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Ⅱ = ETF 전성시대]
ETF 순자산 30조원, 상장 종목 300개 돌파…‘ETF 자산관리 시장’ 열려
재테크 고수들의 '최애템', ETF가 뭐길래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국내 펀드 수익률 상위 5개 중 4개가 상장지수펀드(ETF)다. 펀드평가 정보업체 제로인에서 운영하는 ‘펀드닥터’에서 11월20일을 기준으로 3개월간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다.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ETF의 6개월간 수익률은 100%를 거뜬히 넘어선다.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는 6개월 수익률 109.58%, 3개월 수익률 93.16%이다. 뒤를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스닥150 레버리지’는 각각 106.96%, 92.54%를 기록하고 있다.

올 한해 코스피와 코스닥이 ‘거침없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덩달아 치솟은 수익률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중에서도 ETF는 높은 수익률에 힘입어 ‘재테크 고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수를 추종하는 ETF', 무슨 뜻일까

ETF(Exchange Traded Fund)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목표 지수를 추종한다’는 것이다. ‘목표 지수를 추종한다’는 건 쉽게 말해 코스피200, 코스피150과 같은 특정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로 구성해 지수의 움직임과 비슷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라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코스피200(한국을 대표하는 200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지수화한 것)에 해당하는 모든 종목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흔히들 ETF를 ‘시장 전체를 사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이유다. 목표로 하는 지수와 비교해 몇 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라면 ‘레버리지 ETF’, 지수와 반대되는 움직임에 수익을 얻도록 설계된 펀드라면 ‘인버스 ETF’라고 부른다.

ETF는 목표 지수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설계된 상품이지만 수익률이 목표지수와 완벽하게 일치하기는 힘들다. 각 운용사에 따라 ETF의 수익률과 기초지수의 수익률에 차이가 생기는데, 이를 ‘추적 오차’라고 한다. 추적오차율이 크다는 것은 해당ETF가 기초로 하는 지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비슷하게 ETF의 순자산가치와 시장가격의 차이는 ‘괴리율’이라고 하는데, 괴리율이 클수록 ETF가 적정한 가치에 거래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TF는 기본적으로 ‘펀드’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일반적인 펀드와 비교해 ETF의 가장 큰 특징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는 것이다. HTS(홈트레이딩서비스)나 MTS(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를 통해 일반 주식처럼 사고 팔수 있다. 펀드와 비교해 거래가 쉽고 빠른데다 상대적으로도 수수료도 저렴한 편이다. ETF가 ‘재테크의 대세’로 등극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한국 ETF, 글로벌 9위 & 아시아 1위

펀드와 주식의 장점을 골고루 담은 ETF는 빠른 속도로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11월22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은 31조9040억원이다. 국재 증시에 상장된 ETF 종목 수만 해도 312개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자산액 24조1875억원과 비교해도 31% 가량 늘어난 수치다. 2002년 ETF가 국내 시장에 첫 상장된 이래, 종목의 숫자는 4개에서 75배 늘었고, 순자산규모(3444억원)는 85배 이상 성장했다.

덕분에 글로벌 ETF 시장에서도 한국은 주요 시장으로 부상했다. 현재 전 세계 ETF 시장은 4조 달러(4300조원) 규모에 달한다. 한국 ETF 시장은 상장종목 수 기준으로 미국(1772개), 독일(1525개) 등에 이어 글로벌 9위이며, 아시아 시장에서는 1위다. 순자산규모 기준으로는 10위,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5위 수준이다. 국내 ETF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조원에 육박한다.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ETF의 종류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코스피200처럼 상장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넘어 섹터, 테마주, 리츠, 채권, 해외시장, 원자재까지 ETF를 통해 투자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국내에 상장된 CSI300(중국) ETF, S&P500(미국) ETF에 투자를 한다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손쉽게 거래를 하면서도 해외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이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해 액티브 펀드의 성격을 더한 ETF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ETF는 대표적인 패시브(주가지수 상승률만큼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소극적인 투자) 투자 상품으로 일컬어진다. 이와 비교해 액티브 펀드는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인 운용전략을 펴는 펀드를 말한다. 액티브와 패시브의 성격을 혼합한 ‘스마트 베타 ETF’를 넘어 최근에는 '채권형 액티브 ETF'도 등장했다.

올 7월 삼성자산운용사를 시작으로 현재 국내 5대 자산운용사(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가 모두 ‘채권형 액티브 ETF'를 선보였다. 액티브 ETF는 패시브 ETF와 달리 기초지수가 아닌 비교지수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지수 성과를 그대로 추종하는 일반 ETF와 다르게 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목표로 한다. 운용자가 종목과 매매 시점 등을 마음대로 운용한다.
재테크 고수들의 '최애템', ETF가 뭐길래
◆ 자산운용사들 ETF 라인업 확대...EMP 시장 공략 강화

ETF를 향한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뜨거워지면서 최근에는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ETF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이 10월 말 기준 순자산총액만 16조원1859억원으로 5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7조841억원)이 23%, KB자산운용(2조6948억원)이 8%, 한화자산운용(1조9854억원)이 7% 정도다. 삼성자산운용이 굳건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각 자산운용사들의 본격적인 시장 선점 경쟁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최근 1~2년 사이 ETF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앞으로의 잠재력이 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불꽃이 튈 것으로 보이는 분야가 EMP(ETF Managed Portfolio) 시장이다. EMP는 통상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ETF에 투자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상품을 뜻한다. 쉽게 말해 ‘ETF를 통한 자산관리’다. 최근 미국, 유럽 시장 등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시장이다.

국내 대형자산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ETF 상품의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 또한 향후 EMP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상장된 ETF 종목 수가 가장 많은 자산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95종목이 상장돼 있다. 삼성자산운용 또한 올해에만 21개의 ETF를 신규상장하며 현재 83개 종목이 상장돼 있다. 올해까지 85개 ETF 상장을 목표로 한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유망 국가의 대표지수 ETF에 분산투자하는 ‘KB 글로벌주식 솔루션’ 펀드를 내놓으며 EMP시장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AI 스마트베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글로벌 ETF 로테이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VIPC’ 등 다른 운용사에서도 EMP 펀드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새롭게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연금 ETF’ 시장도 국내 ETF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연금저축계좌를 통한 ETF에 투자는 ‘원칙적’으로 허용돼 왔다. 하지만 세제와 관련한 부문이 명확치 않아 실제 투자가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11월20일 업무지침을 발표하며 논란이 있던 부분을 명확히 정리한 것이다. 퇴직연금에 이어 개인연금에서도 ETF 투자가 가능해지며 ETF 시장의 저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