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노동 전문 변호사 5명 중 2명 “파리바게뜨가 우세”…3명은 중립
‘파리바게뜨 사태’ 법정 공방 따져보니
(사진) 서울의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최대 제과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사 등을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했다는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의 결론으로 촉발된 ‘파리바게뜨 사태’가 첩첩산중이다.

고용부는 9월 파리바게뜨에 협력 업체 소속 제빵사 5309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서를 보냈다. 파리바게뜨는 전체 제빵사의 70%(3700여 명)로부터 동의서를 받아 합작사 ‘해피파트너즈’를 통해 고용하겠다고 나섰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본사 직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파리바게뜨가 고용부를 대상으로 낸 ‘직접 고용 시정 지시 처분 취소청구 소송(본안 소송)’ 첫 심리를 2018년 1월 24일 오전 11시에 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고용부와 파리바게뜨 본사 간 제빵사 직고용 분쟁에 끼어든 민주노총이 민사소송까지 제기하며 갈등을 증폭시켰다.

파리바게뜨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면서 재계 전반이 이번 사태를 주목하는 가운데 향후 법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에 대해 변호사 5명에게 물었다. 2명은 파리바게뜨가 유리하다고 봤고 3명은 다소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
‘파리바게뜨 사태’ 법정 공방 따져보니
◆조규석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결론은 지나친 확대해석”
‘파리바게뜨 사태’ 법정 공방 따져보니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빵사들이 그동안 협력 업체와 노동계약을 체결하고 가맹점에서 노동을 제공해 왔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가맹본부인 파리바게뜨가 사용사업주로서 실질적으로 제빵사들에 대한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해 시정명령서를 보냈지만 이 부분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갖고 있다. 우선 사실 확정 문제다. 불법 파견에 관여했다는 당사자들 사이에 지휘·명령 배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노동자 파견의 핵심 징표인 원청의 지휘·명령이 인정되고 원청의 사용사업주로서의 책임이 인정되려면 원청에 일정한 지시·감독이나 통제 권한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청의 지휘·명령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원청의 지휘·명령이 하청의 지휘·명령보다 월등히 우월해야 한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제빵사는 업무 특성(협력 업체에 채용돼 가맹점 점포에서 가맹점주와 함께 일하며 파리바게뜨로부터 교육과 훈련을 받음)과 가맹사업 모델상 당사자 이해관계(협력 업체는 제빵사 용역의 대가를 가맹점주로부터 수령하며 제빵사 용역 결과에 따라 가맹점주와 파리바게뜨의 매출이 직간접적 영향을 받음)에 따라 가맹점주·협력업체·파리바게뜨 등 3자로부터 모두 일정 부분 지시·감독이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고용부 조사 결과를 보면 파리바게뜨와 제빵사 사이의 지시·감독이나 통제에 관한 사실관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맹점주나 협력업체의 지휘·명령에 대한 확인은 부족하다.

법리상 문제도 있다. 파리바게뜨와 같은 가맹 사업에 대해 불법 파견을 인정한 것은 그 선례가 없다. 불법 파견에 대한 논의가 사내 하도급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연구 자료도 찾기 어렵다.

고용부는 불법 파견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사내 하도급과 구조적으로 차이가 상당히 큰 가맹 사업에 대해 불법 파견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번 판단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도 상당한 논쟁이 예상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고용부의 노동 감독 점포, 전체의 2%에 불과”
‘파리바게뜨 사태’ 법정 공방 따져보니
“고용부의 주장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추가 확인이 필요하거나 법리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이 많아 고용부가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파리바게뜨 쪽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

불법 파견은 노동자의 업무 실태에 비춰 당사자의 계약 내용과 실상이 다르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고용부 감독 결과의 타당성은 제빵사들의 업무 실태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과 확정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고용부는 전체 점포 중 약 2%에 불과한 직영점·위탁점·가맹점 56개소에 한해 노동 감독을 실시해 불법 파견을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불충분한 노동 감독 결과를 전국 제빵사 5309명에게 일반화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사는 협력 업체 소속이다. 제빵사가 노동을 제공한 대상은 파리바게뜨 본사가 아닌 가맹점이다. 불법 파견이 성립되려면 원칙적으로 노동자가 원청의 사업을 위해 노동을 제공해야 한다.

고용부는 원청이 파리바게뜨 본사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잘못된 논리다. 제빵사가 노동을 제공한 상대방은 가맹점주인데 관련 책임을 갑작스럽게 가맹본부에 떠넘겼다는 점에서 다툼의 여지가 크다.”
‘파리바게뜨 사태’ 법정 공방 따져보니
(그래픽) 권민정 기자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결과 예단하기 어려워…양측 합의점 찾을 것”
‘파리바게뜨 사태’ 법정 공방 따져보니
“법원의 최종 판결에 앞서 고용부와 파리바게뜨가 서로 합의점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최종 판결로 간다고 해도 법원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판단에 따른 사회적 파급효과 때문이다.

파리바게뜨가 만약 소송까지 가서 패소하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이다. 동종 업계는 물론 비슷한 형태로 파견 인력을 운용하는 기업들이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정 단계로 갈 확률이 높다고 본다.

또한 파견법과 관련해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사에게 직접 지시한 일부 부분과 관련해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지만 쟁점은 있다. 법리적으로는 명확해 보이는 사안이지만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 부분에 대해서는 더 따져봐야 한다.

양쪽의 주장이 팽팽히 갈리는 만큼 최종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기영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불법 파견의 범위 넓게 보는 경향 변수 될 수도”
‘파리바게뜨 사태’ 법정 공방 따져보니
“결과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사안이다. 다만, 불법 파견이 문제가 돼 법원 소송까지 갔을 때 사용자가 이긴 케이스가 거의 없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소송 10건 중 사용자가 이긴 사례는 1건 정도에 불과하다. 세종이 맡았던 사건을 예로 들면 과거 대법원 재판부가 2심 판결을 깨고 ‘KTX 승무원 파견은 합법’이라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사례가 있다. 이러한 일부를 빼고는 법원이 사용자의 손을 들어준 적이 거의 없다. 하급심에서도 사용자가 이긴 케이스는 10% 미만이다.

이와 함께 법원이 최근 하급심에서 불법 파견의 범위를 기존보다 넓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업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전반적 흐름은 기업의 불법 파견 혐의를 인정하는 추세다.

고용부가 조사를 통해 불법 파견으로 결론을 내린 만큼 사태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법원이 객관적 증거나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을 내릴 것이다. 해당 사건을 맡고 있지 않고 증거 관계나 사실관계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박해식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국가의 기업 고용 관여에 대해선 논란이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파리바게뜨 사태’ 법정 공방 따져보니
“법리적으로 봤을 때 가맹본부와 제빵사 간 일정 부분 노동관계가 형성 돼 있었던 만큼 가맹본부가 자신들의 노동자라는 것을 사실적으로 인정하라는 취지의 명령인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가지는 여러 가지 권리가 인정된다. 노동자가 누구의 노동자인지 하는 부분이 최근 들어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다만 여기에 국가 또는 행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가가 기업의 고용과 관련해 명령하는 것이 헌법 체제에서 과연 가능한 부분인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전반적 분위기가 노동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라는 점이 관건이다. 법원이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생각이지만 변화한 시대의 관점에서 봤을 때 법원이 고용부와 민주노총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정부인 고용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기업에 고용 명령을 했다는 것 자체가 변화한 세상을 증명한다. 행정부의 유권해석이 맞는지에 대해 법원이 판단하는 일만 남았다. 변화한 시대의 관점에서 과연 제빵사를 노동자로 포섭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범적 판단이 요구된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