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산업 전망]
애널리스트들의 엇갈린 관측, ‘견조한 성장’ vs ‘영업 환경 악화’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지난해 아파트 분양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아파트 착공에 나섰다. 시멘트 수요가 급증했고 증권가는 시멘트 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흐름은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예상은 적중했다.

2000년대 후반에는 반대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를 불러온 이후 증권가에서는 제일 먼저 시멘트업계의 위기론을 강조했다.

주택·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공급 축소와 유연탄 가격 불안정성, 중국의 저가 시멘트 공습에 시멘트업계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2000년대 중반 호황기에 가지고 있던 사업 구조로는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경기 침체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많은 시멘트 회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2015년 이후 국내 주요 시멘트 회사 7곳 중 4곳(쌍용양회공업·동양시멘트·한라시멘트·현대시멘트)의 대주주가 교체됐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시멘트업계의 흐름을 분석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M&A를 둘러싼 시장의 흐름이 숨 바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시멘트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들의 과당경쟁까지 겹쳐 시멘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시멘트 업체의 주가는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2분기 들어 상승 탄력을 이어 가지 못했다. 수요는 계속 늘었지만 공급량도 같이 늘면서 시멘트 가격이 하락한 때문이었다. 2분기 주요 시멘트 업체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고 주가는 하락세를 탔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 들어선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발표를 비롯해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소음 등에 세금을 물리는 ‘지역자원시설제 도입’ 그리고 시멘트 가격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의 불안정성 등 외부 변수가 산적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시멘트 업체 가운데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때라고 조언한다. 한경비즈니스는 올해 6월 조사·발표한 ‘2017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에서 건설·시멘트 부문 1위를 차지한 한국투자증권의 이경자 애널리스트, 2016년 하반기 다크호스로 선정된 신영증권 박세라 애널리스트 두 명의 분석을 빌려 시멘트업계를 전망했다.
시멘트업계 앞날은 ‘꽃길일까, 가시밭길일까’
◆ 주요 시멘트사 6곳에 대한 평가 엇갈려

일단 두 애널리스트는 시멘트업계 전망에 대해 정반대의 의견을 내세웠다. 이경자 애널리스트는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진단한 반면 박세라 애널리스트는 시멘트 영업 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주요 시멘트 회사 6곳에 대한 전망도 엇갈렸다. 각 사의 전망에 대해 5개의 예시(매우 좋음,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를 두 애널리스트에게 제시한 결과 이 애널리스트는 대체로 ‘보통’ 이상으로 평가한 반면 박 애널리스트는 ‘보통’ 이하로 평가했다.

업계 1위 한일·현대시멘트의 전망에 대해 이 애널리스트는 시멘트 회사 중 가장 우량한 재무 비율과 현대시멘트 인수에 따른 시장 장악력 제고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매우 좋음’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 애널리스트는 분양 물량 감소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지만 모르타르 가격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로 일시적으로 좋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보통’으로 평가했다.

또한 현대시멘트와의 시너지 여부, 순현금에서 순차입금 구조로 전환되는 데 따른 이자비용이 한일·현대시멘트의 주요 현안이라고 설명했다.

2위 쌍용양회에 대해 이 애널리스트는 ‘좋음’이라고 응답했다. 한일과 현대시멘트가 합병하기 전까지 업계 1위를 달리던 시장 지배력과 상위사가 가지고 있는 물량 수용력이 높다는 것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한일·현대시멘트와 마찬가지로 출하량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구조조정 완료에 따른 자체 실적 개선 여지는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3위 성신양회에 대해선 이 애널리스트는 ‘보통’이라고 평가하며 별다른 언급이 없었고 박 애널리스트는 ‘나쁨’이라고 응답했다. 회사채 상환을 위한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이었다.

◆ 한라시멘트 매각 여부는 ‘빅 이슈’

4위 삼표시멘트 전망에 대해선 이 애널리스트가 ‘보통’, 박 애널리스트가 ‘나쁨’이라고 평가했다. 이 애널리스트의 평가 이유는 동양시멘트 인수로 레미콘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것이었다.

박 애널리스트는 삼표산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추가 투자비용 지출이 불가피해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다소 낮은 평가를 내렸다.

5위 한라시멘트에 대한 평가는 두 애널리스트 모두 ‘보통’을 선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원활한 매각 여부가 가장 큰 이슈이지만 설비 연령이 낮고 수익 구조가 좋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인수 대상자를 찾은 이후 시너지 창출 여부가 중요하지만 일단 출하량 감소에 따른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업계 6위인 아세아시멘트에 대해선 이·박 애널리스트는 각각 ‘좋음’과 ‘나쁨’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 애널리스트는 아세아시멘트가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우량한 재무구조로 향후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기업이라고 평가하며 한라시멘트 인수의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한라시멘트 인수 시 무리한 가격을 투자하면 향후 순현금에서 순차입금 전환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두 애널리스트 외에 기업 등급 평가를 내리는 한 신용 평가 회사의 시멘트 담당 애널리스트는 내년 이후부터 출하량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2014년 이상의 출하량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멘트 회사들의 과당경쟁으로 시멘트 판매 가격이 내려간 점과 원재료인 유연탄 가격의 상승으로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cwy@hankyung.com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시멘트 업계 재편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 [시멘트 산업] 시멘트업계 M&A '단골‘ 사모펀드
- [산업 재편 시나리오] 성신·아세아, 한라 인수하면 3강 도약
- [산업 전망] 시멘트업계 앞날은 ‘꽃길일까, 가시밭길일까’
- [레미콘 산업] 레미콘 업체 ‘수직 계열화’ 시너지 기대
- [주요 기업 경영전략] 한일·현대시멘트, 허기호 회장의 과감한 투자
- [주요 기업 경영전략] 쌍용양회, 내실경영 집중
- [주요 기업 경영전략] 성신양회, 경영 승계 마무리로 안정화 단계 돌입
- [주요 기업 경영전략] 삼표시멘트, 수직계열화 시너지 빛나다
- [주요 기업 경영전략] 한라시멘트,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새 주인 맞이 준비
- [주요 기업 경영전략] 아세아시멘트, 145년 유지될 원재료 보유...기회 기다린다
- [시멘트 산업의 역사] 시멘트 산업,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