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택규 제트바이오텍 대표 “혈액 한 방울로 질병 유무 확인…1900억원 미국 수출 성과 본격화”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지난해 말 제트바이오텍이라는 생소한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이 미국 대형 의료 기기 유통 업체와 1억 달러 규모 이상의 수출 계약을 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2014년 창업한 이 회사는 인체용 진단 검사 키트와 검사 장비 등을 제조한다.

제트바이오텍은 지난해 12월 미국 마이크로벳다이애그노스틱스(이하 마이크로벳)와 향후 15년간 1억7800만 달러(약 1900억원)어치의 현장 신속 진단(POCT) 기기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미국 3대 의약품 유통 업체의 상품 조달에 큰 축을 담당하는 마이크로벳이 제트바이오텍 제품을 납품 받아 의료 기기 업체에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마이크로벳은 제트바이오텍 제품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등록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GMP(Good Medical Product) 인증을 받는 데 필요한 투자 자금 200만 달러(약 22억원)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오택규 제트바이오텍 대표는 “현장 신속 진단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A사 제품과 성능이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3분의 1 수준인 제트바이오텍 제품의 가치를 마이크로벳이 높게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제트바이오텍이 개발한 신속 진단 키트 정량분석기는 사람 눈에 의존하던 시약 판별을 광학적으로 가능하게 한 것으로 A사 외에는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개발한 제품부터 미국 인증을 받기 시작해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실제로 수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성비 좋은 진단 키트로 세계시장 공략”
약력 : 1981년생. 2005년 대전보건대 임상병리과 졸업. 2007년 충북대 생화학과 졸업. 2009년 충북대 의학 석사. 2005년 청주한국병원 진단검사의학과. 2010년 바디텍메드 중앙연구소. 2014년 대전보건대 임상병리과 겸임교수. 2014년 제트바이오텍 대표(현). 사진=이승재 기자

◆미국·중국 기업에 제품·기술 수출

제트바이오텍은 올해 초 중국 중견 의료 기기 유통 업체와 기술수출 계약을 하고 곧바로 기술 사용료(로열티)를 받기 시작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납입 자본금 1억여원에 직원 수가 열댓 명에 불과한 회사가 단기간에 올린 성과였기 때문이다.

제트바이오텍은 1월 중국 선전의 진단 기기 전문 업체 젠루이생물과기유한공사(이하 젠루이)와 전략적 제휴 계약을 했다. 젠루이는 생화학 기기와 특정 단백질 분석기, 형광 면역 기기 등을 100여 개국에 판매 중인 업체다.

제트바이오텍은 젠루이에 고감도 정량 POCT 플랫폼 중 시약의 최종 제품 제조 기술과 품질관리 기술을 이전해 주기로 했다.

제트바이오텍은 또한 이미 판매 허가를 획득한 염증 진단용 시약과 패혈증 진단용 시약을 포함한 시약 20여 종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료를 향후 5년간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 젠루이가 생산할 예정인 시약과 분석기를 제조원가에 가까운 수준에 공급받는 계약도 했다.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밑천을 확보한 것이다.

제트바이오텍은 기술이전료와 개발 지원금으로 젠루이로부터 약 7억원(400만 위안)을 받기로 했다. 원료 독점 공급을 통해 5년간 약 150억원(1360만 달러)의 매출도 올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국내 사모펀드 한 곳이 제트바이오텍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제트바이오텍은 이를 바탕으로 올 한 해에만 시약 25개를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회사 설립 후 지난해까지 4년간 개발한 시약이 24개인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관련 성과가 2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제트바이오텍은 최근 진단 시약에 그치지 않고 시약으로 얻은 결과를 분석하는 시스템도 자체 기술로 개발해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애니랩에프원(Anylab F1)’으로 명명된 이 분석 장비는 체내 호르몬이나 염증·암 등 각종 질환 마크를 정량 분석한다. 질병의 유무를 넘어 질환의 경중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다.

◆시련 딛고 자체 기술력 갖춰
“가성비 좋은 진단 키트로 세계시장 공략”
(사진) 오택규 제트바이오텍 대표. /이승재 기자

제트바이오텍이 짧은 시간에 다양한 질환을 검사할 시약과 검사 장비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진단 시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항원과 항체를 대부분 확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필요한 항체를 자체 보유하면 검사 장비 등의 개발 기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회사 설립 이후 여러 위기도 있었다. 오 대표는 2년 전쯤 국내의 이름난 바이오 기업 간부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그 회사는 제트바이오텍이 당시 개발하던 제품에 들어갈 원자재 등을 공급하기로 약속한 업체였다.

e메일의 내용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제트바이오텍에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앞으로 생길 경쟁자를 없앨 생각으로 일방적으로 약속을 깬 것이다.

제트바이오텍은 당시 동물용 진단 키트 제품을 개발하면서 해당 바이오 대기업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완제품을 만들 계획이었다. 현재 제트바이오텍의 핵심 기술인 형광 면역 진단 기술은 그때만 해도 한창 개발 중인 단계였다. 회사를 꾸려가기 위해 타사 기술에 뿌리를 두고 완제품을 생산하려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대표가 직접 연구소장을 겸하는 등 연구진이 5명에 불과한 작은 스타트업으로선 좀처럼 넘기 힘든 위기처럼 보였다.

오 대표는 “창업 이후 2년여간 밤낮없이 몰입하면서 만든 꿈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회사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 대표는 좌절하는 대신 원료 등을 직접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6개월여 만에 자체 기술로 원료와 원자재를 개발해 완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오 대표는 “그때의 위기가 오히려 제트바이오텍이 여러 부문에서 기술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다”며 “지금은 어떤 기술이든 우리 연구진의 힘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제트바이오텍은 올해 로열티 수입을 포함해 약 3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 수출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내년 이후에는 매출 규모를 매년 두 배 이상 키운다는 목표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