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공탁, 원인에 따라 네 종류로 분류…정확한 절차 밟아야 뒤탈 없어
임대 보증금을 누구에게 줘야 할까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30여 년간 지방 행정공무원으로 일하다 명예퇴직하게 된 A씨.

다행히 자녀들이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했고 공무원연금도 부부 둘이 살기에 적지 않지만 고령화사회에 연금만 믿고 있기에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 고향인 나주혁신도시에 각종 공공 기관이 이전함에 따라 전세 수요가 늘어나고 그래도 부동산이 안전 자산이라는 판단 아래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한 대금에 명예퇴직금과 연금 대신 일부 받은 퇴직금을 더하고 기존의 임대 보증금 채무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3층짜리 다세대(6세대)주택을 구입했다.

다세대주택 3층에서 모처럼 평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A 씨가 부인과 산책을 다녀온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B가 1층 101호에 관한 전세 보증금 채권 8000만원 중 3000만원을 가압류한다는 결정문과 C로부터 전세 보증금 채권 중 6000만원을 양도받았다는 취지의 채권양도통지서가 담긴 내용증명우편이 배달돼 왔다.

한편 얼마 전 101호에 대한 임대 기간이 종료됐고 101호에 관해 보증금을 8000만원으로 하는 임차권 등기가 돼 있고 아직 세입자인 D가 101호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다. A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A가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공탁’이 있다. 공탁은 반드시 법령에 근거해야 하고 당사자가 임의로 할 수 없다. 법령에서 정한 요건이나 절차에 위반된 공탁은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없다.

공탁은 공탁 원인에 따라 변제공탁·담보공탁·집행공탁·혼합공탁 등으로 분류된다.

변제공탁은 금전 기타 재산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부담하는 채무자가 채권자 측에 존재하는 일정한 사유(채권자의 수령 거절, 수령 불능)로 인해 변제할 수 없거나 채무자의 과실 없이 채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변제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 채무의 목적물을 공탁함으로써 채무를 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담보공탁은 상대방에게 생길지도 모르는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공탁으로, 가령 가집행선고·가압류·가처분 등에 수반되는 공탁 등이 그것이다.

집행공탁은 강제집행절차에서 일정한 경우에 집행 당사자나 제3 채무자가 민사집행법상의 권리·의무로서 집행 목적물을 공탁해 그 목적물의 관리 등을 공탁 절차에 따라 행하게 하는 제도다.

또한 혼합공탁은 공탁 원인 사실 및 공탁 근거 법령이 다른 실질상 두 개 이상의 공탁을 공탁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하나의 공탁 절차에 따라 하는 공탁을 말한다.

공탁은 공탁자가 자신의 책임과 판단 아래 하는 것이다. 공탁자는 나름대로 누구에게 변제해야 할 것인지 판단해 그에 따라 변제공탁·집행공탁·혼합공탁을 선택해 공탁할 수 있다.

또 제3 채무자가 변제공탁을 할 것인지, 집행공탁을 할 것인지 아니면 혼합공탁을 할 것인지는 피공탁자의 지정 여부, 공탁의 근거 조문, 공탁 사유 신고 등을 종합적·합리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A는 전세 보증금 채권 8000만원 전액을 변제공탁하거나 집행공탁 또는 혼합공탁할 수 있다. 다만 공탁서를 작성할 때 공탁 원인 사실과 공탁 근거 법령(집행공탁은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 변제공탁이나 혼합공탁은 민법 제487조) 등을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

법원이 공탁자가 공탁서에 피공탁자와 공탁 근거 법령 조항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공탁자에게 불리하게 의사해석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공탁은 공탁자가 자기의 책임 아래 누구에게 변제해야 할 것인지 판단해 그에 따라 변제공탁·집행공탁·혼합공탁을 선택해야 한다.
임대 보증금을 누구에게 줘야 할까
(사진)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연합뉴스)


◆보증금 반환과 등기 말소의 순서는?

그러면 A가 D의 101호 건물 명도와 101호에 관해 마쳐진 임차권 등기의 말소를 조건으로 전세 보증금을 공탁하는 것은 가능할까.

변제공탁의 목적인 채무가 조건 없는 채무라면 그 변제공탁도 무조건적으로 해야 하지만 채무자(공탁자)가 채권자(피공탁자)에 대해 선이행 또는 동시 이행의 항변권을 가졌다면 채권자의 반대급부 이행을 공탁물 수령 조건으로 공탁할 수 있다.

판례상 임대차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임차인이 임차 목적물을 명도할 의무와 임대인이 보증금 중 연체 차임 등 해당 임대차에 관해 명도 시까지 생긴 모든 채무를 청산한 나머지를 반환할 의무는 동시 이행의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A는 ‘임차인 D의 10호 건물 명도’를 반대급부 조건으로 한 변제공탁을 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건물 명도와 동시 이행 관계에 있는 임차 보증금의 변제공탁을 하면서 ‘건물을 명도했다는 확인서를 첨부할 것’을 반대급부 조건으로 붙였다면 그 변제공탁은 명도의 선이행을 조건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무효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27594 판결).

또 임대인의 임대차 보증금 반환 의무와 임차인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 의한 임차권 등기 말소 의무가 동시 이행의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가 임차인의 임차권 등기 말소 의무보다 먼저 이행돼야 할 의무다.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4529 판결), 임대차 보증금을 변제공탁하면서 임차권 등기 말소를 반대급부 조건으로 공탁할 수는 없다.

용어 설명
공탁 : 공탁자가 법령에 규정된 원인에 따라 금전·유가증권 등을 공탁소에 맡기고 일정한 자가 공탁물을 수령하도록 함으로써 법령에서 정한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