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한국판 실리콘밸리’ 판교]
- 돈과 사람이 몰리는 '판교밸리'
- 2차 이어 3차 테크노밸리 개발 확정…‘알파돔시티’ 사업도 본궤도 올라
'한국판 실리콘밸리' 판교 테크노밸리를 가다
(사진) NHN·카카오·넥슨 등 정보기술(IT)·게임·바이오 기업들이 들어선 판교테크노밸리./ 김기남 기자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일대에 조성된 계획도시 ‘판교신도시’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 주도의 개발 호재와 인프라 확충으로 돈과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다.

‘제2테크노밸리’에 이어 ‘제3테크노밸리’ 개발이 확정됐고 지지부진했던 ‘알파돔시티’ 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이제는 판교신도시의 웬만한 요충지 땅은 돈을 보따리로 싸 짊어지고 가도 구하기 힘들 정도다.

흡사 2000년대 초 택지개발계획 발표와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계획으로 광풍이 불었던 당시와 비슷하다.

◆유망 신도시에서 테크노밸리로 우뚝

판교신도시는 강남과 가까워 개발 초기였던 2000년대 초반부터 강남을 대체하는 신도시로 주목받아 온 곳이다. 특히 신도시 개발과 함께 추진된 테크노밸리 산업 단지 추진은 판교의 성장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를 증명하듯 2006년 3월 첫 분양 당시 1200만원 안팎이었던 3.3㎡당 평균 분양가가 2007년 1700만원을 웃도는 등 부동산 가격도 크게 뛰었다.

하지만 2008년 불어 닥친 금융 위기의 여파로 각종 개발 사업이 주품하면서 주변 집값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심지어 2007년 말 판교 신도시 내 최고의 노른자 땅에 추진된 5조원 규모의 대형 상업용 부동산 사업인 판교 ‘알파돔시티’ 프로젝트는 좌초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초 계획은 사업 주관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 사업자와 손잡고 추진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사업비를 댈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표류했다. 개발 중단으로 사업 부지는 도시의 흉물로 변했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신분당선 판교역과 분당~수서, 분당~내곡 고속화도로 등 다양한 교통망이 구축된 데다 현대백화점 판교점까지 들어서며 상권이 형성됐다.

인근에 자리한 테크노밸리 단지에는 NHN·카카오·엔씨소프트·넥슨·스마일게이트 등 정보기술(IT)·게임·바이오 기업들이 속속 들어섰다.

기업 유입은 갈수록 가속도가 붙었다. 2016년 말 1306개 기업이 입주해 연매출 77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연매출 5조원이던 2012년에 비해 5년 만에 15배로 성장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기업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늘자 정부·경기도·성남시 등은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테크노밸리의 구역을 넓히기로 하고 수년간의 사전 조사와 토지 수용을 통해 제2테크노밸리에 이어 제3테크노밸리 개발을 확정, 작년 12월 이를 전격 발표했다.

새로 만들어지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43만㎡)와 제3테크노밸리(58만㎡)의 면적은 총 100만㎡가 넘는다. 기존에 만들어진 테크노밸리 66만㎡까지 더하면 총 167㎡로 여의도(총면적 290만㎡)의 절반이 넘는다. 정부는 판교 일대를 첨단산업 클러스터인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판 실리콘밸리' 판교 테크노밸리를 가다
◆ ‘개발지도’ 더 커지는 판교

우선 제2테크노밸리는 기존 판교 테크노밸리의 북쪽 43만㎡ 부지에 조성되는 단지로 동쪽 부지의 1구역(20만㎡), 서쪽 부지의 2구역(23만㎡)이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된다. 기존 테크노밸리의 부족한 문화·교류 기능을 보완한 IT 첨단 산업과 지식·문화 산업 융·복합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구역에는 정부와 경기도가 주도하는 기업지원허브·창업지원주택·기업성장센터·글로벌비즈센터·정보통신기술(ICT)융합센터·SW드림센터 등의 주요 시설이 들어선다.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2구역에는 벤처타운·혁신타운·따복하우스(제2테크노밸리 노동자 거주 공간) 등이 들어선다.

제2테크노밸리는 공적 임대 공간을 확대한 벤처 산업 단지다. 입주 기업은 시세의 20% 수준인 3.3㎡당 1만원에 이용할 수 있고 창업 1년에서 7년 차 기업까지는 시세의 40~80% 비용으로 공간을 임차할 수 있다. 이곳엔 자율주행자동차·인공지능(AI)·빅데이터 분야 등의 벤처기업 750여 개가 입주할 수 있다.

제2테크노밸리와 함께 제3테크노밸리도 내년부터 본격 조성된다.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경기도는 2019년까지 토지보상을 마치고 2022년 제3테크노밸리를 준공할 계획이다. 제3판교테크노밸리 예정 부지는 제2판교테크노밸리와 인접한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일대 58만3581㎡다.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쪽 1구역(6만7910㎡), 서쪽 2구역(51만5671㎡)으로 나뉜다. 1구역은 100% 보전녹지구역이고 2구역은 일반주거지역(10만3634㎡)과 자연녹지지역(41만2037㎡)이다.

이곳에는 핀테크·블록체인 등 미래 금융 기술을 비롯한 첨단 산업 관련 업체 500여 곳이 입주할 수 있는 산업단지와 문화·근린시설이 들어선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가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무주택자를 위해 공급하는 맞춤형 공동주택 3400가구도 제3테크노밸리 안에 들어선다. 판교테크노밸리 노동자의 71%가 20~30대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가 판교테크노밸리 육성 방침을 내놓자마자 대기업들도 판교 개발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알파돔시티가 대표적이다. 10년 넘게 자금 부족 등으로 표류했지만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알파돔시티는 판교역 인근 알짜배기 토지 13만8000㎡에 상업·업무·주거가 결합된 복합 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가장 먼저 뛰어든 기업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행정공제회와 함께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총면적 약 33만㎡짜리 복합 시설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곳에 40개 기업 1만 3000명을 수용하는 4차 산업혁명 클러스터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미래에셋은 4300억원을 들여 행정공제회가 소유한 6-3구역 판교POBA빌딩을 인수하기로 했다.

LH가 소유한 6-4구역 오피스 빌딩은 신한금융투자와 신한리츠운용이 컨소시엄으로 매입했다. 3월 건물이 준공되면 투자금 일부를 상장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형태로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7-2블록) 서쪽에 있는 7-1구역과 주차장으로 쓰는 17구역은 마스턴투자운용이 3300억원에 매입해 오피스텔과 상업 시설로 개발한다. SK디앤디·이지스자산운용·신세계조선호텔 등도 컨소시엄을 꾸려 7-3구역을 인수해 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판교신도시의 집값은 꺾일 줄 모른다. 심지어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 강남 일대보다 집값 상승률이 높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으로 판교신도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1년 만에 5%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값 평균 상승률(4.6%)을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가 집값 과열의 주범으로 지목해 각종 규제를 집중한 서울 강남 3구 상승률(강남 4.9%, 서초 4.2%, 송파 4.6%)도 판교에는 못 미친다. 실제로 최근 한두 달 새 판교 주요 아파트 시세는 5000만~1억원 정도 치솟는 등 들썩이고 있다.
'한국판 실리콘밸리' 판교 테크노밸리를 가다
(사진) 미래에셋이 총 2조2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는 아파돔시티 부지 전경./ 김기남 기자

◆ 한두 달 새 판교 아파트 시세 급등

개별 단지로 보면 경부고속도로 동쪽의 판교동 일대 가격 상승 폭이 크다. 판교역 인근 ‘삼평동 봇들마을7단지’ 전용 84㎡가 지난해 10월 10억2800만원에 거래된 후 현재 호가는 10억5000만~11억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용 108㎡는 지난해 12월 12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 시세는 추가로 8000만원 가까이 오른 13억원 수준이다.

‘백현동 백현마을5단지’ 전용 84㎡도 지금은 3개월 전보다 1억원 정도 오른 11억원으로 뛰었다. 판교 대장주라고 불리는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98㎡도 13억원 수준으로 최근 한두 달 새 1억원 정도 올랐다.

판교는 아니지만 주변 인근 지역도 ‘곁불 효과’를 누리고 있다. 판교 접근성이 뛰어난 분당신도시·광교신도시와 경기 광주시 등이 수혜지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당 아파트 매매가는 각종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난해 3~4분기에도 각각 3.51%, 1.08% 올랐다. 광교신도시도 3분기엔 0.9% 오르는데 그쳤지만 판교테크노밸리 확장 소식이 발표된 4분기에는 1.92% 상승했다.

판교신도시 인근 부동산 및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판교의 집값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판교신도시의 예정된 주택 개발이 모두 끝나 사실상 추가 공급이 불가능한 데다 건축 연한이 짧아 재건축에 따른 추가 공급도 제한됐기 때문이다.

또 주변이 그린벨트로 묶여 공공 개발이 아닌 이상 민간 개발은 사실상 막혀 있기 때문에 기존 주택의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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