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사드 보복에 중국 매출 ‘뚝’…베트남·인도 등 신시장 진출 러시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롯데제과는 올 상반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등으로 중국 매출이 ‘반 토막’ 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379억원의 절반 수준인 19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롯데제과는 그러나 올 상반기 전체 해외 실적에선 두각을 보였다. 롯데제과는 중국·인도·러시아·베트남·카자흐스탄·파키스탄·벨기에·싱가포르 등 8개국에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의 올 상반기 매출액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2841억원, 영업이익은 38.9% 늘어난 160억원을 기록했다. 수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한 ‘포스트 차이나’ 전략이 빛을 발한 셈이다.

롯데제과는 최근 인도 서북부 지역 아이스크림 업체인 ‘하브모어’를 약 1650억원에 인수하는 등 사업 영토를 더욱 넓히고 있다.

◆CJ제일제당, 베트남에 공격적 투자

최근 중국 시장에서 쓴맛을 본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 등 시장 다변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식품업계의 노력이 특히 눈에 띈다. 식품업계는 세계 14위의 인구 대국이자 최근 3년간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률(GDP)을 보이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식품업계, ‘포스트 차이나’ 전략 본격 가동
(사진) 베트남의 한 대형마트에서 비비고 왕교자를 소개 중인 CJ제일제당 판매 직원.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식문화 한류’ 전략의 일환으로 베트남 식품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와 올해 킴앤킴·까우제·민닷푸드 등 베트남 현지 식품업체 3곳을 인수했다.

CJ제일제당은 특히 베트남에 700억원을 투자해 연구·개발(R&D) 역량과 제조 기술이 집약된 식품 통합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 내년 7월 완공 예정인 베트남 생산 기지는 호찌민의 히엡푹공단 내에 약 6만6116㎡(2만 평) 규모로 건설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주력 제품인 비비고 왕교자와 비비고김치, 가정간편식(HMR) 등으로 2020년 베트남 식품 시장에서 매출 7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동남아 최고 식품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도 베트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상은 1994년 미원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며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MSG 등 바이오 사업을 바탕으로 전분당과 종합 식품 사업에 이어 육가공 시장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9월 베트남 소시지 가공 업체 덕비엣 인수를 마무리했다. 대상은 덕비엣 인수·합병(M&A)을 통해 육가공 사업 부문에서 2020년 연매출 500억원을 달성하는 등 베트남을 동남아 글로벌 거점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식품업계, ‘포스트 차이나’ 전략 본격 가동
(사진) 베트남의 한 대형마트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를 살펴보는 소비자. /오리온 제공

오리온은 베트남을 동남아·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수출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1995년 초코파이 수출로 베트남에 첫발을 내디딘 오리온은 2006년 호찌민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며 현지 진출을 본격화했다. 2009년에는 하노이 공장을 완공했다.

오리온 베트남법인은 지난해 현지 진출 11년 만에 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초코파이로만 7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서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국민적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미국·중국·일본·호주에 법인을 두고 글로벌 식품 브랜드로 성장한 ‘신라면’을 세계 100여 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 등 현대 유통시장이 덜 발달한 베트남에서는 전국에 퍼져 있는 지방 중소형 할인점, 개인 슈퍼마켓, 전통시장 등을 집중 공략 중이다.

농심의 지난해 수출 실적은 1억5000만 달러(약 1640억원)로, 전년 대비 약 7% 성장했다.

오뚜기도 1988년 출시한 대표 브랜드 ‘진라면’을 중국·러시아·베트남 등에 수출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약 1000억원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

빙그레는 미국·베트남·필리핀 등 20여 개국에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를 수출하고 있다. 바나나맛우유는 중국에서, 메로나는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의 동남아 수출 비율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약 470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삼양식품은 중국·베트남·필리핀 등 54개국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올 들어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불닭볶음면’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930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한 2000억원의 수출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롯데리아, ‘베트남 1위’ 자리 지킨다

주류·프랜차이즈업계도 베트남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베트남 현지법인 하이트진로베트남은 10월 초 하노이 시내에 한국식 실내포차 형태의 ‘하이트진로포차(이하 진로포차)’ 1호점을 오픈하며 현지 시장 확대에 나섰다.

진로포차는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의 대표 소주 브랜드 진로와 참이슬을 홍보하는 도우미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하이트진로베트남은 2020년까지 매장 수를 20개 이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베트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93만 달러(약 32억원)로, 지난해 연간 매출(252만 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하이트진로베트남은 2020년까지 연간 1000만 달러(약 1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SPC그룹은 2012년 3월 호찌민에 파리바게뜨 베트남 1호점 ‘까오탕점’을 선보였다. 베트남은 파리바게뜨의 동남아 진출 첫 국가로, 동남아 시장 공략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베트남에서 8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CJ푸드빌은 베트남에서 36개의 뚜레쥬르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07년 6월 1호점을 내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뚜레쥬르는 차별화한 서비스 마인드로 시장을 공략했다.
식품업계, ‘포스트 차이나’ 전략 본격 가동
(사진) 롯데리아 베트남 쩐흥다오점. /롯데GRS 제공

롯데리아는 1998년 호찌민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베트남 소비자의 입맛을 집중 공략했다. 사이드 메뉴로 베트남식 수프를 추가하거나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소스를 곁들인 핑거치킨을 선보이는 등의 전략이 주효했다.

롯데리아는 베트남에서 2012년 글로벌 브랜드 KFC를 제치고 업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롯데리아는 현재 총 218개(엔제리너스 4개 포함)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2014년 12월 베트남 하노이에 해외 최초 가맹 1호점인 ‘쭝낀점’을 오픈하면서 가맹 사업도 본격 시작했다”며 “현지에서 쌓은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호찌민 등 대도시 위주로 가맹점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