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애플, 증강현실 개발자 도구 발표…관련 서비스 및 게임 개발 촉매제
팀 쿡의 야망, ‘세계에서 가장 큰 AR 플랫폼’
(사진)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6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호세에서 열린 애플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신제품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최형욱 IT 칼럼니스트] 얼마 전 애플의 개발자 행사인 ‘2017 세계 연례 개발자 회의(WWDC)’가 열렸다.

여기에서 애플은 새로운 인공지능(AI) 스피커인 ‘홈팟’을 비롯해 ‘아이패드 프로 10.5’와 같은 새로운 제품과 신규 운영체제인 iOS 11 등 애플의 차기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많은 내용들을 발표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잔치인 개발자 행사에서 ‘홈팟’이라고 불리는 애플의 인공지능 비서 ‘시리’를 탑재한 스피커는 단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애플이 강조한 또 하나의 내용이 있다. 바로 개발자들이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좀 더 쉽게 증강현실(AR)로 불리는 AR 서비스(애플리케이션)를 만들 수 있는 ‘AR키트(kit)’라는 개발자 도구를 발표한 부분이다.

◆애플, ‘AR’ 차기 먹거리 선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에서 가장 큰 AR 플랫폼’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AR을 애플의 차기 먹거리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실 애플의 AR에 대한 관심은 이미 ‘리얼 페이스’나 ‘페이스시프트’와 같은 3차원(D) 얼굴 인식이나 표정을 통해 감정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이모션트’, AR 기술을 다루는 독일의 메타이오, AR 소프트웨어 업체 ‘플라이바이미디어’와 같은 AR 업체를 인수하면서 가시화됐다.

또 올해 2월에는 쿡 CEO가 영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AR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는 아이폰과 접목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술”이라고 말한 적이 있을 만큼 애플은 그동안 AR 기술 자체뿐만 아니라 이를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애플의 기존 제품에 녹여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많이 고민해 왔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애플의 고민은 차기 아이폰 루머에서도 엿볼 수 있다. 가장 최근 흘러나온 차기 아이폰 사양을 보면 기존 아이폰 7플러스에 탑재된 후면 듀얼 카메라뿐만 아니라 전면에도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다는 소문이 있다.

이를 이용해 전면 셀프 카메라와 같은 사진 촬영 시 심도를 측정하거나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때 기존의 2D 방식이 아닌 3D 방식으로 측정해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연간 2억 대 이상의 아이폰을 판매하는 애플이 AR에 활용할 수 있는 카메라 등의 하드웨어를 직접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개발자 툴까지 공개한 부분은 분명 AR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다.

AR에 대한 관심은 애플에 앞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열린 구글의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에서 구글은 ‘구글 렌즈’라는 AR 서비스를 신규로 공개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카메라를 켜고 주변에 있는 레스토랑을 보면 해당 레스토랑의 리뷰나 메뉴, 전화번호와 같은 정보가 뜨는 형태의 서비스다.

즉 구글이 가진 다양한 정보를 실제 현실에 입혀 사용자들이 인지하기 쉽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이 회사는 스마트폰에 AR 기술을 적용하는 개발 사업으로 ‘탱고’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레노보와 함께 제품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 역시 VR이나 AR과 같은 가상 환경에 관심이 많다. VR 업체인 오큘러스를 인수한 데 이어 별도의 VR 단말과 함께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메시지 서비스를 실제 환경에서 가상 캐릭터를 통해 사용자 간 얘기를 하는 것처럼 만드는 시연을 하는 등 AR 활용처에 대한 다양한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올해 개발자 콘퍼런스인 ‘F8’을 통해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해 AR 효과를 줄 수 있는 ‘AR 카메라 플랫폼’을 발표했다.

이 밖에 미국 10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인 스냅챗 역시 ‘뉴 월드 렌즈’라는 AR 필터를 소개했다.

◆애플, 폐쇄적이지만 개발자에게 긍정적

우리 주변에도 AR을 이용한 서비스가 이미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글로벌에 이어 국내에서도 열풍을 일으켰던 AR 활용 게임 ‘포켓몬 고’다.

실제 현실 세계에 다양한 포켓몬들을 겹쳐 보이게 하면서 게임을 하는 사용자들이 실제 생활에서 다양한 포켓몬 캐릭터들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이다.

스웨덴의 가구 회사 이케아는 현실의 공간에 자신들의 가상의 가구들을 배치해 볼 수 있는 AR 카탈로그 서비스를 제공해 실제 공간에 가구를 놓지 않아도 어떤 가구가 어울리는지, 어떤 색상이 잘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에서 만든 ‘스노우’가 AR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셀카를 찍을 때 다양한 AR 필터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의 모습을 좀 더 재미있게 꾸밀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올 초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S8’ 역시 카메라 앱에 AR 효과를 주는 스티커를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AR 환경은 우리 주변에 가깝게 다가오고 있지만 AR 서비스의 대부분은 아직 사진이나 동영상의 특수 효과를 줄 수 있는 필터로 제공되고 있다. AR 게임 역시 포켓몬 고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화제작이 없다.

또 구글은 오랫동안 프로젝트 ‘탱고’ 등의 AR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지만 하드웨어 개발에 대한 제약 조건과 함께 안드로이드 환경에서 개발자를 위한 툴을 제공하고 있지 않아 제약이 있다.

반면 애플의 이번 발표는 보다 큰 의미가 있다. 분명 애플이라는 제품에 한정돼 폐쇄적인 생태계이긴 하지만 AR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개발자에겐 애플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 대상으로 각사별로 다양한 AR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팀 쿡의 야망, ‘세계에서 가장 큰 AR 플랫폼’
(사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 직원이 지난해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빌드 콘퍼런스 2016’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AR) 헤드셋 홀로렌즈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팀 쿡의 야망, ‘세계에서 가장 큰 AR 플랫폼’
(사진) 구글 글라스를 의학용으로 활용하는 모습. /구글 제공


◆“10억 이용자, 시장 규모는 600억 달러”

글로벌 정보기술(IT) 부문 인수·합병(M&A) 자문 기업인 디지캐피털의 CEO이자 AR·VR M&A의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팀 머렐은 모바일 AR 시장에 대한 전망에서 향후 2021년까지 모바일 AR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10억 명까지 증가할 것이고 시장 규모는 6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얼굴에 별도 기기를 착용해야 했던 일부 VR 서비스와 달리 모바일 AR은 소비자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후면 듀얼 카메라 탑재와 3D 인식 기술의 발전은 AR 시장 확대를 더욱 급속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스냅챗 기술에서도 볼 수 있듯이 카메라 AR 효과도 2D 스티커를 넘어 3D로 표현되는 스티커나 이모티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의 갭시(Gabsee)나 핀란드의 퓨처플라이와 같은 스타트업들은 얼굴 인식과 컴퓨터 비전 기술을 통해 개인의 3D 아바타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동영상이나 사진에 AR 효과로 넣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얼굴에 2D 특수 효과를 제공하던 수준에서 3D 형태의 특수 효과를 이용하고 사용자의 얼굴 자체를 3D로 인식해 자신만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다양한 AR 효과로 사용하도록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아이폰의 루머처럼 전면 듀얼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 좀 더 정밀한 3D 이미지 인식 등을 통해 지금 업체들이 제공하는 3D 아바타 캐릭터보다 좀 더 정밀하고 다양한 아바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도 등장할 전망이다.

게임 역시 포켓몬 고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VR처럼 실제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현실 세계에 가상의 캐릭터나 개인의 3D 아바타를 통해 게임을 실행함으로써 간접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시장인 만큼 애플의 이번 발표는 AR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나 게임들이 나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바로 애플이 생각하는 AR의 청사진을 보기 위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