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평가 첫 A등급…부채 감소와 실적 성장으로 재무 건전성 강화
정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 평가는 공공기관의 경영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표다. 공공기관별로 최고 S등급부터 최하 E등급까지 등급을 부여한다. 결과에 따라 각각의 공공기관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상위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한 해 농사를 잘 마무리한 기관으로 평가받고 최대 15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하위권에 자리하면 방만하다는 지적과 함께 성과급은 고사하고 기관장이 해임되기도 한다. 매년 공공기관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혈안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공기관 경영 평가 결과가 나오면서 공공기관들의 명암이 갈리는 모습이다. 과연 상위권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들은 어떤 방법으로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한경비즈니스는 이번 공공기관 경영 평가 결과를 토대로 상위권에 포진한 공공기관의 성공 비결을 시리즈로 분석 중이다. 둘째 주인공은 한국서부발전이다. (사진) 충청남도 태안에 자리한 한국서부발전 본사 전경. /한국서부발전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한국서부발전은 이번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주요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A등급을 획득했다.
서부발전은 2001년 한국전력공사(한전)에서 분리 발족한 6개 발전 회사 중 한 곳이다. 태안발전본부를 비롯해 평택·서인천·군산 등 4개 발전 단지를 보유 중이다. 이들 발전 단지의 발전설비 용량은 1만1776.7MW로, 국내 총발전설비 용량의 약 10.4%에 해당한다. 국내 전력 생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한전 자회사의 옷을 벗고 독자 경영에 돌입하면서 2011년부터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 평가를 받기 시작했는데 과거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낙제점을 받았던 흑역사도 있다. 방만 경영이 도마 위에 오르며 2013년 경영 평가 성적이 D등급까지 떨어졌었다. 이후 방만 경영 정상화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상화 과제들을 하나하나 이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매년 경영 평가 성적이 한 단계씩 상승했고 이번에 사상 첫 A등급을 따내며 최고의 공공기관 중 한 곳으로 올라섰다. 에너지 공기업이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는 크게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정량적 평가와 경영이념·경영능력·사회공헌 등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정성적 평가로 구분된다.
정량적 평가 점수가 나쁘면 정성적 평가 점수가 아무리 좋아도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보통 정량 평가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는 생산성 향상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생산성 향상 항목은 전년도와 비교한 생산성 개선도로 평가하는데, 전력 수급이라는 사업 특성상 발전사들이 전년 대비 실적을 개선하기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서부발전은 정성적 평가뿐만 아니라 정량적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획득하며 종합 등급을 끌어올렸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노력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비결1. 차별화된 전략으로 재무 건전성 강화
지난 몇 년간 서부발전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녹록하지 않았다. 국내외 경기 회복 부진으로 전력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는 추세였다.
발전소 건설 집중 투자로 부채비율 역시 날로 높아지고 있었다. 서부발전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부채 감축과 실적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고 지난해 마침내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며 재무 건전성을 한층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경영 평가 A등급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서부발전은 지난해 부채 감축 부분에서 돋보였다. 꾸준히 자산 매각, 투자 억제 등 자구 계획을 실시한 결과가 비로소 빛을 발하며 3년 만에 부채비율 줄이기에 성공했다.
서부발전은 그간 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자산을 매각해 왔는데 매각 방식에서 다른 공공기관과 차별성을 보였다. 헐값 매각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자산매각추진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사업별 여건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미국 네바다 태양광 사업권을 제값 받고 조기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투자비를 초긴축 운영해 온 것도 부채 감축 계획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발전 사업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사적 노력을 통해 서부발전은 작년 한 해 부채비율(총부채÷자본)을 149.6%(전년 164.1%)로 줄였다.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예산을 절감했다. 최적 구매 시기를 분석하고 포착해 연료를 구매했으며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예산집행을 통제했다. 이렇게 아낀 예산만 지난해 1169억원이다.
고장 정지율과 비계획 손실률 최소화 등 설비 신뢰도 향상을 통한 실적 상승세도 지난해 이어졌다. 서부발전은 지난해 영업이익 5887억원, 영업이익률 14.1%를 기록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선제적 설비 보강과 노후 설비 집중 관리로 지난해 제로(0) 수준에 근접한 0.076%의 비계획 손실률을 달성하며 운전 마진을 극대화한 결과”라고 전했다. 비계획 손실률은 전체 발전 가능량 중 불시 고장, 성능 저하 등으로 발전기가 정지 또는 출력을 낮추면서 발생하는 손실량의 비율을 의미한다. 서부발전은 30년 이상 운전하고 있는 평택기력, 1990년대 초반 건설된 평택1복합과 서인천복합 등 다른 발전사에 비해 다수의 노후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기의 불시 고장 우려는 물론 운전 마진에서의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부발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장 예방 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했다. 서부발전의 노력은 여기서 빛났다. 고장 예방 활동의 일환으로 예방 정비 및 예측 진단을 강화하기 위한 설비 진단 전문가를 양성함과 동시에 관련 기술 자료를 집대성했다.
이 과정에서 수년간 다른 발전사들의 고장 사례 및 유형을 분석하고 고장 발생 빈도가 높은 기기는 정밀 진단을 통해 취약점에 대한 예방 정비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밖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발전 운영 분야에 적용해 설비 점검의 안전성·효율성·정확성을 제고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드론·초음파기기 등 최첨단 기기를 활용해 높은 곳과 사각지대의 설비 이상 유무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점검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향후에도 끊임없는 고장 예방 활동으로 비계획 손실률 제로에 도전할 계획이다.
◆비결2. 사회적 책임 요구에 부응한 ‘상생 경영’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요구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서부발전은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하는 상생 경영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펼쳤다. 정성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구축한 상생 결제 시스템이다. 협력 기업과 동반자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어 나가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공기관 최초로 마련했다.
서부발전은 상생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협력 중소기업이 낮은 수수료로 납품 대금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했다. 서부발전의 1차 협력사가 2·3차 협력사에 지급하는 물품 대금을 서부발전의 신용도로 결제해 부도 위험 없이 신속하게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세 중소기업이 자금 유동성을 강화해 자생력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서부발전은 다양한 유형의 중소기업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해외 사업과 연계한 시장개척단 파견 △해외 지사화 사업을 위한 사전 시장조사 지원과 해외 바이어 발굴 △현지의 법과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해외 법률 지원 서비스 △현지 마케팅 활동과 안정적 납품 환경 조성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지원 영역을 스타트업으로까지 확대한 상태다. 이른바 ‘상생 서포터즈 청년·창업 프로그램’으로, 정부와 함께 창업·벤처기업의 우수 아이템을 사업화하고 글로벌 진출을 돕는 사업이다. 창업·벤처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아이템 보강 및 사업화, 멘토링, 투자 연계 등을 지원해 신속한 사업화와 수출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연구 과제나 각종 지원 사업 등에서 소외된 영세기업을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수탁기업협의회’를 결성해 이들의 체질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서부발전이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하는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2017년을 포함해 2년 연속 ‘우수’ 등급을 획득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자평했다.
◆비결3. 민감한 이슈에 적극 대응…이미지 제고
공공기관의 평판 역시 경영 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서부발전은 자사와 연관된 각종 민감한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이미지 제고에 힘써 왔다.
지난해부터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서부발전이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서부발전은 미세먼지 논란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8월 태안발전소가 들어선 지방자치단체인 충남 태안군과 긴밀한 협의 과정을 거쳐 미세먼지 저감 이행 계획을 수립해 대응하기 시작했다.
태안화력 1~8호기의 먼지·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 미세먼지 원인 물질을 2025년까지 2단계에 걸쳐 2015년 대비 75% 감축하기로 하고 즉각 실행에 들어간 것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태안화력발전소 1~8호기에 대한 환경 설비 보강이다. 그 결과 지난해 태안화력 1~8호기 미세먼지 원인 물질을 2015년 대비 28%(약 1만 톤) 감축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5대 발전사(한국남부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 중 최대 규모 성과를 거뒀다.
추가 미세먼지 감축 노력을 위해 올해부터는 사이클론 방식으로 불리는 신기술도 발전기에 시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사이클론 방식이란 탈황 설비 내부에 난류기, 3단 스프레이 노즐, 사이클론 집진기를 설치해 혼합과 확산, 원심력 등 원리를 종합적으로 이용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현재 신기술이 적용된 발전기는 태안 1호기다.
태안 1호기는 황산화물은 20ppm 이하, 먼지는 ㎥당 5mg 이하로 처리되고 있다. 이는 현재 가장 엄격한 배출 기준을 적용받는 수도권 석탄화력 배출 기준보다 낮은 수준이다.
서부발전은 태안 1호기에 적용된 신기술을 성능 검증을 거쳐 2020년까지 전체 발전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기술이 전체 발전기로 확대되면 미세먼지 원인 물질을 약 50% 이상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부발전은 내다봤다.
◆신재생 및 해외투자 강화 예정
경영 평가 결과에서 A등급을 획득한 서부발전 내부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 고무된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정하황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2년 연속 최고등급’이라는 목표를 갖고 정진 중이다.
서부발전은 지난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한 만큼 올해는 이를 활용한 선순환 투자를 시행할 방침이다. 역점을 두는 부분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및 해외투자다. (사진) 정하황 한국서부발전 사장. /서범세 기자
신재생에너지 부분을 살펴보면 서부발전은 2030년까지 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새 정부의 국정 과제를 달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현재 서부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은 총발전량 대비 6% 수준인데 단계적으로 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본격적으로 해외 발전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선 인도네시아와 라오스를 성장 거점 지역으로 지정하고 그동안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부발전은 최근 신재생사업처와 해외사업실을 신설하는 등의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동안 발전소 건설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총괄하던 전원개발처를 신재생사업처와 건설기술실로 분리,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전문 역량을 강화했다.
또 해외사업실은 기존의 해외 사업 전략 수립과 개발운영, 해외 신재생 등 해외 사업의 전체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의 또 다른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예정이다. 서부발전은 발전사 중 가장 먼저 5월부터 정 사장이 직접 팀장을 맡는 일자리 창출 태스크포스(TF)팀을 설치했다.
2개의 실무 TF가 각각 민간과 공공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전담하고 있다. 민간 분야에서는 본사와 주력 발전소가 자리한 태안에서 에너지 신사업을 확대 추진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
이를 위해 서부발전은 2022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시설에 4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580억원을 지원한다.
공공 분야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등 증원 요소를 발굴하면서 회사의 전문 역량을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발전운영·건설·신재생에너지·해외사업 등을 통해 내부 고용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서부발전은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지침이 확정되는 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을 구체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enyou@hankyung.com
[비즈니스포커스:혁신 공기업 탐방2 - 한국서부발전 기사 인덱스]
-한국서부발전, 에너지 공기업 중 가장 빛났다
-박연달 한국서부발전 처장 "공기업도 혁신 없이 영속성 보장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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