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대박 기업의 비밀 - KT&G]
민영화 이후 시가총액 3배 이상 증가…담배수출·홍삼 판매 호조로 실적 고공 행진
KT&G, 세계 5위 담배기업 된 비결은
(사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KT&G 담배를 구입하고 있다. /KT&G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저성장 시대에도 ‘흑자 경영’으로 주목 받는 기업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들 기업은 우수한 실적으로 성과를 증명하며 성장과 고용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잘되는 기업은 뭐가 다를까.

흑자 경영의 성공 사례, 이번 주인공은 민영화 이후 글로벌 5위 담배 기업으로 성장한 KT&G다.

KT&G는 담배 시장 개방 후 외국계 거대 담배 회사와의 치열한 경쟁에도 약 60% 점유율을 유지하는 국내 넘버원 담배 기업이다.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5위 담배 기업이기도 하다.

세계 담배 시장에서 다국적 담배 회사와 경쟁해 자국 시장의 절반 이상을 지키고 있는 로컬 담배 기업은 KT&G가 거의 유일하다.

KT&G는 담배 사업 외에도 ‘정관장’으로 알려진 KGC인삼공사·영진약품·코스모코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KT&G는 담배와 홍삼 사업 분야에서 국내시장 넘버원 지위를 확고히 하고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해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담배 사업은 중동·러시아 등 기존 주력 시장은 물론 미국·동남아·아프리카 등 신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홍삼 사업은 세계 최대 마켓이자 기회의 땅인 중화권 시장을 집중 개척할 방침이다.

KT&G는 또한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제약·화장품 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담배 시장 개방 이후 해외로 눈 돌려
KT&G, 세계 5위 담배기업 된 비결은
KT&G가 1987년 전매청에서 한국전매공사로 전환한 이후 국내 담배 시장은 외국에 개방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글로벌 기업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위기에 직면한 KT&G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1988년 중동 지역에 처음으로 ‘솔(PINE)’ 담배를 수출했다.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 노력으로 꾸준한 수출 성장을 이어 온 KT&G는 2015년 해외 담배 판매량 465억 개비를 달성하며 국내 판매량인 406억 개비를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1999년 26억 개비에 불과하던 수출량은 2002년 민영화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999년보다 18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KT&G의 해외 판매량은 전년 대비 4.7% 증가한 487억 개비를 기록, 2년 연속 최고 판매량을 경신했다.

KT&G는 솔(PINE)·에쎄(ES SE)·타임(TIME) 등을 앞세워 중동과 러시아 등 주력 시장은 물론 아시아·아프리카·미국 등 신흥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KT&G의 해외 실적 호조는 미국·아시아·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유통망 확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KT&G는 올해 1분기에 이들 신흥 시장에서 65억 개비를 판매하며 지난해 1분기 52억 개비보다 25%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1분기 해외 판매량의 약 50%에 해당하는 것으로, 2010년에 비해 약 3.2배 성장한 것이다.

◆해외시장별 맞춤형 전략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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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세계 최대 담배 산업 박람회인 인터타박의 에쎄 부스. /KT&G 제공

KT&G는 국가별로 다른 소비자 기호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으로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KT&G 담배 제품의 인기는 세계 4위 규모의 담배 시장을 형성 중인 인도네시아에서도 통한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일반 담뱃잎을 사용하는 기존 시장과 달리 ‘정향(clove)’이라는 향신료를 가미해 독특한 맛을 지닌 ‘크레텍(Kretek)’제품이 주를 이룬다. 외국계 담배 회사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국가로 꼽는 이유다.

KT&G는 2011년 현지 담배 기업 트리삭티를 인수한 이후 현지 맞춤형 제품을 선보여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KT&G가 지난해 8월 크레텍 제품으로 출시한 ‘에쎄 베리팝(ESSE BERRY POP)’은 출시 6개월 만에 4200만 개비 이상 판매됐다. 베리팝의 인기로 인도네시아 법인은 올 1분기 판매량 9억7000만 개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6억 개비보다 약 62% 증가한 것이다.

KT&G 제품은 한류 열풍이 뜨거운 대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02년 대만에 수출을 시작한 이후 KT&G의 수출량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KT&G의 지난해 대만 수출량은 6억1000만 개비로, 전년(4억6000만 개비)보다 32.6% 증가했다.

대만 담배 판매량은 2010년 출시한 보헴 브랜드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대만에서의 보헴 판매량은 4억 개비로, 출시 첫해보다 20배 이상 뛰었다. 보헴은 현재 KT&G가 대만에 수출하는 전체 판매량의 65% 이상을 차지하며 ‘담배 한류’를 이끌고 있다.

대만의 한 소비자는 “보헴은 시가 향이 독특하고 제품 자체가 유니크해 20대 초반 젊은 대학생과 화이트칼라가 선호하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몽골 내 수입 담배 점유율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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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송영 기자

KT&G 제품의 인기는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KT&G는 2000년 470만 개비의 담배를 첫 수출하며 현지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후 꾸준한 마케팅 전략으로 2010년 이후 매년 성장 곡선을 그려 가고 있다.

지난해 몽골에서 판매된 KT&G 담배는 7억5000만 개비로 수출 첫해에 비해 160배 가까이 증가했다. 몽골 시장에서 KT&G의 점유율은 약 17.8%(자체 시장조사 결과)에 달한다.

KT&G의 몽골 수출 성장세는 초슬림 저타르 브랜드인 ‘에쎄(ESSE)’가 이끌었다. 에쎄는 몽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울란쇼부(Ulaan Shonhor)’ 담배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지만 수입 담배 브랜드 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몽골에서 판매되는 수입 담배 브랜드 중 24%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며 초슬림 담배 중에서는 78%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에쎄의 이 같은 점유율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한 KT&G의 현지 마케팅 전략 덕분이다. KT&G는 몽골의 담배 시장이 고타르 레귤러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점에 착안해 저타르 초슬림 제품인 에쎄를 내놓는 역발상으로 승부했다.

현지인들은 에쎄를 기존 제품보다 자극이 덜한 저타르 고급 담배로 선호하기 시작했고 KT&G가 몽골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계기가 됐다.

에쎄는 중동·러시아 등 KT&G의 기존 주력 시장에서도 인기다. KT&G는 이들 시장에서 기존 에쎄보다 길이가 짧아 휴대가 편리한 ‘에쎄 미니슬림’을 선보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신흥 시장인 미국에서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타임’ 제품을 진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블렌딩해 히트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KT&G 관계자는 “세계 각국마다 선호하는 특성이 달라 현지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펼쳤던 것이 수출 청신호의 계기가 됐다”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제품을 발판 삼아 더욱 다양한 지역으로 수출 저변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실적 전망도 청신호
KT&G, 세계 5위 담배기업 된 비결은
KT&G는 담배 수출 및 홍삼 판매 증가에 힘입어 올 1분기에도 실적 고공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T&G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한 1조178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소폭(0.6%) 상승한 3955억원을 거뒀다. 특히 1분기 해외 담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133억 개비를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판매액 역시 1.9% 늘어난 236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1분기 국내 담배 판매량은 103억 개비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1.7%포인트 오른 61.2%를 기록하며 60% 선을 탈환했다.

최근엔 새로운 유형의 궐련 전자담배인 아이코스(iQOS)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KT&G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일부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아이코스가 KT&G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소비자들은 전통 담배 대비 흡연 만족도가 낮다는 측면에서 아이코스를 기존 전자담배의 일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우려했던 아이코스의 독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KT&G는 관련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궐련 전자제품 출시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회사인 KGC인삼공사도 좋은 성과를 이어 가며 그룹 실적에 힘을 보태고 있다.

KGC인삼공사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34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14.9% 늘어난 792억원을 거뒀다.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백화점·면세점·홈쇼핑 등 전 유통 채널이 고른 성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결과다. ‘에브리타임’, ‘화애락’ 등 인기 상품의 판매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KT&G 관계자는 “전략 브랜드 중심의 차별화한 신제품 출시를 통해 담배 수출을 더욱 확대하고 홍삼 사업 역시 제품 라인업 확대와 해외 유통 채널을 다양화해 지배력을 공고히 해나갈 계획”이라며 “그룹의 주요 사업인 담배 사업과 홍삼 사업 모두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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