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글로벌 항공 시장]
LCC에 밀린 미·유럽 메이저, 노선 공유·수익 배분 ‘최고 수준’ 협력 박차
글로벌 항공동맹, 조인트벤처로 진화
(사진) 미국 존F케네디공항 /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이정흔 기자 ]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도 저비용 항공사(LCC)의 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글로벌 항공사들 역시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항공 동맹 체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조인트벤처(JV) 붐이 거세다.

항공사 간 제한적인 코드셰어와 동맹체(얼라이언스) 수준의 협업으로는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항공사들 간의 ‘헤쳐 모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LCC 경쟁에 밀린 메이저 항공사들

독일의 2위 항공사인 에어베를린이 파산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8월 16일 전해졌다. 에어베를린은 사업을 쪼개 일부는 독일 1위 항공사 루프트한자에, 나머지는 유럽 2위 저가 항공사인 이지제트에 매각될 전망이다.

에어베를린은 그동안 최대 주주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에티하드항공이 자금을 지원해 살아남았지만 지난 수년간 극심한 경쟁 속에 막대한 적자가 쌓여 결국 이날 손을 들었다. 에티하드항공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기로 하면서 파산이 결정됐다.

올해 5월 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항공사인 알리탈리아항공이 파산 절차에 들어간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알리탈리아항공은 직원들이 구조조정안을 거부하고 49% 지분으로 최대 주주였던 에티하드항공이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하면서 파산했다.

유럽 메이저 항공사들의 잇단 파산 소식은 글로벌 항공 시장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유럽 시장에선 저가 항공사들의 공세로 항공권 가격이 폭락하며 기존 메이저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공교롭게도 알리탈리아항공과 에어베를린 파산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아부다비의 에티하드항공이었다. 에티하드항공은 그동안 유럽 항공사 여러 곳에 지분을 투자해 중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노선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전략을 펼쳐 왔다. 2011년 이후 에티하드항공이 에어베를린에 쏟아부은 돈이 18억 유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에어베를린과 알리탈리아항공 등의 항공사가 라이언에어·이지제트 등 유럽 저가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결국 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에티하드항공은 성명을 통해 “에어베를린의 사업이 전례 없는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면서 “자금 투입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 세계 항공 시장은 ‘3대 항공 동맹’이 주도해 왔다. 1997년 ‘스타얼라이언스(에어캐나다·루프트한자항공·아시아나항공 등)’를 시작으로 ‘스카이팀(에어프랑스·델타항공·대한항공 등)’과 ‘원월드(아메리칸에어라인·카타르 항공)’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제적인 LCC들이 ‘밸류 얼라이언스’나 ‘유플라이 얼라이언스’ 등의 이름으로 동맹을 활성화하며 메이저 항공사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추세다. 제주항공이 주축이 돼 지난해 만들어진 밸류얼라이언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7개 항공사가 가입돼 있고 유플라이얼라이언스는 지난해 1월 출범한 세계 최초의 저가 항공사 동맹으로 홍콩익스프레스·이스타항공 등이 포함돼 있다.
글로벌 항공동맹, 조인트벤처로 진화
◆다양한 ‘합종연횡’ 모색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항공 시장의 메이저 항공사들은 조인트벤처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의 항공 동맹 체제 아래 진행됐던 ‘코드셰어’는 단순히 좌석만 공유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항공사 간 협력에 제한이 있었다.

항공사 간 좌석 공유는 상대 항공사의 좌석을 블록으로 구입하거나 항공사 간 좌석을 교환하거나 서로 자유롭게 판매하는 것 등으로 구분된다.

이에 비해 항공사 간의 조인트벤처는 항공사 간 최고 수준의 협력 체계로 볼 수 있다.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는 형태가 아니라 특정 노선에 대해 양자 간 체결할 때가 많다. 항공사들 간의 노선에 대한 운영 전략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수익 분배 형태까지 보다 구체적으로 정해 놓고 있다는 점이 기존의 항공사 간 협력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일부 좌석에 대한 공유를 넘어 탑승률을 높이기 위해 노선 스케줄 조정과 기재 투입 전략을 공유하는 형태다. 모든 좌석은 공동 판매하고 조인트벤처를 맺은 노선에 대한 수익과 비용을 기여도에 따라 분배한다.

조병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인트벤처를 맺은 항공사들 간의 세부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일반적으로는 항공사 간 지분 교환에서부터 운항 스케줄 공동 구성, 수익과 손실까지 공유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항공사들이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 또한 분명하다. 주력 노선이 다른 항공사끼리 노선을 공유함으로써 스케줄이 다양화되고 운항 편을 늘릴 수 있다. 환승 시간까지 줄어드는데다 일원화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혜택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단거리 노선의 환승 손님이 증가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항공사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조인트벤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시작은 2009년 에어캐나다·루프트한자항공·유나이티드항공이다. 미국과 유럽을 주축으로 한 이들은 대서양 노선을 강화하기 위해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현재까지 9년 가까이 협업하며 미주~유럽 노선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후 2011년 일본 항공사들 역시 미국 항공사들과 태평양 노선에 대한 조인트벤처를 시작했다. 일본의 JAL은 2011년부터 아메리칸에어와 태평양 노선에서 조인트벤처를 운영하고 있다. 양사의 조인트벤처는 나리타공항이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발돋움하는 데도 기여했다.

중국 주요 항공사도 최근 조인트벤처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에어차이나는 루프트한자항공과 올해 중국~유럽 노선에서 협업을 시작했다. 에어차이나는 또 에어캐나다와도 교류에 나서고 있다.

불과 한 달 전인 올 7월에도 미국의 델타항공이 유럽 항공사인 에어프랑스(프랑스)·KLM(네덜란드)·알리탈리아항공(이탈리아)·버진애틀랜틱항공(영국)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고 밝혀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서도 8월 1일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 정식 협정을 체결한 뒤 양국 정부에 조인트벤처 시행 관련 서류를 제출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번 조인트벤처 협정을 체결한 데에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vivajh@hankyung.com

['격변기 맞은 항공업계, 생존의 해법을 찾다'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 격변기 맞은 항공업계, 생존의 해법 찾다
- '사드보복' 날려버린 사상 최대 실적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성공 방정식
-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의 성공 방정식
- 최규남 제주항공 사장의 성공 방정식
- 볼륨 키우는 LCC vs 차별화 나선 대형사의 승부
- 글로벌 항공동맹, 조인트벤처로 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