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커스]
원안위 계획예방정비검사 길어지며 하락, ‘탈원전 정책 영향’ 분석도
추락한 원전 가동률…한수원 적자 전환하나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국내 원전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2013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던 실적이 4년 만에 꺾일 것이 확실시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에는 적자 전환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계획 예방 정비 검사가 이전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원전 가동률이 뚝 떨어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공공 기관 경영 정보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한수원의 실적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특히 2016년에는 매출 11조2771억원, 영업이익 3조8472억원, 당기순이익 2조472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1년 이상 정비 중인 원전 속출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2017년 한수원의 상반기 매출은 4조9875억원, 영업이익은 9425억원, 당기순이익은 6695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로 계산하면 매출은 약 13%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7%, 55% 줄었다.
추락한 원전 가동률…한수원 적자 전환하나
이처럼 한수원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급격하게 떨어진 원전 가동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수원은 원전을 가동해 생산해 낸 전기를 모기업인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것으로 수익을 낸다. 원전 가동률과 운영비, 전기 판매 단가 등에 따라 총 수익 규모가 결정되는데 이 중 실적과 가장 크게 직결되는 것이 바로 원전 가동률이다.

원전 가동률은 모든 원전의 발전 가능 시간을 실제 가동 시간으로 나눠 산출하는 수치다. 원전 가동률이 높을수록 원전이 멈추지 않고 전기를 생산해 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한전에 전기를 많이 팔아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늘었다는 얘기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가동률은 71.3%에 그쳐 약 20년 만에 최저치(한수원 추산)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된 배경은 지난해부터 원안위의 안전 검사가 강화되면서 계획 예방 정비 기간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원전은 18개월마다 원안위로부터 내부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 받는다. 이후 원안위의 승인이 완료되면 다시 원전을 재가동할 수 있다.

그간 사례들을 살펴보면 정비 시간은 보통 1~3개월 정도 소요됐는데 지난해부터 1년 이상 정비하는 원전이 속출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지난해 1월 19일 정비에 들어간 고리 3호기는 5월에야 재가동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예상되는 정비 기간만 약 470일이다.

지난해 4월부터 정비를 시작한 고리 4호기도 1년을 넘겨 4월 재가동을 앞두고 있다. 원안위는 일부 원전에서 문제가 추가로 발견되거나 갑작스러운 고장 때문에 정비 기간이 계획보다 길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원자력업계 일각에서는 원전의 안전성을 이유로 탈원전을 추진하는 정부 기조로 인해 원안위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정비를 오래 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내놓은 만큼 전체적으로 원안위 내부에서도 원전이 활성화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들어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원전 정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원전 가동률이 지난해보다 더욱 떨어지고 있어 문제다. 한수원의 올해 당기순이익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2013년 한수원은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적발로 10기의 원전을 중단하면서 원전 가동률이 전년보다 7% 하락한 75.7%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당기순이익이 적자(1880억)를 기록한 것도 이때다.

◆경영 환경 악화에 채용 계획도 전무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모습은 더욱 좋지 않다. 지난해 점검에 들어간 다수 원전의 정비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정비 기간이 돌아온 원전들마저 가동을 멈춘 상태다. 한수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영 중인 24기의 원전 중 무려 10기가 점검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원전 가동률은 56%로 나타나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된다. 물론 원전 가동률과 실적이 늘 비례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원전 가동률이 2013년보다 낮았지만 당기순이익 적자는 피했다.

2016년에는 원전 가동률이 전년보다 6% 정도 줄었지만 실적은 오히려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수요 및 가격 증가 등 전력 시장 상황이 좋았기 때문이다.
추락한 원전 가동률…한수원 적자 전환하나
하지만 상황이 다르다. 그동안에는 신규 원전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탈원전 정책의 본격화로 원전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는 상황에서 원전 가동률마저 큰 폭으로 떨어지며 추락했다.

상반기 이후 정비가 마무리되는 원전이 늘어나면서 원전 가동률은 지금 수준보다는 회복되겠지만 전반적으로 올 한 해 계속 저조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룬다.

이런 가운데 해외 원전 수주가 실적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꼽히지만 원전 가동률이 계속 저조하면 이마저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명현 경희대 원자력학과 교수는 “원전 수주전은 치열하다. 하나라도 흠이 있으면 수주를 따내기 어렵다”며 “최근에 원전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진 부분에서 흠이 잡힐 수 있다”고 진단했다.
추락한 원전 가동률…한수원 적자 전환하나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수원은 정부 정책에 발맞춘 공공 기관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전을 비롯한 발전 자회사들이 잇따라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내놓았지만 한수원만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