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성공 투자하려면 먼저 ‘마음’이 편해야
- 자신의 상황을 잘 알면 수익도 높아져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동생 특히 둘째로 자라난 사람들의 가장 큰 불만은 언니나 형의 옷을 물려 입고 자랐다는 것이다. 언제나 조금 큰 듯한, 몸에서 겉도는 듯한 옷을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성인이 돼 본인만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찾아 입게 되면 날아갈 듯이 기뻤을 것이다.

투자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투자의 세계에서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편하듯이 본인의 상황에 맞는 투자를 해야 마음도 편하고 나아가 수익도 높아진다.
왜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질 때 팔까?
◆ 무리한 대출은 심리적 위축 불러와

그러면 투자의 세계에서 몸에 맞지 않은 옷은 무엇일까. 본인의 자금 사정과 맞지 않은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거주 여건이 좋은 곳은 집값이 비싸다.

거주 여건이 좋은 곳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수요가 몰리게 되고 집값이 오른다. 이런 이유로 비싼 곳이 더 오르고 싼 곳은 적게 오르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 투자의 쏠림 현상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 통계가 시작된 2013년 4월의 지역별 ㎡당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집값이 비싼 상위 8개 자치구와 중위 9개 자치구,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하위 8개 자치구의 아파트 값 상승률을 분석해 봤다.

지난 5년여간 서울 저가 지역의 상승률은 27.3%에 그친 반면 중가 지역은 42.1%, 고가 지역은 47.4% 올랐다. 비싼 곳일수록 더 오르는 부익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현상이 5년여간 지속되면서 가능하면 비싼 곳에 집을 사려는 사람도 따라 늘고 있다.

그러면 무조건 집값이 비싼 곳에 집을 사는 것이 좋을까. 자금이 충분한 사람이라면 굳이 저가 지역에 투자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은 사정이 다르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이 고가 지역에 집을 사려면 상당한 수준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무리한 대출은 심리적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A라는 사람이 주택 담보대출 때문에 1년에 2000만원의 이자가 나간다고 하자. 그런데 이 사람이 산 집이 1년에 1억원씩 오른다면 이 사람이 집을 팔까. 아니다. 대출이자를 빼고서도 1년에 8000만원씩 수익이 나기 때문에 A라는 사람은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한편 B라는 사람은 1년에 1200만원의 이자가 나간다고 하자. 그런데 이 사람이 산 집이 한 푼도 오르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매달 100만원의 이자가 나갈 때마다 아까운 생각이 들면서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그러다 견디다 못해 집을 덜컥 파는 것이다.

이때 비싼 값에 팔 수 있을까. 아니다. 이 사람의 마음이 흔들렸던 이유는 대출이자가 계속 나가지만 집값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해 대출이자가 더 나가는 A가 집을 팔지 않았던 이유는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출이 많은 이는 집값이 오를 때 팔지 않지만 집값이 떨어질 때 파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 집값은 항상 오르지만은 않는다

이번에는 대출을 끼지 않고 집을 산 C라는 사람을 보자. 이 사람이 산 집이 한 푼도 오르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B처럼 집을 덜컥 팔지는 않는다. 집을 살 때 들었던 취득세 등 거래비용을 감안하면 샀다 팔았다 하는 것이 손해이기도 하지만 굳이 팔 이유도 없는 것이다.

결국 똑같이 집값이 하락하지만 B는 팔고 C는 팔지 않는 이유는 심리적으로 그 상황을 견딜 수 있는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매달 대출이자가 나갈 때마다 고민하는 사람과 투자한 후 한동안 잊고 있는 사람과의 차이이기도 하다.

대출을 많이 끼고 집을 사는 레버리지 투자를 권하는 사람은 은행의 대출이자보다 집값 상승분이 더 크기 때문에 수익률을 더 올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5억원짜리 집을 사 1년에 1억원이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이 대출 없이 이 집을 샀다고 하면 투자수익률은 20%(=1억원÷5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사람이 집값의 60%에 해당하는 3억원을 4% 대출금리로 은행에서 빌려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1년에 이자가 1200만원이 나간다.

그러면 1년간 수익은 8800만원(=시세 상승분 1억원-이자 1200만원)이 된다. 하지만 본인 투자금은 2억원밖에 되지 않으므로 투자수익률은 44%(=8800만원÷2억원)나 된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것이 자기자본으로만 집을 사는 것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산수이고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실제로는 투자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수익이 높지 않을 때가 많다. B라는 사람처럼 집값이 떨어질 때 견디지 못하고 팔아버리기 때문이다.

집값이 사는 순간부터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누구나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이라는 것은 그런 흐름을 보이지 않는다. 한동안 오르지 않다가 어느 순간 오르고 또는 정체를 보일 수도 있다.

만약 오르는 시기를 투자자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1년이고 2년이고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 오를지 알기 쉽지 않다. 더구나 시장에서 집값이 조금 조정되는 현상을 보이면 악재를 과장해 보도하는 기사가 넘쳐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투자 심리를 흔들어 놓는 것이다.

사방에서 집값 떨어진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매달 상당액의 이자가 나가는데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집값이 떨어진 것은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매달 나가는 대출이자까지 계속 내는 것은 추가 손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추가 손실이라도 줄이기 위해 B는 집을 싼 값에 덜컥 팔아버리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집값이 무차별적으로 올랐기 때문에 대출을 끼고 사는 집을 사는 사람이 늘었다.

상승기에는 A라는 사람처럼 높은 대출이자라도 견딜 수 있지만 하락기나 침체기가 오면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본인의 자산 수준에 비해 너무 많은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것은 바람직한 투자 방법이 아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2호(2018.07.23 ~ 2018.07.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