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자율주행차 기술 선점 경쟁
-LG전자, 퀄컴과 자율주행차 부품 개발…SK텔레콤, 연내 5G 자율주행차 개발
전자·이통업계, 한국형 자율주행차 현실화 앞당긴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위성항법장치(GPS) 등 차량의 각종 센서로 상황을 파악해 차가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0년 전체 자동차 시장의 2%인 2000억 달러를 차지한 뒤 2035년까지 1조2000억 달러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과거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업계의 주요 이슈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물론 전자·이동통신업계도 관련 부품 및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KT 등이 자율주행차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전자, 벤츠에 전방 카메라 모듈 공급

국내 전자업계는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자율주행차 부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LG전자가 대표적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04년 자동차 부품이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관련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V-ENS를 설립했다. 구 회장의 전폭적 지원 아래 V-ENS는 LG 계열사의 전장 사업을 위한 로드맵을 구성했다.

2007년 LG이노텍에 이어 2009년 LG화학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본준 (주)LG 부회장은 2013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시절 VC사업본부 설립을 주도했다.

LG전자는 최근 세계 최대 통신 칩 제조업체 퀄컴과 손잡고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V2X(vehicle to everything : 차량과 모든 개체 간 통신) 모듈 개발에 나섰다. 두 회사는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10월 19일 ‘차세대 커넥티드카 솔루션 공동 개발 협약식’을 가졌다.
전자·이통업계, 한국형 자율주행차 현실화 앞당긴다
(사진) LG전자 모델들이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차세대 자동차 부품 솔루션 모형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양 사는 이날 서울 양재동에 있는 LG전자 서초 R&D캠퍼스 안에 이동통신 기반 V2X 등 미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 연구소를 설립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LG전자와 퀄컴은 내년 말까지 마곡산업단지 안에 총면적 1320㎡ 규모의 연구소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양 사는 LG전자가 차량용 통신 및 커넥티드카 부품 분야에서 축적해 온 역량에 퀄컴의 롱텀에볼루션(LTE) 및 5G에 이르는 최신 차량용 통신 칩셋 기술을 결합한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선보임으로써 자율주행차 부품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양 사가 공동 개발하는 V2X 기술은 자율주행차의 필수 기반 기술이다. 해당 기술이 구현되면 차량 접근을 감지해 차량 간의 충돌을 경고해 주거나 차량과 기지국이 실시간 교통 상황과 돌발 상황 정보를 교환해 경로상 위험 요소를 운전자에게 미리 알릴 수 있다. 차량이 보행자의 스마트폰을 인지해 운전자에게 보행자 접근 경보를 보내는 등의 지능형 교통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LG전자는 차량용 통신 모듈인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2013년 이후 5년 연속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관련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김진용 LG전자 부사장은 “커넥티드카 부품업계를 주도해 온 LG전자와 세계적 통신용 반도체 기업인 퀄컴의 기술력으로 주요 완성차 고객이 자율주행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이통업계, 한국형 자율주행차 현실화 앞당긴다
(그래픽) 권민정 기자

LG전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9월 14일부터 열흘간 열린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가해 자동차 부품 기술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LG전자는 독일에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카메라와 액정표시장치(LCD) 계기판 등 자율주행 및 편의 장치를 비롯해 전기차 구동 솔루션, 전기차 공조 및 냉각 솔루션 등의 차세대 자동차 부품을 전시했다.

LG전자는 올해 6월 말 독일 벤츠의 ‘차세대 ADAS 전방 모노 카메라’ 공급 사업 수주에 성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LG전자는 최소 3년 이상의 개발 기간을 거친 뒤 벤츠의 차세대 자동차에 탑재될 전방 카메라 모듈과 소프트웨어를 공급한다.

ADAS 전방 모노 카메라는 차량 전방의 교통 정보를 수집해 운전자가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자율주행차 부품을 개발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반 기술이기도 하다.

충돌 위험 시 긴급 제동과 차로 자동 유지, 장거리 주행 시 앞차와 일정한 거리 유지, 교통 표지판 자동 인식, 상향등 자동 제어 등의 첨단 기능을 제공한다.

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장(사장)은 “LG전자 차량용 카메라 시스템의 경쟁력을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해 자율주행차 시대를 선도하는 차세대 자동차 부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자율주행차 기업에 3억 달러 투자

삼성전자는 2015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별도 조직을 꾸리고 기술 기반을 닦아 왔다.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 등에 적용하는 전장 사업 관련 혁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3억 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를 조성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 대상은 스마트 센서, 머신 비전, 인공지능, 커넥티드카 솔루션, 보안 등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분야 핵심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펀드의 첫 투자처는 오스트리아의 자율주행차 관련 혁신 기업인 ‘티티테크(TTTech)’다. 삼성전자는 7500만 유로(약 1000억원)를 들여 이 회사의 일부 지분을 인수했다고 9월 14일 발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티티테크는 자율주행 플랫폼과 ADAS 분야에서 핵심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며 “해당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한국과 미국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시험하기 위해 자율주행 면허도 확보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미국 등에서 자율주행 시험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차량국은 8월 30일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자율주행차 시험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을 승인받은 최초 사례다. 삼성전자는 도요타 프리우스 한 대와 아우디 A3 두 대에 자율주행에 필요한 장비를 부착해 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5월 국내 전자업계 최초로 그랜저에 각종 센서를 장착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기 위한 승인을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바 있다. 국내에 이어 미국에서도 자율주행차 시험이 가능해지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관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SK텔레콤, T맵 빅데이터 자율주행에 반영
전자·이통업계, 한국형 자율주행차 현실화 앞당긴다
(사진) SK텔레콤 연구원이 9월 21일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안에서 소프트웨어를 통해 주변 차량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3D HD맵과 5G 차량 소통 기술(V2X), 주행 빅데이터 등 자율주행차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높여 주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센서와 카메라는 악천후나 야간 등 특수 환경에서 성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SK텔레콤이 개발 중인 3D HD맵과 5G V2X 등은 센서 및 카메라 사각지대 정보를 자율주행차에 전달해 상황 인지·주행 판단 능력을 높여준다.

SK텔레콤은 올 7월 19일 국내 통신사 최초로 국토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 허가를 취득했다. 제네시스 G80를 개조한 SK텔레콤의 자율주행차는 9월 21일 서울 만남의 광장에서부터 수원 신갈나들목(IC)까지 약 26km의 경부고속도로 구간에서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

이날 SK텔레콤 자율주행차는 차량 통제 없는 실제 주행 환경에서 주변 교통 흐름에 맞춰 시험 주행을 마쳤다. 최고 속도는 시속 80km, 평균속도는 시속 47km였다. 주행 시간은 약 33분이었다. 자율주행 면허로 허가 받은 최고 속도는 시속 80km로, SK텔레콤은 허가 속도를 넘기지 않도록 소프트웨어를 설정했다.
전자·이통업계, 한국형 자율주행차 현실화 앞당긴다
SK텔레콤은 월 1000만 대의 T맵 이용 차량에서 쌓인 빅데이터를 자율주행 알고리즘에 반영해 실시간 교통량 등을 파악, 정확하고 민첩하게 주행 경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안에 5G 자율주행차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고속도로 자율주행 성공에 이어 시내·국도·자동차전용도로 주행, 자동 주차 등 다음 단계의 자율주행에 도전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와 5G 시험망을 연결해 사물인터넷(IoT)·관제센터와 통신하면서 주행 안전을 높이는 기술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자율주행 원천 기술 확보와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대학 등 국내 연구 기관과의 협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서울대·연세대·대구경북과학기술원과 함께 산학연 자율주행 공동 연구 연합체인 ‘어라운드 얼라이언스’를 발족했다고 10월 31일 발표했다. 어라운드 얼라이언스는 인공지능(AI) 및 주행 인지·판단 소프트웨어 고도화, 범용 자율주행 플랫폼 구축, 주요 소프트웨어 오픈 소스 제공, 관련 인재 양성 등에 집중하고 있다.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연합체의 역량과 인프라 공유를 통해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며 “연합체를 통해 발굴한 인재들이 글로벌 자율주행 산업에서 활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T, 국내 최초 자율주행버스 시험 주행 시작
전자·이통업계, 한국형 자율주행차 현실화 앞당긴다
(사진) KT 자율주행차와 자율주행버스가 고속도로에서 군집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 /KT 제공

KT도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버스 시험 주행에 돌입하는 등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KT는 국토부로부터 자율주행버스 운행 허가를 받았다고 9월 22일 발표했다. KT의 자율주행버스는 현재 일반도로 및 고속도로에서 시험 주행 중이다.

버스는 승용차와 달리 핸들 및 브레이크 등 차량 주요 부품에 전자식 제어 기능이 구현돼 있지 않다. 센서 부착 위치가 높아 차량 주변의 사물을 정확하게 인지하기도 어렵다.

차체가 길고 무거워 자율주행을 위한 차량 제어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버스는 벤츠나 스카니아 등 일부 자동차 제조사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KT의 자율주행버스는 단독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여러 대의 차량이 군집 주행하는 등의 추가 기능도 구현한다. 카메라 등 기존 센서 외에 KT의 무선망을 활용한 정밀 위치 측정 시스템도 탑재했다.

KT는 2015년부터 서울대·언맨드솔루션 등과 함께 자율주행 승용차 개발에 나섰다. 자체 테스트베드에서 5G 통신, V2X, 원격제어, 차량 관제 등의 기능을 검증하고 시연을 진행해 왔다.

KT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5G 버스를 개발, 올 2월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당시 리조트 내 이면도로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5G 버스의 자율주행을 성공적으로 시연한 바 있다.

전홍범 KT 인프라연구소장은 “통신과의 융합을 통해 더 안전한 자율주행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며 “여러 파트너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경기도가 추진 중인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실증 단지 구축 사업’에도 힘을 보탠다. KT는 1·2 단계로 나눠 진행되는 판교제로시티(43.2만㎡) 조성 사업에 맞춰 2019년 12월까지 실증 단지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KT는 해당 사업에 2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자율주행차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한다. 자율주행 도로 감시와 보행자 케어, 도로 환경 감시 등 자율주행의 안전을 지원하는 IoT 서비스도 구축한다. 판교제로시티 안에 자율주행협력센터를 운영,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에 대한 기술 개발 지원 및 컨설팅도 제공할 계획이다.

KT는 올 6월부터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이 주관하는 ‘대구시 자율주행 실증 도로 구축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대구 테크노폴리스로(대구 수목원에서 테크노폴리스까지의 일반 도로)를 자율주행 실증 도로로 구축하는 사업으로, 2021년 완료가 목표다.

김형욱 KT 플랫폼사업기획실장은 “KT는 안정적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 국내 1위 커넥티드카 사업 역량 등 자율주행에 관한 다양한 인프라를 보유 중”이라며 “판교와 대구에서의 사업을 시작으로 자율주행 관련 국내 V2X 및 인프라 사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