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보다 폭발 위험 낮아…발전소 필요없는 100% 친환경차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Q. 안녕하세요. 친환경차에 관심 많은 김 아무개입니다. 수소전기차는 전기차보다 비효율적으로 보이고 폭발의 위험성도 있는데요. 자동차 업체가 수소전기차를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2008년과 2010년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을 재구성한 글이다. 해당 질문의 조회수는 약 3만 건에 달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로부터 8년 후인 2018년에도 동일한 질문이 올라왔다.
연료전지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학생 아무개 씨는 “최근 현대차 도요타 등 자동차 업체에서 수소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는데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걱정된다”며 “상용화되면 지구 폭발을 우려할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수소전기차에 대한 5문5답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전기차(FCEV)의 상용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수소전기차에 향하는 관심에 비하면 수소전기차에 대한 인식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전기차보다 비효율적이고 폭발 위험성까지 있을까. 그렇다면 왜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수소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수소전기차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 지식인에서 수소전기차에 대한 질의응답 500개를 분석해 가장 많은 빈도수를 질의 톱5로 정리했다. 수소전기차 관련 입시 상담과 주식 종목 추천에 대한 질문은 제외했다.
◆01. 수소전기차는 위험한가요? (X)
수소전기차에 대한 질문 중 가장 많은 궁금증을 유발한 것은 안전성 부분이다. “수소전기차는 달리는 폭탄이다”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수소 하면 으레 ‘수소폭탄’을 떠올리면서 차량의 폭발 위험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수소전기차와 수소폭탄의 원리를 알지 못한 데에서 생긴 오해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소전기차와 수소폭탄에서 쓰이는 수소는 명칭만 같을 뿐 재료부터 작동 원리까지 모두 다르다.
수소전기차에 사용되는 수소는 일반적인 수소분자다. 수소전기차는 이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해 구동되는 시스템이다.
반면 수소폭탄에서 사용되는 수소는 삼중수소와 중수소 등이 1억 도의 온도와 수천 기압의 압력하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야만 한다. 수소 핵융합을 이용한 핵자동차가 상용화된 것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수소전기차의 연료 탱크에서 수소가 샌다고 해도 폭발 위험성은 매우 낮다. 가벼운 원소인 수소는 공기 중으로 빠르게 증발되는 과정에서 폭발 반경과 연소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불이 붙으면 폭발 범위와 연소 시간이 길어지는 내연기관차와는 정반대다. 수소 연료 탱크 역시 탄소 복합 소재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만에 하나 잘못되더라도 터지지 않고 찢어진다.
물론 수소전기차의 안전성을 100% 보장할 수는 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전기차의 폭발 위험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최근 테슬라의 전기차인 ‘모델X’가 배터리 폭발 가능성(의혹)으로 미국에서 사망사고를 일으켰듯이 수소전기차 역시 만에 하나라도 사고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소전기차를 포함해) 모든 이동 수단은 위험 요소를 갖고 있다”며 “만일에 대비해 수소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삼중·사중의 안전장치를 통해 사고 위험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소전기차 제조업체들은 다른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다방면에서 차량에 대한 안전성을 시험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에서 예약 판매를 시작한 수소전기차 ‘넥쏘’는 수소 탱크의 낙하 충격 시험, 파열 시험, 총격 시험 등을 진행해 안전성을 검증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넥쏘는 철보다 강도가 10배 높은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수소 탱크가 제작돼 용광로에서도, 수심 7000km의 고압에서도 터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소 충전소에 대한 안전성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이는 수소 충전소 수가 늘지 않는 원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소 충전소를 늘리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수소 충전소 관련 사고는 총 28건 발생했는데, 대부분이 수소 누출 사고였고 폭발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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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수소전기차는 비싸지 않나요? (O)
가격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고도의 기술이 투입된 미래 친환경차인 만큼 상당히 ‘고가’일 것이란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 수소전기차 가격은 비싸다. 김필수 교수는 “아직 양산형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며 “내연기관차가 2000만원이면 전기차는 4000만원(2배), 수소전기차는 6000만원에서 6500만원(3~3.5배)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보조금을 셈하면 실구입가는 크게 낮아진다. 실제 3월 19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넥쏘의 가격은 모던 모델이 6890만원, 프리미엄 모델은 7220만원이다. 여기에서 정부 보조금 2250만원과 지자체 예상 보조금인 1000만~1250만원을 모두 지원받으면 넥쏘의 실구매가는 3390만~3970만원까지 떨어진다. 소비자가 수소전기차를 구매하는 실비용은 ‘동급 차량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소전기차의 수요가 늘수록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 교수는 “전기차의 사례처럼 초기 가격에서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며 “대량생산 체제가 갖춰지면 수소전기차 가격은 현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수소전기차 시대를 위해 수소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2017년부터 수소전기차에 대한 개별소비세(교육세 포함 최대 520만원)와 취득세(최대 200만원) 감면 혜택을 주고 있고 2017년 9월부터 고속도로 통행료 50% 감면 등의 혜택을 시행하고 있다.
김종률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더 나아가 수소전기차 공기 정화 기능의 핵심 부품에 해당하는 에어필터의 교체비용 지원 방안과 수소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될 때까지 수소 연료에 대한 세금 면제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비도 중요한 대목이다. 수소전기차 연료인 수소는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다. 단 최근 울산 등에 설치된 충전소에서는 kg당 5500원 수준에 가격이 형성됐다. 6.33kg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넥쏘는 완충비용이 3만5000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복합 연비 kg당 96.2km(17인치 타이어 기준)의 넥쏘가 가솔린이나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보다 연료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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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수소전기차는 오염물질이 전혀 없나요?(O)
친환경차의 대표 주자이지만 ‘배기가스’를 묻는 질문도 더러 있었다. 수소전기차는 운행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나 기타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오로지 순수한 물을 배출한다. 가솔린 사용 없이 수소와 산소만으로 전기를 만들어 구동되기 때문이다.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단장은 “수소전기차 1대당 연간 2톤(수소승용차)에서 최대 56톤(수소버스)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다”며 “연간 대기오염 물질 또한 수소전기차 1대당 연간 5~880kg을 저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 제거에도 수소전기차가 효과적이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은 “수소전기차가 1만 대 보급되면 나무 60만 그루에 해당하는 탄소 저감 효과가 있고 디젤차 2만 대 분의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소 승용차 1대가 서울시에서 1시간 운행하면 65kg 성인 70명이 마실 수 있는 공기가 정화된다. 주행거리가 긴 수소버스의 효과는 더 크다. 성인 600명이 1시간 동안 마실 수 있는 공기량이 정화된다. 수소전기차에 ‘달리는 공기청정기’란 별칭이 따라붙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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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나요? (X)
“수소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전기차 생산업체의 대표적 수장인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다. 반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초기 연구 당시 자사 연구개발팀에 “100대를 실패해도 좋으니 세계 최고의 수소전기차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수소전기차와 전기차의 대결은 일반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들 대부분은 “미래 친환경차 시장의 패권을 누가 쥘까요” 등의 경쟁 구도에 대해 질문한다. 아직까지는 ‘규모의 경제’를 시작한 전기차가 수소전기차를 압도하는 것이 사실이다.
수소전기차는 일반 전기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1회 충전 시 최장 609km(넥쏘 기준)로 길고 충전 시간이 3분 내외로 짧다. 하지만 수소 추출 비용이 매우 비싸고 수소 충전소가 부족하다는 단점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뭇 다른 의견을 펼친다. KPMG가 펴낸 ‘2018 글로벌 자동차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자동차 산업을 이끌 핵심 트렌드 1위에 수소전기차가 올랐다.
수소전기차가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위였던 전기차는 3위로 2계단 하락했다. 설문에 참여한 글로벌 경영진은 “2030년 수소전기차가 전 세계 전체 운영 차량의 21%(2600만 대)를 차지할 것”이며 “2040년에는 25%인 3500만 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관계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박지영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흑백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상당 기간 공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현재 비용 효율 측면에서는 전기차가 유리하지만 수소전기차는 ‘규모의 경제’ 확보가 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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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수소전기차에 미래 가능성이 있을까요? (△)
그렇다면 수소전기차의 상용화 시기는 언제일까. 미래 가능성은 또 얼마나 될까. 많은 전문가들은 수소전기차가 내연기관을 대체할 ‘궁극의 친환경차’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과정에는 전기차 역시 포함된다. 김 교수는 “친환경차 3총사 중 마지막을 장식할 궁극의 차가 수소전기차라는 인식은 불변”이라며 “수소전기차를 비판하는 머스크 CEO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은 수소전기차와 전기차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전기차는 대부분의 전기를 화석연료의 연소나 원자력을 활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엄밀하게 따지면 진정한 친환경은 아니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운행 과정에서 물밖에 배출되지 않고 다양한 수소 추출 과정에서도 온실가스의 배출이 극소량이다. 채희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전기차는 반쪽짜리 친환경차, 수소전기차는 더 진보한 친환경차”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수소전기차가 궁극의 친환경차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 역시 미래 가능성에 ‘조건’을 붙인다. 수소 충전소의 인프라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아 수소전기차 시대를 쉽게 예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 수소 충전소가 빠르게 늘고 있는 해외 선진국과 달리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수소전기차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114대가 보급됐지만, 수소 충전소 시설은 총 14개다. 이 중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7개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올해 수소 충전소를 10개 설립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는 310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인프라 구축 경쟁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독일은 2025년까지 수소전기차 65만 대와 수소 충전소 400개소, 일본은 20만 대와 320개소, 영국은 12만 대와 300개소를 보급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소전기차의 대중화는 중·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 부연구위원은 “수소전기차는 아직 시장 형성 단계로 단기간 내 대중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수소 충전 네트워크 확대, 대용량 충전소 구축 등 장기 과제를 해결한다면 초기 시장에서 대규모 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 또한 “현재는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가 전위부대로 등장하는 시기로 수소전기차는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들어선 것”이라며 “앞으로 수소의 생산·이동·저장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기를 최장 30년으로 전망하며 이때에는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국이 수소전기차 패권 경쟁에서 상당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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