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건 인사이드]
-이어지는 저성장에 ‘펀드 시장’서 나 홀로 질주…수익률 높고 위험 분산돼 매력
항공기·선박 등 ‘대체 투자 전성시대’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대체 투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체 투자는 지금까지 주로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대부분이 폐쇄형인 사모펀드 형태로 운용되고 있어 한꺼번에 고액을 투자해야 하고 장기간 자금을 묶어 둬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에 수익률에 목마른 개인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대체 투자는 전통적인 투자 상품인 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부동산$인프라$사회간접자본(SOC)$원자재$항공기 등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한다. 최근에는 해외 자원, 항공기 엔진, 영화 등 예술 산업까지 그 범위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와 자산 운용사들 또한 새로운 대체 투자 상품 발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체 투자 수탁액 3년 새 2배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17년 자산 운용 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 자산 운용업계가 운용하는 펀드$투자일임$신탁 등 간접 운용 자산은 2017년 말 기준 1842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1730조원을 웃도는 액수다. 2014년 말 1315조원과 비교하면 3년 새 40% 정도 불어났다.

이 중 27%를 차지하는 펀드 수탁액은 지난해 497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형 펀드는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6%에 성장했지만 채권형 펀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신호에 따른 자금 이탈로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것은 대체 투자 펀드의 성장세다. 대체 투자의 대표적 유형인 부동산 펀드와 특별 자산 펀드의 증가세가 각각 30%, 18%에 이른다.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기록한 만큼 덩치도 만만치 않은 수준으로 불어났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부동산 펀드 수탁액만 60조원, 특별 자산 펀드는 58조원으로 대체 투자 펀드 총 수탁액은 118조원에 달한다. 채권형펀드(115조원)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2014년 말 대체 투자 펀드 수탁액이 62조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새 약 2배정도 시장이 커진 셈이다.

특히 지난해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를 포함한 증권형 펀드의 수탁액이 3조원 감소하고 파생형 펀드와 혼합 자산형 펀드의 수탁액도 각각 15조원, 7조원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국내 펀드 시장에서 돈이 몰리는 곳은 대체 투자 펀드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체 투자 펀드는 투자 대상과 전략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연 5~6% 수준의 중수익을 추구한다. 주식보다 안정적이면서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최근 몇 년간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 역시 꾸준히 투자 비율을 높여 왔다. 국민연금은 2012년 33조원(8%) 수준이던 대체 투자 비율을 2017년 66조8000억원(10%)까지 끌어올렸다. 사학연금도 같은 기간 1조4643억원(13%)에서 2조5429억원(16%)으로 비율을 높였고 한국교직원공제회도 2014년 7조3271억원(30%)에서 지난해 6월 말 기준 11조8428억원(38%)까지 확대했다.

박신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익률뿐만 아니라 위험 분산과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한 대체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의 실물 자산 간접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부동산$SOC 등 실물 자산 투자에 특화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형 재간접 펀드가 도입되면서 개인 투자자의 실물 펀드 수요도 증가 추세”라고 전했다.

사모펀드는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이상인 반면 이를 보완한 공모형 사모 투자 재간접 펀드는 500만원 이상이면 투자가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공모형 대체 투자 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공모형 대체 투자 펀드의 최저 투자금액은 100만원부터다.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대체 투자에 대한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체 투자 자금의 대부분을 공제회나 법인을 대상으로 모았다면 요즘에는 PB영업점의 고액 자산가들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부동산부터 지식재산권까지…점점 다양해지는 대체투자 상품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는 단연 ‘부동산 펀드’다. 자산의 50~70%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로,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 수입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오피스 건물 등 값비싼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한 뒤 그로부터 얻은 임대료를 일정 기간마다 배당금으로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용된다. 투자자로서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거대한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들이지 않고도 대규모 상업용 건물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투자 대상 또한 사무용 오피스 빌딩, 호텔, 물류센터까지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펀드 중에서도 해외 부동산에 관심이 높다. 상업용 부동산 거래는 국내보다 해외시장이 규모나 횟수 면에서 유리할 뿐만 아니라 임차 구조 계약 방식이 여러 가지고 투자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이나 랜드마크 건물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도 수익성에 안정성까지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웰스파고센터와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호텔에 투자한 데 이어 글로벌 통신 업체인 보다폰의 독일 본사 빌딩을 매입하는 등 3건의 대형 딜을 이끌어 내며 해외 부동산 대체 투자의 강자로 떠올랐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베스타자산운용과 함께 영국 레스티셔의 ‘아마존 물류센터’를 약 2000억원에 매입한 후 완판에 성공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부동산 펀드와 함께 대체 투자 펀드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특별 자산 펀드는 펀드 자금의 50% 이상을 특별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일컫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따르면 특별 자산은 증권과 부동산을 제외한 투자 대상 자산으로 규정된다. 인프라$항공기$선박$농산물$신재생에너지$예술품 등 투자 대상이 포괄적인 것이 장점이다. 2017년 자산 운용 시장 동향에 따르면 특별 자산 펀드 중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곳은 인프라(59%)였고 항공기(5%)와 선박(4.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인프라 펀드는 발전소$도로$항만$철도 등 사회 기반 시설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에 투자하고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한다. 인프라 건설이 완료된 후 통행료와 사용료 등을 배당하는 형식으로 꾸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인프라 투자는 무엇보다 적자가 발생할 때 정부가 일정 부분 보전해 주기로 계약하는 것이 많아 최소 원금 이상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항공기 펀드와 선박 펀드도 비슷한 구조다. 항공기 펀드는 전문 투자$운용 회사가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모집해 비행기를 구매 또는 리스할 항공사에 빌려주고 그 대가로 받은 이자를 배당과 수익 형태로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만 국적 항공기를 사들였다. 이 항공기를 다시 중화항공에 대여한 후 리스료를 받아 이자와 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선박 펀드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선박을 만들고 그 선박을 해운 회사에 임대한 후 얻는 비용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아직 투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영화나 공연 투자 또한 최근 주목 받고 있다. 특히 대규모 스케일과 현란한 영상이 요구되는 작품에 투자가 많고 예술품이나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사들여 수익을 내는 펀드도 출시되고 있다. 2012년 신설된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은 지식재산권만 전문으로 투자하는 운용사로, 2017년 상표권 투자 금액이 4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밖에 농축산물$유전$광산$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형태의 대체 투자 상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챙겨봐야 할 사항도 만만치 않다. 여전히 사모형 펀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운용 중인 대체 투자 펀드 중 91.9%가 사모펀드 형태로 설정돼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체 투자는 투자 대상에 따라 그 특성이 매우 다양한데도 각각의 펀드 특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전반적인 시장 상황보다 개별 투자안에 집중해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체 투자 펀드에 대한 공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전반적인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4호(2018.08.06 ~ 2018.08.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