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Part3 미리보는 '블록체인 경제']
장화진 한국IBM 대표…“전세계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 600여 개 진행 중”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월마트·마힌드라·머스크·미즈호금융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이들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IBM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을 도입해 산업에 비즈니스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두바이 정부와 일본증권거래소·런던증권거래소 등 각국 정부와 주요 기관들이 IBM의 주요 고객사로 손꼽힌다. 이렇게 IBM이 전 세계 각지에서 진행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만 600여 개다.

서울 여의도 한국IBM 사옥에서 2월 1일 장화진 한국IBM 대표를 만나 블록체인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과 미래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AI·IoT·빅데이터 등 블록체인 위에 자리잡을 것”
-IBM이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입니까.

“IBM은 전통적으로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회사예요. 인공지능(AI)에는 30년 전부터 투자했죠. IBM은 블록체인에도 일찌감치 미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해운 업체인 머스크와 손잡고 무역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합작법인(JV)을 설립했는데요, 이는 IBM이 블록체인에 갖는 신뢰와 확신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신뢰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것이죠.”

-IBM이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특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IBM은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구조에서부터 빠른 개발을 위한 플랫폼, 클라우드 인프라, 비즈니스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블록체인 솔루션까지 모두 서비스하는 회사예요. 이는 곧 블록체인의 전 과정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란 얘기죠.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이 때문에 금융계·정부·헬스케어업계를 통틀어 관련 규정 준수를 선언한 고도로 안전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출시한 첫째 기업으로 업계를 선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1500명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죠.”

-블록체인의 비즈니스적 가치는 무엇입니까.

“블록체인은 거래 장부를 네트워크의 모든 참여자에게 분산 저장하는 방식으로 신뢰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이에요. 과거 사업자 간에 거래할 때에는 반드시 중개자를 통해 거래해야 했어요.

하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중개자가 없어지기 때문에 과정이 간소화되고 비용도 큰 폭으로 절감되죠. 중앙 서버나 전산망을 별도 설치할 필요 없이 기존 인터넷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도 적게 들고요.

이를 통해 기업체들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겠죠. 또한 블록체인은 신뢰를 장려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거래 기업을 늘릴 수도 있어요. 모든 사람이 동시에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전에 없던 신기술의 장점입니다.”
“AI·IoT·빅데이터 등 블록체인 위에 자리잡을 것”
/서범세 기자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산업적 활용은 어느 단계에 와 있나요.

“이미 비즈니스 활용 사례는 많아요. 유통 과정을 추적하는 월마트, 국가 간 화물 이동을 추적하는 머스크 등 IBM과 손잡은 사례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즈니스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6년 IBM이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200개의 글로벌 은행 중 15%가 2017년 안에 상업적 블록체인 솔루션을 전면적으로 도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어요. 상업 블록체인 솔루션이 은행권과 금융권에서 빠르게 채택되고 있는 것이죠.

이는 기존 예측을 뛰어넘는 놀랄 만한 속도입니다. 블록체인은 상상의 기술이나 이론의 기술이 아니라 실제 형태가 있고 비즈니스 혜택을 줄 수 있는 기술이란 것을 입증한 결과였죠.”

-블록체인은 어떠한 산업에서 가장 많이 활용될 수 있나요.

“블록체인의 발전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지금은 금융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유통·물류·의료 시장 등 모든 산업에서 향후 몇 년 사이에 실질적으로 블록체인을 쓰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아직은 블록체인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식탁에 올라온 돼지고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유통 과정을 거쳤는지 알기가 쉽지 않았어요. 찜찜해도 마트에서 기록한 정보를 믿을 수밖에 없었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냉장고에서 꺼낸 돼지고기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어떠한 유통 과정을 거쳤는지 들여다볼 수 있어요.

모든 유통 과정에 센서를 달고 사물인터넷(IoT)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관련 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것이죠.

어디 이뿐일까요. 자율주행차에서는 운전자의 주행 이력 등 운행 정보가 실시간 기록돼 사고 대처와 보험사의 보험료 조정에도 쓰일 수 있고요.

또 짝퉁 명품이나 짝퉁 와인도 사라질 거예요. 아이들의 피로 채굴된 ‘분쟁 다이아몬드(분쟁의 자금원으로 이용)’도 피할 수 있게 되겠죠. 물류와 유통 과정의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마약 거래나 테러 단체 지원 자금 등이 완전히 없어지는 사회를 꿈꿀 수도 있을 거예요.”
“AI·IoT·빅데이터 등 블록체인 위에 자리잡을 것”
/서범세 기자

-흔히 인터넷 혁명과 블록체인 혁명을 비교하곤 합니다. 인터넷만큼의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블록체인 혁명은 인터넷만큼, 아니 인터넷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블록체인은 우리가 거래하는 방식을 180도 바꿀 거예요.

금융권에서 시작했지만 유통·물류·의료·정치까지 전 산업과 우리 생활 영역 곳곳에 블록체인이 침투할 수 있죠.

하지만 블록체인만으로는 안 돼요. IoT 기술과 AI, 데이터 분석 기술 등이 블록체인 위에 자리 잡아야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모든 기술들이 집결되며 우리 생활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을 거예요.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생각해 보세요. 1980년대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인터넷이지만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잖아요. 10년 후 블록체인도 그 과정을 거치겠죠.”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암호화폐는 매우 중요하지만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운영되는 B2B 산업에서는 암호화폐가 없어도 얼마든지 작동이 가능해요.

이미 같이하기로 허가 받고 들어온 사업자들에게 비트코인으로 대가를 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단, B2B도 어떤 산업군인지, 어느 사업자인지에 따라 암호화폐를 꼭 사용해야 할 때가 있겠죠.”

-한국IBM의 향후 계획도 궁금합니다.

“다양한 기업들이 한국IBM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코스콤·한국거래소 등도 우리의 블록체인 비즈니스 파트너죠. 최근 협의 중인 기업도 여러 곳입니다.

올해는 금융권 중심으로 실제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대해 나가는 게 한국IBM의 목표입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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