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규모 커지면 ‘시스템 경영’은 필수…‘벤처 정신’만 잃지 않으면 돼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 우리 회사는 창업한 지 10년이 채 안 되는 중소 벤처기업입니다. 지난해부터 매출이 급증하는 바람에 인력을 대거 충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 변화에 따라 필요한 인력이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사업 방향이 달라지거나 주력 제품이 변할 때마다 필요한 업무 역량도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직원들이 혼란을 겪고 있고 퇴직자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또 회사의 조직이 급격하게 커지고 기업 문화가 바뀌면서 창업 초기부터 같이 일했던 직원들이 계속 떠나고 있습니다. 회사 매출이 당분간 크게 늘어날 것 같아 인력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상황 변화에 따라 급하게 직원을 채용하면 인력의 안정적 운용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히 열정과 헌신으로 창업 초기에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던 직원들의 이탈은 걱정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래서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중소 벤처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재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성장통’겪는 벤처기업의 인재 관리법은
A = 중소 벤처기업이 안정적 기업으로 자리 잡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자기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독창적이기 때문에 고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사업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제품이나 서비스가 좋아도 고객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설령 고객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고객 규모가 안정적 수준까지 커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이 과정에서 자금이 마르고 핵심 인력이 이탈하면서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업 초기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매출이 크게 늘고 자금 여력이 있는데도 성장 엔진이 꺼지는 벤처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회사가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진입하는 것 같았는데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겁니다. 목적지에 다 온 것 같고 성공을 거머쥐기 직전인 것 같은데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핵심 인력이 떠나면서 조직이 와해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중소 벤처기업이 조직과 사업 규모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을까요.
첫째, 숙련된 전문가를 영입해 조직을 전문화해야 합니다. 창업자들은 대체로 온갖 일을 다 합니다. 창업 초기 직원들 역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을 합니다. 창업자가 그런 직원을 뽑았고 그렇게 일하는 것을 좋게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창업 초기 직원들은 열정과 헌신으로 무장한 채 직무나 부서 구분 없이 자신이 할 일을 찾아 합니다. 전문 지식이나 경험과 무관하게 필요한 일이면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조직이 작고 사업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일한 결과도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일하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필요성 큰 곳 먼저 ‘인재 전문화’ 시작

그런데 사업 규모가 커지면 업무가 복잡해지고 고객의 요구 사항도 늘어납니다.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려면 숙련된 전문 인력을 영입해 조직을 직무에 따라 전문화해야 합니다. 전문 인력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 업무 처리 수준이 향상되면서 고객 만족도와 생산성이 개선됩니다.

물론 전문화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영입된 전문 인력과 창업 초기부터 근무해 온 직원들 간의 갈등입니다. 창업 초기 직원들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지만 특정 분야의 전문성은 떨어집니다. 따라서 조직이 세분화하면서 직무 전문성이 강조되면 사내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짧은 시간에 전문성을 끌어올리기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일부 직원들은 전문화로 자신의 활동 영역이 좁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 분야의 책임자 자리는 대부분이 영입한 사람들로 채워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전문화가 진행될수록 창업 초기 직원들의 불만이 커집니다. “회사가 커지면서 경영진이 변했다”거나 “토끼사냥이 끝나니 사냥개를 잡아먹는 식으로 우리를 토사구팽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생겨납니다. 결국 창업 초기 직원들 가운데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직원들은 과거의 성취감을 다시 맛볼 수 있는 곳을 찾아 하나둘씩 회사를 떠납니다.

창업 초기 직원들은 회사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찾아서 했기 때문에 조직의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들은 또 직무나 부서를 넘나들면서 일하는 과정에서 내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창업 초기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면 조직의 활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조직이 세분화하면 부서 간 장벽이 생겨나기 마련인데, 이때 윤활유 역할을 했던 창업 초기 직원들이 빠져나가면 부서 간 교류가 위축됩니다.

‘직급 파괴’는 성장 저해 요소 될 수도

따라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선 조직을 한꺼번에 전문화하지 말고 필요성이 강한 분야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게 좋습니다. 중소 벤처기업에서 전문화할 필요성이나 효과가 큰 분야는 마케팅·영업·연구개발·인사입니다. 먼저 이들 분야부터 전문 인력을 영입해 성공 사례를 만든 뒤 다른 분야로 전문화를 확대해 나가십시오.

또한 부서를 넘나드는 교류를 장려해 커뮤니케이션 위축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세요. 커뮤니케이션이 막히면 시너지가 약해집니다. 조직이 규모만 커질 뿐 조직력은 오히려 약해져 규모의 확장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창업 초기 직원들이 맡았던 내부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장치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둘째, 임직원을 채용할 때 조직 문화와 장기 경영 계획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창업 초기 직원이 나가고 새로 들어온 임직원들이 크게 늘면 기업의 정체성이 약해지고 조직 문화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창업 초기 직원들은 회사의 비전이나 창업자의 경영 철학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조직 구성원들에게 이것을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이들의 이탈은 필연적으로 조직 구심점의 약화를 불러오게 됩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 문화에 맞는 임직원을 채용해야 합니다. 정체성이 약해진 상황에서 조직 문화에 적합하지 않은 직원들이 들어오면 조직 구성원들이 방향성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핵심 인력이 될 사람이라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조직 문화에 맞지 않으면 뽑지 않아야 합니다. 이들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일반 직원들에 비해 훨씬 크니까요.

채용을 장기적 경영 계획과 연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 중소기업 가운데 장기 경영 계획과 연계해 직원을 채용하는 곳은 36.9%에 불과했습니다. 상당수가 단기 수요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장기 경영 계획을 염두에 두지 않고 채용한 인력은 필요성이 사라지면 유휴 인력으로 전락합니다. 따라서 당장 필요하다고 즉흥적으로 채용하지 말고 장기적 경영 계획에 따라 신중하게 뽑아야 합니다.

셋째, 인력 관리와 운용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벤처기업의 창업자들은 대체로 회사를 세울 때 가급적 규율을 피하려고 합니다. 조직도 최대한 간단하게 구성합니다. 조직 구조나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면 속도가 느리고 통제력을 상실하고 조직력이 약해질 수 있으니까요.

벤처기업 창업자들은 특히 직급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직급은 관료주의의 상징이자 직원들의 창의력과 업무 의욕을 꺾는 악마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직원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직급을 최소화해 가능하면 평등하게 조직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조직 구성원들이 창업자 밑에 수평적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중소 벤처기업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 창업자의 이런 방침은 혼란을 키웁니다. 모든 직원이 경영진과 상대하려는 바람에 의사결정이 오히려 늦어집니다. 경영진이 모든 직원의 업무를 다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업무를 효과적으로 감독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회사는 점점 더 무질서의 혼돈 상태에 빠져들게 됩니다.

따라서 관리 체계 정비가 시급합니다. 효율적 관리 체계는 안정적 성장에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회사의 규모와 특성에 맞게 직급과 직책의 체계를 갖추고 조직 구성원들의 역할과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성장 궤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벤처기업’의 정체성 지키는 게 중요

중소 벤처기업이 성장하려면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합니다. 가장 큰 난관은 두려움입니다. 많은 중소 벤처기업 경영진이 고유한 조직 문화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조직과 사업의 확대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중소 벤처기업들이 조직을 세분화하고 인력 관리와 운용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해서 모두 벤처기업의 정체성을 상실한 게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전문 인력을 영입한 모든 기업에서 창업 초기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도 아닙니다. 직원이 늘고 조직 규모가 커지는 것에 맞게 효율적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단지 중소 벤처기업의 최대 장점인 자발성, 융통성, 빠른 속도, 구성원 간 유대 관계를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과제일 뿐입니다. 중소 벤처기업을 넘어 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는 경영진이라면 모두 이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