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커스]
2020년 1조4660억원 규모 예상…사모펀드는 물론 대기업도 군침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성공적인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PEF)의 특징은 이미 시장 열기가 뜨거운 곳에 돈 넣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현재 주목도가 덜하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이 내재된 업종에서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을 선호한다. 잠잠하던 업종도 사모펀드의 투자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이목이 쏠리기 마련이다.

주차장 사업도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약 2년 전 주차장 운영 업체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면서 주차장 사업이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대기업까지 잇달아 주차장 관련 사업 진출을 결정하며 시장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1가구 2차량 시대 본격화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조2840억원 수준이던 주차장 운영 시장 규모가 매년 증가해 2020년 1조466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의 가장 큰 배경에는 여전히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주차난이 자리한다.
‘투자 고수들’의 새 먹거리, 주차장 사업
자동차 등록 대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차난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한국의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016년보다 72만5000대(3.3%) 늘어난 2252만8295대로 집계됐다.

한국 전체 인구가 약 5178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298명당 자동차가 1대인 셈이다. 부모와 자녀 두 명으로 이뤄진 일반적인 4인 가족은 차량을 기본적으로 2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수치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처럼 1가구 다차량 보유 현상이 확산되면서 주차 시설 부족 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상으로만 놓고 본다면 주차 공간은 부족하지 않다. 자가용 승용차 등록 대수와 주차 면수의 비율로 계산한 ‘주차장 확보율’만 봐도 알 수 있다.

예컨대 교통이 가장 혼잡한 서울시 주차장 확보율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3년 92.5%를 기록한 이후 3년 후에는 100%를 넘겼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6년에는 129.2%로 나타났다.
‘투자 고수들’의 새 먹거리, 주차장 사업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등록된 모든 자동차가 주차 가능한 면적이 서울시 내에 확보된 셈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업계에서 추정하는 전국 주차장 보급률도 94% 수준으로 집계돼 양호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실상은 통계와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도시의 주차장은 주로 아파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아파트 부설 주차장이 전체 주차면의 절반(50%)을 차지하고 있어 인근 방문자들이 실질적으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불법 주차를 단속하기 위한 정부의 단속도 강화되고 있어 결국 유료 주차장 이용객들이 매년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불법 주차 신고 우수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시민 신고 활성화를 통해 불법 주차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며 “주차장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점차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AJ파크, 인수·합병으로 시너지 노려

이처럼 주차장 운영 업체들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되면서 호황이 예상되자 이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주차장 운영 사업자는 현재 4곳 정도로, 아직 뚜렷한 시장 지배자는 없는 모습이다. 국내외 기업들과 사모펀드가 치열한 영토 확장 싸움을 펼치고 있다.
‘투자 고수들’의 새 먹거리, 주차장 사업
운영하는 주차장 수만 놓고 본다면 GS파크24가 가장 압도적이다. GS그룹이 일본 최대 주차장 운영 기업인 파크24와 2006년 손잡고 세운 합작회사다.

2008년 50여 개에 불과했던 GS파크24의 주차장 수는 2016년 160개까지 늘었고 현재 전국 각지에서 약 270개의 주차장을 운영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실적은 2016년까지 공개됐는데 매출은 전년 대비 6.8% 늘어난 200억원, 영업이익은 94.6% 증가한 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예상 매출액은 약 300억원 수준이다. GS파크24는 모든 주차장을 ‘GS타임즈’라는 상호를 내걸고 무인으로 운영 중이다.

AJ네트웍스의 자회사로 2007년 세워진 AJ파크는 150여 개의 주차장을 유인 또는 무인으로 운영 중이다. 운영하는 주차장 수만 놓고 보면 GS파크24에 한참 뒤처지지만 내실은 더욱 앞선다는 평가다.

공개된 실적 자료를 보면 2016년 당기순이익은 3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까지 매출은 523억원, 순이익은 16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주차 관련 사업을 수직 계열화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실적이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AJ파크는 주차 서비스 통합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지난해 동양메닉스 지분 인수, 다래파크텍 투자 등을 진행했다.

동양메닉스는 주차 타워 등 주차 설비 제조 분야 국내 1위 업체다. AJ파크는 지난해 2월 동양메닉스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면서 3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였다.

AJ파크는 현재 추가로 동양메닉스의 보통주를 사들여 지분 51% 이상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AJ파크는 또 지난해 12월 다래파크텍의 지분 약 40%를 80억원에 사들이며 2대 주주가 됐다. 다래파크텍은 무인 정산 시스템과 진·출입 차단 시설 등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국내 1위 주차 시스템 업체다.

세계 최초로 차량 번호 자동 인식기를 개발한 기업이다. 현재 코엑스와 예술의전당 등 대형 건물에 주차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AJ파크는 주차장 운영은 물론 주차 서비스와 설비 등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점차 규모가 커지는 국내 주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간다는 전략이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2016년 인수한 하이파킹도 업계의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다. 당시 VIG파트너스는 국내 주차장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하이파킹을 300억원에 인수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 상황만 놓고 본다면 VIG파트너스의 투자는 성공적이다. 하이파킹은 현재 유인과 무인을 모두 포함해 140개의 주차장을 운영 중이다. 하이파킹은 지난해 4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차장 운영 업체도 국내시장을 노리고 있다. 호주 윌슨그룹의 자회사인 윌슨파킹은 2005년 한국 시장에 발을 내디뎌 현재 약 75개 주차장을 운영 중이다. 정확한 실적은 나오지 않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액은 약 100억원으로 추정된다.

◆SK 주차장 운영 업체 인수 검토

올해는 특히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기계가 자동으로 입차와 출차를 통제하는 무인 주차장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조짐은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형 건물 주차장은 대부분이 유인으로 운영되는 사설 업체들이 운영해 왔다”며 “최근에는 초기 구축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향후 수익성을 고려해 무인 시스템을 갖춘 사업자에게 이를 대신 맡기는 곳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 주차장의 한 달 운영비는 인건비를 포함해 약 600만원 정도가 든다. 무인 주차장은 초기 구축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하지만 유인 주차장보다 매달 운영비를 300만원 정도 아낄 수 있다.
‘투자 고수들’의 새 먹거리, 주차장 사업
기계가 직접 모두 관리하기 때문에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따라 주차장 운영 업체들도 올해 무인화 주차장을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윌슨파킹은 향후 운영하는 모든 주차장을 무인 주차장으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J파크 역시 향후 무인 주차장 비율을 높일 방침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비난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기업이 생산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주차장 사업이 각광받자 새롭게 시장 진입을 노리는 대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SK는 최근 국내 주차장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기존 업체 인수를 통한 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차장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속속 등장하면서 투자금도 몰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차장 정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제공하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성격의 주차장 공유 서비스다.

아이파킹은 앱을 통해 주차장 검색, 가격 비교, 실시간 주차 공간 확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아이파킹을 개발한 벤처기업 파킹클라우드는 증권사와 벤처캐피털로부터 120억원을 투자 받기도 했다.

또 이용자 주변에 있는 값싼 주차장의 정보를 알려주던 파크히어는 지난해 말 카카오에 인수돼 현재 ‘카카오T’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