교통카드에 적립해 달라”고 말하자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며 잔돈을 거슬러줬다. 50대 점주 B 씨는 “학생들이 몰리는 시간”이라며 “죄송하지만 다음에 다시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2만3050곳에서 시행…초기 인지도 낮아
한국은행의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이 시행된 지 한 달여를 맞았으나 미흡한 홍보 등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은은 지난 4월 20일 거스름돈을 교통카드를 비롯한 선불 전자 지급수단에 적립하는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동전 사용과 휴대에 따른 국민 불편을 완화하고 유통 및 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한다는 취지다.
시범 사업자로는 CU·세븐일레븐·위드미·이마트·롯데마트 등 5개 유통 업체가 선정됐다. 이들 업체가 운영하는 편의점·백화점·슈퍼마켓은 2만3050여 곳에 달한다. 선불 사업자는 한국스마트카드(T머니)·이비카드(캐시비)·신한카드·하나카드·롯데멤버스·네이버·신세계 I&C 등 7곳이다. 적립된 충전금은 이들 업체와 제휴된 곳에서 물건을 사거나 지하철 요금에 보태 쓸 수 있다.
하지만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 한 달 째, 사업은 미흡한 홍보로 고객은 물론 사업자 역시 관련 정보를 모르는 이가 태반이었다. 기자가 만난 제휴 편의점의 점주 및 아르바이트생들은 ‘동전 없는 사회’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이를 묻는 고객 역시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동전 없는 사회에 대한 시범 사업자의 안내도 부족했다. 시범 사업자별 홈페이지를 조회한 결과 팝업창이나 안내문(공지 사항)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한 곳은 없었다. 점주 및 아르바이트생 역시 거스름돈을 건네받고 ‘동전 없는 사회’에 대해 안내해야 한다는 의무 사항이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단 선불 사업자 중에서는 네이버가 네이버페이 서비스 하단에 ‘세븐 일레븐에서 생긴 잔돈, 포인트로 충전’이란 배너를 달고 편의점에서 방법을 모를 때 이용 방법을 기재해 공지했다. ◆“모니터링 지속, 서비스 알리기 총력”
시범 사업자와 선불 사업자들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로 서비스 인지도가 낮아 이를 이용하는 이들이 적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10대 이용자를 중심으로, 또 시일이 지날수록 적립 건수와 금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금을 갖고 다니는 이들이 줄다 보니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표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현금 보유 비율이 비교적 높은 10대 학생들 위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CU 관계자 역시 “비록 절대적인 수치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관련 서비스의 인지도가 낮은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적립 건수와 금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CU에 따르면 T머니 교통카드 기준으로 4월 대비 5월 일평균 적립 건수는 17.1%, 적립 금액은 60.6% 각각 증가했다. 이 회사는 전국 1만1000여 개 점포에서 동전 적립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5개 시범 사업자 중 최대 규모다.
CU 관계자는 “시범 사업 기간 동안 해당 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한국은행과 협업해 동전 없는 사회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확대 구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5월부터 서비스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서비스 인지도가 낮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최근 시범 사업자들과 회의를 갖고 서비스 요청 건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 자료를 요청하고 회사 차원의 홍보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5월 중 서비스 알리기를 위한 후속 홍보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거스름돈의 ‘계좌 입금’ 방식을 추진하고 대상 업종도 약국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동전 없는 사회는 관행이자 문화의 한 영역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서비스 초기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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