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대신 공기 이용해 음식 튀겨…건강과 가성비 두 마리 토끼 잡다
새벽 줄 서서 사는 ‘에어프라이어’ 대란
(사진) 이마트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하남점 개점 시간 전부터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소비자들. / 이마트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말은 튀김 요리를 예찬한 최현석 셰프의 표현이다. 재료가 뭐가 됐든 일단 튀기면 맛있다는 의미다. 고소함과 바삭함이 살아 있는 튀김 요리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튀김의 문제는 지방과 칼로리다. 건강한 삶이 트렌드가 된 지금, 사람들은 밀가루와 기름으로 범벅이 된 튀김 요리를 포기하는 대신 에어프라이어로 중간점을 찾아 나섰다.

에어프라이어는 ‘기름 없는 튀김기’다. 팔팔 끓는 기름 대신 섭씨 영상 200도가 넘는 고온의 공기를 순환시켜 식재료를 튀긴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공기의 순환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하느냐가 튀김의 바삭함을 결정하는 기술이다.

사용법은 기존에 튀김 요리를 만들 때보다 훨씬 간단하다. 에어프라이어 뚜껑을 열고 식재료를 넣고 타이머를 맞추면 끝이다. 감자·고구마·고기·냉동식품에서부터 가정 간편식(HMR)까지 튀기거나 굽고 싶은 요리는 뭐든지 넣을 수 있다.

튀김 요리를 하기 위해 주방을 어지르거나 화상 위험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재료에서 나오는 기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름에 튀기는 것보다 지방이 적어 건강에도 이롭다.

이런 장점 때문에 ‘삶의 질을 높여주는 주방 가전’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에어프라이어 대란’이 일어났다. 에어프라이어는 지난해 옥션·G마켓·11번가 등 오픈 마켓에서 건조기·스타일러·휴대용 선풍기와 함께 판매가 가장 많이 늘어난 소형 가전제품에 속했다.

SK플래닛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프라이어 거래액은 전년 대비 72% 성장했고 2018년 1분기 거래액은 지난해 대비 146% 증가했다.

◆ 업계 첫 주자는 필립스
새벽 줄 서서 사는 ‘에어프라이어’ 대란
HMR과 밀키트(meal kit : 간편 요리 세트) 시장의 성장도 에어프라이어 대란과 관련이 있다. 에어프라이어는 식품 자체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조리되기 때문에 한 번 조리가 완료된 냉동식품이나 HMR이 가장 맛있게 조리된다는 평을 받고 있다.

HMR은 편의를 위해 만든 제품으로, 전자레인지로 데워 바로 먹거나 간단한 조리 과정을 거친 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실제 구매자들의 사용 후기를 보면 이마트 피코크 제품이나 코스트코 HMR 제품을 함께 구매해 조리하는 과정이 대부분이다.

에어프라이어 열풍이 불면서 다양한 가전 제조사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코스트코·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제품까지 등장하며 에어프라이어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에어프라이어업계의 첫 주자는 필립스였다. 필립스는 2011년 국내에 에어프라이어를 처음 선보였다. 한국지사인 필립스코리아가 직접 제품을 유통하며 네덜란드의 기술력으로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필립스 디지털 터보 에어프라이어 제품 가격은 39만9000원으로 국내에서 출시된 에어프라이어 중 가장 고가에 속하지만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프리미엄 강자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후발 주자들은 기본 성능에 충실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을 출시하며 에어프라이어 대열에 올라탔다. 30만원을 호가하던 에어프라이어가 4만원에서 8만원대까지 다양해지자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 롱패딩 열풍을 일으켰던 ‘평창 롱패딩 대란’ 때처럼 합리적인 가격의 에어프라이어 제품이 ‘에어프라이어 대란’을 이끌었다.

◆ ‘가성비’로 대란 일으킨 이마트
새벽 줄 서서 사는 ‘에어프라이어’ 대란
(사진) 연합뉴스

올해 에어프라이어 대란의 중심에 있던 기업은 이마트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자체 상표(PL) 제품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는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총 4만여 대가 판매되면서 대박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2월에는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를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스타필드 하남점에서는 700여 명의 사람들이 매장 오픈 시간 전부터 에어프라이어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1인 1개로 구매 개수를 제한했지만 결국 1시간 만에 준비 물량 800대가 동이 났다. 이마트가 전국 트레이더스에 입고한 물량 1만 대는 4시간 만에 완판됐다.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는 2016년 9월 처음 출시한 ‘더 에어프라이어’의 용량을 5.2리터로 늘린 제품이다. 인기의 비결은 ‘가성비’다. 에어프라이어 플러스의 정가는 8만4800원이다. 반면 타 브랜드 제품과 비교하면 같은 가격대에 용량이 두 배 정도 크다. 이 때문에 지금도 이마트 관련 기사 밑에는 ‘에어프라이어가 언제 재입고되는지’를 묻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이마트도 2016년 중국 제조업체인 닌보와 협업, 제작해 ‘러빙홈 에어프라이어’를 내놓았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에어프라이어와 이마트 러빙홈 에어프라이어 모두 저렴한 가격에 ‘가성비 갑(甲)’을 인정받고 있다.

이마트는 1인 가구를 공략하기 위해 1.6리터 소용량의 에어프라이어(4만9800원)를 지난해 9월 출시해 총 5000대를 판매하는 등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중소기업 중에서는 리빙코리아·대우어플라이언스·리빙웰·BSW 등 다수 기업이 4만~6만원대의 에어프라이어를 선보이며 1인 가구에게 환영 받고 있다.

쿡방(요리 방송)의 인기로 집에서 요리하는 것이 하나의 여가 생활로 인식되면서 에어프라이어 열풍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권민희 이마트 홍보팀 과장은 “1인 가구 소비가 증가하면서 저렴한 에어프라이어 제품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에어프라이어는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홈쿡’ 트렌드와 맞물리면서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어 판매율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