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단종 제품 소비자 요청에 부활하기도…친근함 무기로 매출 ‘쑥쑥’
식품업계, 옛 먹거리로 ‘어른이’ 추억 소환
(사진)소비자의 요청으로 12년 만에 부활한 ‘토마토마’. /해태제과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키덜트’는 아이(kid)와 어른(adult)을 합친 신조어로, 아이의 감성을 지닌 어른을 뜻한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레고나 프라 모델은 물론 즐겨 보던 만화 속 피규어 등에 열광하는 이들이다. 국내에서는 이들을 ‘어른’과 ‘어린이’의 합성어인 ‘어른이’로 부르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1조원을 넘어섰다. 관련 산업이 커지면서 식품업계도 어른이의 향수를 겨냥한 제품을 속속 선보이는 추세다.

1980년대 회사 로고와 서체 등을 살린 한정판 제품을 내놓는가 하면 생산이 중단된 제품을 재출시하는 등 옛 감성을 입힌 먹거리로 소비자의 오감을 사로잡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1940~1990년대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한 ‘레트로 펩시’를 한정 판매 중이다.

펩시콜라는 1893년 약사 칼렙 브래드햄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브래드의 음료수(Brad’s drink)’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레트로 펩시는 펩시콜라 125주년을 기념, 1940~1990년대에 판매된 디자인을 활용해 전 연령층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친밀감을 더하기 위해 기획됐다. 글로벌 펩시 브랜드와 함께 ‘시대가 바뀌어도 러브 잇 러브 잇(LOVE IT ! LIVE IT !)’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제품이다.

롯데칠성음료는 1940, 1950, 1960, 1970~1980, 1990년대에 판매된 총 5가지 패키지 디자인을 총 7개 품목(소매용 250mL 캔, 355mL 캔, 600mL 페트병, 1500mL 페트병 등 4종과 업소용 355mL 캔, 500mL 페트병, 1250mL 페트병 등 3종)에 적용한 레트로 펩시를 8월까지 국내에서 한정 생산한다.
식품업계, 옛 먹거리로 ‘어른이’ 추억 소환
(사진)펩시콜라 120주년 기념 ‘레트로 펩시’ 한정판. /롯데칠성음료 제공

전승훈 롯데칠성음료 펩시콜라 브랜드 담당(책임)은 “과거의 즐거운 순간을 추억하고 현재의 짜릿함을 만끽하며 미래의 흥미진진한 무대를 준비하는 순간에 펩시콜라가 함께할 것”이라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5개의 디자인으로 선보이는 레트로 펩시는 소장품이나 선물로도 제격”이라고 말했다.

◆옛 포장 그대로 ‘별뽀빠이’ 눈길

삼양식품은 별뽀빠이 스낵 출시 47주년 기념 한정판 ‘레트로 별뽀빠이’를 선보이고 있다.

별뽀빠이는 삼양식품이 1972년 2월 출시한 라면 과자로, 만화영화 ‘뽀빠이’의 주인공을 패키지 디자인에 반영한 제품이다. 라면을 끓여 먹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당시엔 익숙하지 않은 제품이었지만 달콤하고 고소한 맛에 별사탕을 골라 먹는 재미를 더해 소비자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레트로 별뽀빠이는 1980년대 사용하던 삼양식품 로고와 서체 등을 패키지에 그대로 반영했다. 4060세대에겐 추억을, 1020세대에겐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제품이다.

삼양식품은 어린이날을 앞둔 5월 4일 회사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레트로 별뽀빠이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레트로 별뽀빠이 4개 제품을 550원에 무료 배송하는 한편 선착순 140명에게 추억의 장난감인 요요와 스티커를 증정하는 이벤트로, 이벤트 시작 1시간 만에 한정 수량 1000개가 모두 판매됐다는 게 삼양식품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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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별뽀빠이 47주년 기념 ‘레트로 별뽀빠이’ 한정판. /삼양식품 제공

이민호 삼양식품 마케팅팀장은 “장수 제품인 뽀빠이의 특성을 살려 기성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청년층에겐 호기심과 재미를 주기 위해 복고풍 콘셉트의 레트로 별뽀빠이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8월 군인들의 라면으로 불리는 ‘간짬뽕’에 군복 무늬 디자인을 적용한 큰컵 ‘군대간짬뽕’을 한정 출시하기도 했다. 전역 후에도 군복무 시절의 간짬뽕 맛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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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군대 라면 ‘간짬뽕’을 재해석한 ‘군대간짬뽕’ 한정판. /삼양식품 제공

간짬뽕은 삼양식품이 2007년 7월 출시한 제품으로, 매콤달콤한 액상 소스와 진한 해물 맛이 특징이다. 군대 내 매점에서 매년 30억원어치 이상 판매되는 제품이다. ‘병사들이 밥을 먹지 않을까봐 대대장이 압수하는 라면’으로도 통한다.

◆20년 만에 재탄생한 ‘화이트 치토스’

소비자가 생산이 중단된 제품을 다시 부활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롯데제과는 최근 ‘치토스 콘스프 맛’을 선보였다. 치토스 콘스프 맛은 1990년대 중반 단종된 ‘화이트 치토스’의 맛과 식감을 재해석해 약 20년 만에 새롭게 출시한 제품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회사 홈페이지에 화이트 치토스 재출시를 요청하는 글이 쇄도해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는 게 롯데제과의 설명이다.

치토스는 과거 오리온이 미국 프리토레이와 제휴해 선보이다가 2006년부터 롯데제과가 국내 생산을 이어오고 있는 베스트셀러 스낵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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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비자의 요청으로 20년 만에 재탄생한 ‘치토스 콘스프 맛’. /롯데제과 제공

롯데제과는 치토스 콘스프 맛의 포장 디자인을 1990년대 디자인과 현재 디자인 등 2종으로 다르게 적용했다. 과거 치토스의 상징이던 파란색 패키지 디자인과 현재 치토스의 주황색을 각각 활용해 기존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현재 주요 고객인 10대들의 취향도 고려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6월 입체 스낵 ‘아!그칩’을 재출시하기도 했다. 아!그칩은 ‘아! 옛날의 그 칩’을 축약해 만든 제품명으로, 이른바 마시는 스낵으로 인기를 누렸던 ‘아우터’를 재해석한 제품이다.

아우터는 10여 년 전 생산이 중단됐지만 제품을 다시 출시해 달라는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부활했다. 감자를 주원료로 한 삼각 형태의 제품으로, 스낵이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있어 씹을 때 입안에서 터지는 경쾌한 식감이 특징이다. 출시 이후 약 70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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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비자의 요청으로 10여 년 만에 재탄생한 ‘아!그칩’. /롯데제과 제공

김미정 롯데제과 스낵 마케터(책임)는 “출산율 저하로 주요 타깃인 10대의 인구가 줄면서 새로운 수요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복고 콘셉트의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라며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최근 ‘태양의 맛 썬’을 2년 만에 재출시했다. 태양의 맛 썬은 통곡물의 고소한 맛과 매콤한 감칠맛을 조화시킨 스낵으로, 진한 양념과 바삭한 식감 덕에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한 제품이다. 1993년 출시 이후 20년 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오리온은 2016년 이천 공장 화재로 생산 라인이 소실되면서 한동안 이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 이후 공식 홈페이지에만 100여 건 이상의 문의 글이 올라오는 등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밀양 공장에 생산 설비를 구축, 올 4월부터 제품을 생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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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비자의 요청으로 2년 만에 돌아온 ‘태양의 맛 썬’. /오리온 제공

정태조 오리온 마케팅부문 팀장은 “태양의 맛 썬은 재출시 한 달 만에 1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2년 전 생산 중단 시점 대비 판매량이 20% 이상 증가했다”며 “과거 향수를 지닌 소비자는 물론 새로운 소비자까지 아우르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요구에 12년 만에 부활한 ‘토마토마’

소비자의 제품 재생산 요청은 스낵을 넘어 아이스크림과 라면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농심은 2009년 국내에서 단종됐던 ‘감자탕면’을 지난해 9월 새롭게 출시했다. 농심은 일본과 중국 등 돼지고기 국물에 익숙한 국가에서 제품 판매를 이어 왔다. 이후 해외에서 제품을 맛본 소비자의 재출시 요구를 바탕으로 기본 분말스프에 후첨 액상스프를 추가해 풍미를 배가한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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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해외에서의 인기와 소비자의 요청으로 재탄생한 ‘감자탕면’. /농심 제공

기존 ‘보글보글찌개면’을 업그레이드해 2016년 출시한 ‘보글보글부대찌개면’도 소비자의 요구로 부활한 제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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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비자의 요청 등으로 부활한 ‘보글보글부대찌개면’. /농심 제공

팔도는 지난해 9월 프리미엄 제품인 ‘진국설렁탕면’을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10년 만에 국내에서 다시 선보인 것이다. 진국설렁탕면은 1995년 출시된 제품으로 2007년 국내에서 단종됐지만 해외시장에선 인기가 지속돼 왔다. 20여 개국에서 연간 2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리는 효자 품목이다.

진국설렁탕면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설렁탕 고유의 맛을 라면으로 구현한 제품이다. 진짜 소고기 수육이 들어 있고 진한 사골 맛의 담백한 국물이 일품이라는 게 팔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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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10년 만에 재탄생한 ‘진국설렁탕면’. /한국야쿠르트 제공

한창민 팔도 면BM 팀장은 “팔도의 34년 전통 액상스프 노하우를 담은 진국설렁탕면은 소비자 조사에서 진한 국물 맛과 풍성한 건더기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맛의 우위를 바탕으로 설렁탕면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2005년 출시 이후 단종됐던 아이스크림 ‘토마토마’를 지난해 3월 재출시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토마토마를 다시 먹고 싶다”는 게시 글이 올라왔던 게 제품 재출시의 계기가 됐다. 토마토마는 얼음 알갱이와 토마토를 섞은 토마토 맛 슬러시 아이스크림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토마토마는 출시 당시 토마토를 주원료로 한 최초의 아이스크림으로 주목받았지만 기존 제품 우선 생산 원칙에 따라 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2년여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며 “지난해 3월 재출시 이후 한 달 만에 판매량 77만 개(약 9억원어치)를 기록하는 등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