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000만 명을 움직이는 나' 인플루언서 시대]
-‘13살 초통령’ 마이린...아프거나 졸려도 책임감에 매일 업로드
"초딩을 위한 초딩의 방송…구독자 100만 명이 목표”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아 배고파. 엄마 자나? 설명서만 보고 라면을 끓일 수 있을까요. 일단 배고프니까 시도해 봐야죠.”

2017년 6월 14일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 이 영상의 제목은 ‘밤 12시 엄마 몰래 라면 끓여 먹기’다.

라면을 한 번도 끓여본 적 없는 초등학생이 엄마 몰래 라면을 끓이며 물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가스레인지는 어떻게 켜야 하는지 좌충우돌하는 장면을 담은 상황극에 누리꾼들이 몰렸다.

누적 조회 수만 657만 건, 댓글은 2만7000개를 돌파했다. 초등학생이 그들과 동일한 시선에서 가장 흥미로워할 만한 주제를 담은 것이 유튜버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영상의 주인공은 1인 크리에이터 ‘마이린TV’의 최린(13) 군이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생인 최 군은 또래 친구들과 조금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방과 후 유튜브에 키즈 콘텐츠를 올리며 1인 크리에이터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딩을 위한 초딩의 방송…구독자 100만 명이 목표”
(사진) 키즈 인플루언서 '마이린TV'의 최린 군과 마이린의 어머니 이주영 씨가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3년 만에 구독자 50만 명 돌파

최 군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마이린TV의 구독자 수는 51만 명, 누적 조회 수는 2억1000만 건에 달한다. 유튜브는 채널 구독자가 10만 명에 도달하면 ‘인증 배지’를 수여하는데, 마이린TV에도 이 인증 배지가 달려 있다.

그가 51만 대군을 이끄는 인플루언서라는 일종의 표지인 셈이다. 열세 살 어린아이는 어떻게 인플루언서의 길에 올랐을까. 평일 늦은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유튜버 초통령’ 마이린TV의 최린 군을 만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빠가 신문 기사에서 ‘올해의 유튜브 톱10 영상’이란 뉴스를 보고 제게 (순위권에 있는)크리에이터 ‘양띵’의 영상을 보여줬어요. 아빠에게 ‘이런 영상을 올리고 싶다’고 얘기했죠. 이전에는 유튜브도 몰랐고 크리에이터가 무엇인지도 몰랐어요.”

양띵의 콘텐츠에 감동한 최 군은 아버지와 함께 2015년 3월 구글코리아가 주최하는 ‘유튜브 키즈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마침 유튜브에서 키즈 콘텐츠를 육성할 때였다.

“행사장에서 처음으로 영상도 찍고 편집도 하고 즉석에서 채널을 만들어 ‘마이린’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그때는 우물쭈물 영상 앞에 섰었는데 그렇게 2~3주에 한 번씩 꾸준히 콘텐츠를 올렸어요. 영상 기술도 별것 없었어요. 처음에는 실수한 부분만 잘라내고 올리는 식이었는데 이후 자막도 넣을 수 있게 됐죠.”

최 군이 ‘초보’ 딱지를 뗀 것은 그로부터 7개월여 후. 당시만 해도 키즈 유튜버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최 군이 키즈 유튜버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은 키즈 유튜버가 많지만 그때는 거의 저밖에 없었어요. 어른들이 다니는 행사에 크리에이터로 오니까 대도서관·양띵·도티·캐리 등 유명한 크리에이터 형·누나들이 귀엽게 봐주셨죠. 구독자가 1000명을 돌파했을 때에는 최고의 크리에이터인 ‘도티’가 인터뷰를 해줬는데 그 이후 채널이 유명해졌던 것 같아요.”

최 군의 ‘마이린TV’는 초등학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다. 초기에는 MC를 맡은 그가 또 다른 크리에이터들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이 과정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성인 인플루언서들와의 협업은 마이린TV의 팬덤 확보에 날개를 달아줬다.

주요 시청자들은 최 군과 비슷한 나이의 여학생들.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구독자 수는 어느덧 100명, 1000명, 1만 명을 넘어 현재 50만 명을 돌파했다. 당시 아홉 살, 초등학생인 최 군이 3년 만에 이룬 결과다.
"초딩을 위한 초딩의 방송…구독자 100만 명이 목표”
생방송 피하고 주말에 촬영

키즈 인플루언서로의 삶이 특별할 것은 없었다. 최 군은 방과 후 여느 초등학생들처럼 학원도 다니고 놀기도 한다.

그 대신 주말에는 주로 마이린TV에 올릴 영상들을 미리 찍어 두고 주중에 이를 편집해 올린다.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하고 댓글에서 영감을 얻어 아이템을 찾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하루 일과다.

“매일 유튜브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해요. 댓글에서 다음에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아이템을 얻기도 하고요. 악성 댓글이 달리기도 하는데 제가 부족한 걸 지적하는 댓글들은 보면서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마이린TV는 365일 돌아간다. 최 군은 매일 영상을 올리는 것이 ‘시청자와의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영상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생방송’은 피했다.

아직 최 군이 실시간 악성 댓글에 대처하기에 미흡한 나이이기도 하고 혹시 모를 말실수가 평생 꼬리표로 따라붙을 수도 있다는 인플루언서 ‘대도서관’의 조언을 따랐다.

“제가 졸리거나 아플 때에는 조금 힘들다고도 생각하는데요, 시청자들이 제 영상을 기다리고 있고 영상을 올리는 게 시청자와의 약속이라고 생각해 매일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

지금은 인플루언서 마이린으로 활약하지만 처음부터 그의 꿈이 인플루언서는아니었다. 유튜브를 알기 전 그의 꿈은 비행기 조종사나 골키퍼·과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랬던 최 군의 꿈이 달라졌다.

“올해는 구독자 수 100만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제 곧 중학생이 되겠죠. 크리에이터로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어요. (마이린TV의) 시청자들도 점점 성장할 거예요. 그때그때 저의 눈높이에서 시청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전달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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