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식(食)배달 전쟁]
음식 배달 산업, 토종 스타트업 vs 글로벌 기업 격전…서울 지역 한정 한계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배달 대행 애플리케이션(앱) 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되면서 줄 서서 먹던 유명 ‘맛집’들이 집 앞에까지 찾아오는 시대가 됐다.

배달 앱 서비스를 영위하는 스타트업들이 지역의 고급 레스토랑, 향토 맛집과 계약해 해당 음식점의 메뉴를 통째 배달해 주면서 생긴 새로운 시장이다.

국내에서는 1~2년 전부터 토종 스타트업들이 발을 들이며 시장을 형성해 왔는데 최근 글로벌 기업인 우버가 뛰어들면서 외식 배달 산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바야흐로 ‘식(食) 배달 전쟁’이다.
후발주자 우버이츠가 넘어야 할 산
◆글로벌 배달 앱 우버이츠 ‘상륙’

“우버이츠가 서울을 찾는 외국인과 관광객에게 한국의 맛을 알리는 글로벌 앱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알렌 펜 우버이츠 아시아 총괄대표는 8월 10일 우버의 음식 배달 앱인 ‘우버이츠(UberEATS)’의 국내 정식 출시를 알리며 이같이 말했다.

우버이츠는 이용자가 앱으로 원하는 식당의 음식을 주문하면 이 식당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배달원과 연결돼 음식을 배달받는 서비스다. 우버의 차량 호출 기술을 음식 배달에 접목했다.
국내에서는 서울 강남구와 이태원 지역을 시작으로 향후 다른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우버이츠 측은 장진우식당·피에프창·마망갸또 등 유명 레스토랑 200여 곳의 음식을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배달한다고 밝혔다. 배달 수수료는 건당 3500원이지만 출시를 기념해 무료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버이츠는 2015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첫선을 보인 뒤 세계 28개국에서 6만여 레스토랑이 제공하는 다양한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서울은 우버이츠의 112번째 도시다.

우버이츠의 국내 진출이 늦어진 사이 한국의 배달 지형은 토종 스타트업들이 장악했다. 초창기 배달 앱 모델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시장에 뿌리를 내린 뒤 이들을 중심으로 배달 대행 서비스 영역이 확대됐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015년 우버이츠와 비슷한 형태의 맛집 배달 대행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를 내놓았고 푸드플라이·식신히어로·띵동 등 유사 서비스 업체들과 경쟁했다.

스타트업들이 맛집 배달 대행업에 앞다퉈 뛰어든 것은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업체는 46만7229개다. 이 중 치킨·피자 등 기존 배달 대행 앱 시장이 장악한 프랜차이즈 음식점(한식·일식·치킨·피자·분식 등)은 6만6927개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통계청 자료로 추측하건대 아직까지 배달을 하지 않는 음식점의 시장 규모가 약 5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배달 서비스의 시장 규모는 약 5분의 1인 10조원 규모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밝다는 전망이다. 배민라이더스 관계자는 “최근 1년 새 배민라이더스의 주문 건수가 5배 증가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 우버이츠가 넘어야 할 산
◆인력·파트너 확보가 성공 포인트

하지만 맛집 배달 앱의 성장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대부분의 맛집 배달 앱이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중심으로 서울 지역에 한정돼 있어 이용자 확대에 한계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토종 업체들의 서비스 가능 지역은 대부분이 서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서비스를 시작한 배민라이더스가 수도권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아직 일부 지역에 국한되는 수준이다.

우버이츠 또한 서울 강남구와 이태원 지역을 시작점으로 잡았다. 업체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내년에는 서울 전역에서 서비스하고 향후에는 수도권과 지방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단, 이 역시 해당 지역의 맛집 발굴과 파트너 제휴, 배송 인력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비스 확대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후발 주자 우버이츠가 넘어야 할 산은 더 높다. 초기 시장을 구축해 온 토종 스타트업과의 경쟁에서 국내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우버이츠의 시장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맛집 배달 시장을 같이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브랜드의 시장 진입을 반기고 있다”면서도 “지난 1~2년간 토종 업체들이 먼저 시장을 선점하며 쌓아 온 노하우를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 안착한 토종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경쟁자 우버이츠를 신경 쓰는 것보다 서비스 고도화와 지역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버이츠 서비스 자체에 대한 소비자 불편도 한국 정착을 막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서비스 개시 10여 일 만에 국내 이용자 사이에서는 해외 원화 결제에 따른 수수료 부과, 주문 취소의 어려움 등이 불편 사항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제휴 레스토랑 등 파트너사와의 '수익 배분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토종 업체의 경우 대개 10~15%로 형성돼 있는 반면 우버이츠의 경우 글로벌 정책이 3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이츠 측은 앞으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버이츠 관계자는 "한국에서 우버이츠 서비스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국내 결제대행(PG)사 NHN한국사이버결제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다"며 "서비스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