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한경비즈니스 차완용 기자]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하나금융투자의 채상욱 애널리스트와 윤승현 리서치 어시스턴트(RA)가 발표한 ‘신도시 건설 35년, 패러다임의 변화에 투자하라’를 선정했다.
채 애널리스트는 지난 35년간 한국의 도시 개발 방식이 ‘국가 주도’ 형태로 추진돼 왔지만 2018년부터 ‘민간 주도’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건축·토목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후광효과가 시멘트와 레미콘 등 골조용 건자재 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 베드타운 건설에서 ‘광역망·기능중심’으로 변화, 민간 주도 ‘보텀업’ 추진
지난 35여 년간 한국의 신도시 역사는 ‘택지 개발’의 시대였다. 신도시는 정부 투자·기관 위주의 택지 개발 방식과 지방자치단체·토지주 중심의 도시 개발 방식이 있다. 1981년 신군부 시절 정부가 초법적 권한을 갖고 ‘국가 주도의 톱다운(하향식)’ 택지 개발이 이뤄졌다.
사업의 주체 역시 정부 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였다. 이때 개발된 대부분의 신도시들은 베드타운이었다. 베드타운은 대도시에서 일하고 퇴근 후 잠만 자는 주거 형태를 의미한다.
수도권의 성남 분당과 고양 일산으로 대표되는 1기 신도시부터 2000년대의 2기 신도시까지 모두 ‘편리하게 또 주택 중심으로만’ 개발됐다. 이렇게 전국 총 639㎢의 면적에 442만 가구가 만들어졌다.
이런 신도시가 만들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의 주택 보급률에서 찾을 수 있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은 것은 2009년이다.
그 이전까지는 ‘주택 공급 문제’가 최고 우선순위였던 만큼 도시의 기능을 다양화하는 도시 개발보다 주거 문제 해결이라는 택지 개발이 우선시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였다.
주택 보급률 100% 달성 이후 2014년부터 택지 개발 시대는 사실상 종료됐다. 이후 도시 개발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기에 진입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부터 신도시 개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민간 주도의 보텀업(상향식)’으로 ‘광역망+기능 중심’ 형태의 ‘도시 개발’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도시 개발 방식이 갖는 고유한 장점과 다양한 사업 주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확장성에 따라 도시 개발 사업 초기에 편승하는 기업들에 상당한 성장의 기회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 정부의 부동산과 도시 개발 정책 기조는 서울 과밀 현상 해소와 수도권 광역화를 통한 인구 분산이다. 핵심은 철도 노선 증설이다.
이에 따라 2011년 제2차 철도망 구축 계획이 세워져 진행 중이고 곧이어 제3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도 추진될 예정이다. 이 계획이 모두 진행된다면 전국의 83%가 1시간 30분대의 생활권에 들어서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민간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많다는 것이다. 우선 제2차 국가 철도망 종합 계획의 하나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사업이 2월부터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된다.
이어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노선(GTX) A노선(일산 킨텍스~화성 동탄시)도 4월 입찰을 시작한다. 이르면 연내에 민간 사업자가 선정돼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후 순차적으로 GTX B노선·C노선, 신분당선, 신안산선 등도 민간 사업자를 정한 후 본격적인 건설에 나설 예정이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웬만한 수도권 지역은 서울과의 통근 시간을 30분 내로 줄일 수 있다.
제3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도 민간 기업들의 먹거리가 많다. 3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 따르면 2016~2020년 7조원, 2021~2025년 12조원 등 19조원에 해당하는 사업이 민간 주도로 이뤄진다.
그간 국내 철도 사업은 기간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재정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제는 민간 기업이 주도하게 된 셈이다. 그동안 국내 철도 사업에서 민간투자 사업은 1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각종 철도 사업이 가시화되자 각 지자체도 분주하다. 신설되는 철도 노선을 중심으로 도시 개발 계획을 세우거나 검토 중이다. 지자체들은 이곳을 통해 각 시의 부족한 기능을 보강할 계획이다. 도시 개발 사업 지정 면적도 2014년 4.1㎢, 2015년 4.7㎢, 2016년 6.7㎢로 증가했다.
철도 노선 증설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태영건설·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등이다. 이들은 모두 도시 개발 사업과 GTX 연계 사업 참여에 적극적이다.
우선 현대산업개발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노선 A~D라인의 총 4개 노선에 대한 사업을 정부에 제안했을 정도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현대산업개발은 GTX C노선이 건설될 때 정차역인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2조7000억원 규모)을 수주했다.
또 GTX A노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예정된 만큼 철도 사업 및 철도 연계 개발 사업은 현대산업개발의 성장의 한 축이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도 남부내륙고속철도(5조원) 사업에 입찰할 예정이다. 주택에서도 개포8단지 자체 사업과 김포 고촌의 도시 개발, 김포 걸포지구 등 도시 개발 사업을 통한 사업 확보가 도드라지고 있다.
또한 현대건설은 영국 원자력발전과 2018년 1분기 입찰 예정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사업 등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은 도시 개발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미 전주 에코시티와 창원의 유니시티 사업으로 2018년 당기순이익 3000억원대 이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올해는 하남 감일, 과천 지식정보타운, 수원 고등지구, 혁신도시 6-4지역 등을 자체 분양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군부대 사업으로 부천, 도시 개발로 양산 사송 등 초대형 사업들을 계속 펼칠 예정이다.
한편 철도 노선과 도시 개발을 기반으로 한 건축·토목 시장 성장은 골조용 건자재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레미콘·철근과 지하 공사에 경쟁력을 지닌 토목공사 업체 등 골조용 기업들의 성장성이 기대된다.
또 지방 소재 중소형 건설사들도 주목된다. 도시 정비 사업은 인지도에 의한 수주가 가능하지만 도시 개발은 지자체와의 긴밀한 관계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각 지역 유수의 중소 건설사들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이미 경상도·충청도에서는 지방 건설사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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