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경쟁 속 혁신 수단으로 고성능 카메라 필요…활용 범위 무한 확장 중
IT업계의 ‘붉은 여왕’ 된 카메라 기술
[한경비즈니스=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정보기술(IT) 산업의 특징을 비유하는 유명한 법칙이 있다. ‘붉은 여왕’ 효과다.

붉은 여왕 효과는 현재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IT 기업들은 최신 기술과 전략 트렌드에 뒤처지면 빠르게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시

간이 지날수록 이런 현상은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 눈에 띄는 혁신이 일어나는 분야에서는 업종을 막론하고 수많은 기업들의 격전이 이어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에 IT 산업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

현재 IT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분야는 바로 카메라다. 카메라 성능을 앞세운 제품과 서비스 출시가 늘고 있다. 여러 기업들은 하나같이 카메라가 자사의 전략에 필수적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전보다 진일보한 성능의 카메라를 탑재하는 한편 카메라를 자사 제품의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강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카메라 기술 자체가 생소한 것은 아니다. 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DSLR) 등 단일 제품도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휴대전화에 카메라가 접목된 이후 카메라는 대부분 IT 기기의 필수 부품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최근 카메라 성능 차별화가 부각되고 대중의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카메라의 전략적 가치가 업계의 주요 테마로 부상했다.

스마트폰은 카메라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는 시장이다. 애플의 아이폰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주요 혁신으로 선전하고 있다. 카메라의 사양을 제고하거나 카메라를 활용한 다채로운 신기능을 개발하는 등 스마트폰의 특성과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카메라가 각광받고 있다.

카메라 기반의 독특한 서비스 출시도 활발하다. 인터넷에서는 텍스트 중심에서 벗어나 이미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개인 제작 방송(UCC) 등 영상 중심의 콘텐츠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외 다수 인터넷 기업들은 이미지 합성, 애니메이션 등 신규 카메라 기능을 활용한 서비스를 출시해 카메라 기반의 서비스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간 카메라 탑재는 주로 소비자 기기에 국한됐을 뿐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적용될 여지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탑승자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운전자를 대체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카메라가 중요한 자동차 부품으로 떠올랐다. 특히 미래 자동차의 구현 수준이 향상될수록 지금보다 더욱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IT업계의 ‘붉은 여왕’ 된 카메라 기술
◆AI 기술도 접목…가파른 성장 속도

카메라가 큰 주목을 받게 된 요인은 무엇보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핵심인 광학 기술의 고도화로 이제는 스마트폰에서도 DSLR에 버금갈 정도의 영상을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주류로 떠오른 듀얼 카메라는 기존 카메라로는 불가능했던 다채로운 기능을 구현해 큰 호평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작고 정밀하게 카메라를 만들 수 있는 생산 공정도 발전하면서 카메라를 탑재하기 위한 공간의 제약도 많이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카메라와 여러 기술의 융·복합 역시 오늘날 카메라 시장 성장의 원동력이다. 카메라에 포함된 다양한 종류의 센서들이 흔들림이나 밝기, 피사체와의 거리 등을 인식하고 각 상황에 맞는 최적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카메라는 훨씬 선명하고 우수한 색감을 지닌 영상을 촬영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카메라에 접목되고 있다. 카메라가 촬영한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해 인지 성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 안면 인식 기능 강화를 위해 AI 칩을 적용해 사용 빈도가 높아질수록 아이폰이 사용자를 더욱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카메라가 촬영하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최적 촬영 모드를 지원하는 AI 기술도 등장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신규 카메라 앱의 등장 역시 카메라 시장 성장의 원동력이다. 이제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이상의 이색 앱들이 IT 기기에 탑재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증강현실(AR)이다. AR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실 이미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카메라 사용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자연스러운 영상 합성, 가상의 이미지 첨가 등 AR을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한 첨단 사양의 카메라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생체 인식 역시 중요한 카메라 앱이다. 홍채와 안면 인식 카메라의 등장으로 대표적 생체 인식인 지문 인식 기술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사용자를 인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특히 생체 인식은 스마트폰 사용자 인증 외에도 신용 결제 등 적용 범위를 꾸준히 넓히면서 대표적인 모바일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홍채·안면 등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카메라와 다른 유형의 카메라 기술이 필요하다. 예컨대 안면 인식은 이전에는 2차원 평면 이미지를 바탕으로 구현됐다. 그러므로 동일한 사람이라도 사진 상태나 얼굴 표정 혹은 안경 등의 착용 여부에 따라 인식률이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반면 최근에는 적외선 카메라로 얼굴의 윤곽을 정밀하게 촬영해 사용자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3차원 안면 인식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전까지는 이런 기능을 구현하기 어려웠지만 지속적인 카메라 하드웨어, 이미지 처리 알고리즘의 혁신으로 편리한 생체 인식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카메라의 활용 영역도 빠르게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기점으로 카메라 탑재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이제는 카메라가 들어가지 않는 기기를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TV·세탁기·청소기·에어컨 등 지금까지 카메라가 필요하지 않았던 가전 기기에도 카메라를 장착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폐쇄회로 TV 등 보안을 위한 카메라 역시 과거에는 제한적으로 설치됐고 기능도 제한적이었지만 이제는 실내외로 보급이 확산되고 있으며 특정 물체나 사람의 움직임 감지 등 작동 수준도 높다.

향후 카메라의 활용 분야가 확대될수록 이를 위한 카메라의 유형과 기술 역시 꾸준하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확보 위한 기업 격전 심화

많은 신기능들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 동작하는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카메라의 활용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자동차나 드론 등 개방된 공간에서 이동하는 기기일수록 카메라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 이동 중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필요한 동작을 선행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방향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기 위한 여러 대의 카메라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각종 모빌리티 기기를 중심으로 고성능 카메라를 대량으로 장착하기 위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접목이 더해지면서 카메라 기능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화질 향상을 넘어 새롭고 신선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카메라가 주로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했다면 향후에는 안전과 보안, 위치 인식 등 활용 목적과 범위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카메라는 IT 제품과 서비스의 성능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할 수 있다.

이런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IT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자체 기술 개발은 물론 다수의 카메라 기술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내부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카메라 역량 축적과 비즈니스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카메라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차세대 카메라 시장은 더욱 많은 IT 기업들이 뛰어드는 치열한 격전지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메라를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은 올해 글로벌 IT업계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카메라 기술 확보는 물론 카메라를 활용해 자사의 비즈니스를 강화하거나 혹은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등 다양한 전략도 활발히 등장할 전망이다.

한국의 IT 기업들 역시 카메라 기술 트렌드를 면밀히 주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발굴하는 등 카메라의 성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