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연남동 팝업스토어 오픈
"서울 접수하러" 온 제주맥주
요즘 연남동에서 가장 북적이는 곳이 있다. 바로 크래프트 비어(수제 맥주) 회사 ‘제주맥주’의 첫째 팝업스토어다.

제주도에서만 판매하던 ‘제주 위트 에일’ 전국 출시를 기념해 열린 팝업스토어는 제주를 연상시키는 색감과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제주맥주는 국내 수제 맥주 제조업체 중 최대 생산 규모(연간 최대 2000만 리터)를 자랑한다. 이 회사는 탄생부터 남달랐다. 지난해 국내 맥주업계 최초로 직접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하더니 11시간 만에 7억원을 모았다. 뉴욕 판매 1위 기업인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아시아 첫 자매회사로 양조 기술에 대한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국 판매와 마케팅을 시작한 문혁기(39) 제주맥주 대표를 연남동 팝업스토어에서 만났다.
"서울 접수하러" 온 제주맥주

Q. 처음 수제 맥주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계속 식음료(F&B) 관련 창업을 해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화장실 방역 사업을 하며 패밀리 레스토랑 등 외식 업체 매장을 관리해 왔어요. 이후 직접 비빔밥 프랜차이즈 외식 사업을 해보려고 미국에 갔는데 그때 우연히 경험한 크래프트 비어가 너무 강렬했죠. 타지에서 비빔밥 프랜차이즈를 론칭하는 것보다 이걸 국내시장에 소개하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았어요.”


Q.브루클린 브루어리를 설득하는 과정이 어렵지 않았나요.


“쉽지 않았죠. 저는 처음부터 제주도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주도를 많이 어필했어요. 브루클린 브루어리를 설득한 다음에는 규모에 대한 논의를 거치고 설비 시스템을 갖추느라 준비 기간만 5년이 걸렸습니다. 그 대신 지난 30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어 온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노하우와 개선점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죠.”


Q.많은 지역 중 제주도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수제 맥주는 어디에서 어떻게 경험하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제주도는 매년 14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잖아요. 사람들이 여행지로 제주도를 찾았을 때 제주맥주를 만나고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 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산과 바다와 올레길을 즐기듯이 맥주와 양조장을 즐기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죠. 제주맥주에 대한 첫 경험이 좋으면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제주맥주가 계속 생각날 테니까요.”


Q.제주맥주만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진정성이죠. 지역 이름을 딴 맥주가 많이 등장했지만 정작 그 지역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맥주가 대부분이에요. 반면 제주맥주는 제주 원료를 넣고 제주에서 생산하면서 ‘진짜 제주’를 담았어요.

제주를 단순히 생산 기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보고 있죠. 신제품 유통을 꽤 오랜 시간 동안 제주에서만 진행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전체 직원 75명 중 30명 정도는 제주 도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맥주 생산 자체부터 마케팅하는 과정까지 제주의 색깔을 잃지 않고 있어요.”


Q.제주맥주처럼 지역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로컬 비즈니스가 많이 탄생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에 공감합니다. 자신이 소비하는 물건이 자신의 철학과 삶의 태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가능하면 더 진정성 있는 맥주를 선택하고 싶은 거죠. 특히 양조장 투어에도 많은 정성을 들이고 우리의 스토리를 전달하려고 노력하죠. 로컬의 가치를 전달해 주는 트렌드가 식품 쪽에서는 꽤 오래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Q.제주맥주는 크라우드 펀딩 신기록을 세우며 탄생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제주맥주에 선뜻 투자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이었나요.


“우리 회사 초반 구성원들은 10년 이상씩 전문 영역에서 일하다 온 사람들이 많았어요. 특히 대형 회계 법인을 거친 친구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두면서 초기 스타트업들이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회계나 감사 부문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또 우리 브랜드 스토리에 공감하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이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430명의 개인 주주들이 모집됐는데 그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홍보나 영업을 자처하고 있죠(웃음).


Q.수제 맥주 시장 발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종가세(출고 가격에 세금을 매기도록 하는 주세법)죠. 종가세는 수제 맥주 산업뿐만 아니라 국내 맥주 산업 전체를 놓고 봐야 하는 규제라고 생각합니다. 국산 맥주에는 판매 관리비와 영업비·이윤까지 더해 세금을 매기는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와 관세에만 세금이 붙는 상황이에요. 그러다 보니 수입 맥주가 국내 맥주보다 싼 게 현실이죠.

이전에는 맥주 수입 자체가 별로 없던 시절이어서 종가세에 대한 논란이 없었지만 최근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 판매량이 50%를 넘은 상황에서도 불공평한 규제가 계속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수제 맥주업계는 젊은 인프라로 구성되고 있기 때문에 고용 창출이 이뤄질 수 있는 산업이에요. 제주맥주도 작년에만 20~30대 직원을 50명 이상 고용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만큼 캔·병·디자인 등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은 만들어주지 않더라도 방해될 만한 요소는 치워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제주맥주
연남동 팝업스토어는
6월 24일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