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 세계 최대 면세시장 진입 위해 싼 가격에 제품 공급 (사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구역이 출국을 앞둔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글로벌 면세 산업의 성장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5년 약 70조원으로 추정되는 세계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두 배 규모인 140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처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면세점 시장에서 한국은 세계 점유율 1위라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잇단 악재로 국내 면세점 사업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반드시 면세 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다. 한국은 2010년 이후 면세점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5년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면세점 시장점유율은 14.4%로 1위다. 2위는 중국(7.3%), 미국(6.2%), 영국(5.5%), 독일(4.6%) 순이다. 2위인 중국과 비교할 때 2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면세 시장, 중국의 두 배
한국 면세점이 세계 시장점유율 1위라는 네임밸류로 얻는 이점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우선 이런 배경에 힘입어 한국 면세점은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쉽게 입점시켜 판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12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면세 시장이어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면세점을 아시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마케팅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며 “세계적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 역시 세계 최초로 인천공항에 공항 면세점을 오픈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 시장 규모가 크다 보니 국내외 업체들이 한국 면세점 사업자들한테 전반적으로 싼값에 제품을 공급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국내 면세점들은 가격 협상에서 시작부터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NH투자증권 조사 결과를 봐도 이런 얘기가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면세점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해외 화장품 디올 립글로우(Dior Lipglow)의 한국 면세점 실제 구매가는 2만2000~2만3000원이다.
해당 상품은 중국의 인터넷 면세점에서 3만60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고 원산지인 유럽 현지 가격은 약 4만6000원으로 한국 면세점보다 훨씬 비싸다. 외국인이 국내 면세점 쇼핑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년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관광 유통 업계의 가장 큰 손님인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목적 1위가 쇼핑(75.3%)이었고 이들이 주로 돈을 쓰는 곳은 시내 면세점(72.7%)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 홍보에도 큰 기여
전체 산업이 아닌 개별 기업의 경쟁력만 놓고 봐도 한국이 면세 강국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영국의 권위 있는 유통 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이하 무디리포트)는 매년 면세 사업을 하고 있는 전 세계 기업들의 실적을 토대로 순위를 매긴다.
무디리포트가 올해 발표한 순위(지난해 실적 기준)를 살펴보면 ‘톱10’ 안에 국내 면세점 업체가 두 곳이나 들어 있다. 롯데면세점은 세계적인 미국 면세점 기업 DFS그룹을 제치고 지난해 3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신라면세점 역시 지난해 6위에서 순위가 상승해 5위를 기록했다. 한국만 유일하게 두 개의 기업이 10위권 안에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면세 산업은 국내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먼저 수출을 예로 들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6년 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된 국산품 매출 실적을 수출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12조275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3.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연간 수출의 약 1%에 해당되는 6조원 규모의 수출이 증가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이 면세점에서 국산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면서 기업들이 거두는 홍보 효과 또한 크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의 50% 정도를 면세점에서 거두고 있다.
LG생활건강도 영업이익 중 면세점 비율이 약 40% 정도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면세점에서 이들 업체의 제품을 구입한 것이 이들 기업이 한국을 넘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중견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체 면세점 매출에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매출액만 따져도 1조70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했던 해운업이 무너진 뒤 경제에 미쳤던 악영향이 어마어마했던 것처럼 면세 산업 역시 무너진다면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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