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장남 채형석 이끌고, 사위 안용찬 다지고”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지금은 애경그룹의 중심 계열사인 제주항공에도 ‘미운 오리 새끼’ 시절은 있었다.

출범 당시 고유가와 고환율, 대형 항공사의 저비용 항공사(LCC) 진출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터지면서 5년 연속 적자로 누적 손실액만 700억여원에 달했다. 재계 안팎에선 항공 산업에 도전하는 애경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애경은 1950년대 비누회사로 시작해 생활용품 업체, 화학과 유통 레저로 뻗어나간 ‘변신의 귀재’였지만 위험부담이 큰 항공 산업 도전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 선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경영진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역점 사업이었던 면세점 대신 제주항공을 선택하는 강수를 뒀다. 롯데그룹에 AK면세점을 매각하고 7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100억원을 제주항공에 투입했다.
‘미운 오리새끼의 변신’ 제주항공을 이끈 사람들
◆‘장남과 사위’ 제주항공 성공기

도전의 중심에는 고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자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있다. 그는 2002년 그룹 부회장에 취임한 이후 4년 만인 2006년 총괄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다.

제주항공은 채 총괄부회장의 야심작이자 경영능력을 시험받는 가늠자로 통했다. 채 총괄부회장은 오래전부터 항공업을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LCC 성공이 한국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제 한국에도 국내선 위주의 항공사가 하나쯤 나올 때가 됐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현재 제주항공은 6년 연속 ‘흑자 경영’에 이어 국내 3대 항공사에 올랐다. 채 총괄부회장의 뚝심이 애경의 계륵을 효자로 탈바꿈시킨 셈이다.

채 총괄부회장이 애경의 도전을 성공 가도에 올렸다면 그의 매제인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은 제주항공을 아시아 대표 LCC로 키우기 위해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안 부회장은 장영신 회장의 맏딸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이자 채 총괄부회장의 대학 친구다. 1987년 애경산업 마케팅부에 입사한 이후 2006년부터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을 맡고 있다.

애경그룹은 2012년 제주항공에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더하기 위해 안 부회장을 제주항공 경영총괄 대표이사 부회장에 앉혔다.

아시아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투자 규모 확대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안 부회장은 취임 후 노선 확장을 통한 이용객 추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2020년까지 매년 6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2020년 50대의 항공기를 아시아 각국 60여 개 노선에 띄워 매출액 1조5000억원, 영업이익 15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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