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 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의 결합체…가상의 시제품 통해 문제점 찾아내]
‘엔진에서 도시 개발까지’ 실용화되는 디지털 트윈 기술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어떤 제품이든 생산을 위해서는 시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만일 제품 설계 후 곧바로 양산에 돌입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변수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제품의 구조와 기술 수준이 복잡할수록 시제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제품을 구성하는 소재와 부품의 아주 사소한 결함이라도 완제품 양산과 실제 사용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시제품 제작과 검토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대응 ‘디지털 트윈’


하지만 현재는 시제품 제작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가장 큰 문제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각기 다른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시제품을 각각 만들어 검토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또 제품이 출시된 후 소비자들의 수많은 의견과 개선 요구 사항을 시제품 개발과 제품 양산에 신속하게 반영하기도 힘들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각광받는 방법은 바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디지털 트윈은 이름 그대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실제 제품과 흡사한 가상의 시제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제품과 관련된 풍부한 정보를 토대로 현실 제품의 특징을 완벽하게 모사하는 디지털 이미지를 제작하고 이를 활용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제품 개발 단계에만 활용되지 않는다. 제품 공정과 사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변화를 점검해 디지털 트윈에 반영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공정 중 조그마한 문제라도 빠르게 감지하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큰 위험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현장의 피드백을 반영해 보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설계와 공정 변경 등 다양한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아직은 생소한 개념이지만 여러 공상과학영화에서 디지털 트윈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허공에 띄워진 아이언맨 슈트의 홀로그램 형상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아이언맨 슈트의 물리적 특성을 그대로 복제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현실에서 어려운 실험을 수행하고 슈트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공상과학영화 속 디지털 트윈의 모습은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첨단 정보기술(IT)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실물과 흡사한 디지털 트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윈을 자사의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위해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글로벌 연구 조사 기관 가트너도 2018년 10대 전략 기술 중 하나로 디지털 트윈을 선정했다.


사실 디지털 트윈의 개념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컴퓨터지원설계(CAD)나 각종 컴퓨터 시뮬레이션 역시 일종의 디지털 트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주목 받는 디지털 트윈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 공간과 사이버 공간이 실시간으로 동기화된다는 점이다.

물리적 제품의 현재 상태는 물론 예상 변화까지 완벽하게 사이버 영역으로 모사해 발생 가능한 거의 모든 문제를 빠른 속도로 탐지하고 분석할 수 있다.


기업은 디지털 트윈을 통해 제품 개발을 위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고 다각적 검토와 실험을 통해 기존 방법으로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 수집, 분석과 활용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트윈은 특정 기술이 아닌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클라우드·3차원(D) 프린팅 등 현존하는 거의 모든 디지털 기술이 망라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향후 새롭게 등장하게 될 여러 기술 역시 직간접적으로 디지털 트윈의 고도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엔진에서 도시 개발까지’ 실용화되는 디지털 트윈 기술

◆‘버추얼 싱가포르’ 등 다방면 연구


디지털 트윈 도입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바로 제조업이다. 복잡한 제품과 공정의 설계, 유지·보수를 위해 정교한 수준의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완제품의 세부 특징은 물론 공정 전반의 생산 장비 특성, 작업 현황, 온·습도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전송해 실제 제품 생산 과정을 그대로 모사하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제너럴일렉트릭(GE)은 항공기 엔진, 풍력발전기 등 중장비를 제조하기 위해 실제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디지털 트윈을 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능 실험과 문제점 진단 등을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품질 향상은 물론 공정과 사용 과정에서 축적되는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제품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 트윈의 활용으로 연구·개발, 생산, 판매 등 각 단계에서 상당한 비용 절감과 시간 단축 효과도 기대된다. 이에 따라 많은 제조 기업들은 디지털 트윈을 통해 자사의 사업 경쟁력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도시 개발과 운영 등의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도시 개발은 주택, 생활 인프라, 교통, 에너지 등 각종 분야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분야별 주요 이슈를 최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험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만일 실제 도시환경을 정교한 디지털 트윈으로 구성한다면 이러한 어려움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성하는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통신·수도·기상·인구 등 다양한 정보를 축적해 3차원 소프트웨어로 만들고 도시 상황 모니터링, 모의 시뮬레이션 등을 수행하고 있다.

홍수 피해를 자주 보는 싱가포르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해안 수위를 모니터링하고 강수량에 따른 피해 위험을 예측하고 있다. 한편 교통 상황,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등의 정보도 종합적으로 분석해 주민 생활 서비스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엔진에서 도시 개발까지’ 실용화되는 디지털 트윈 기술

◆디지털 혁신 추진의 중요한 도구로 부상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신의 바람이 거세다. 많은 기업들이 기존 비즈니스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고 생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첨단 IT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조적 역할에 머물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IT가 필수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디지털 트윈은 많은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 추진 도구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디지털 트윈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첨단 IT의 발전이 빠른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향후 디지털 트윈의 고도화에 필수적인 IT 확산이 아직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이들 기술의 발전 수준에 따라 디지털 트윈의 완성도와 파급력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 디지털 트윈의 활용 영역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 등 많은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이 활발히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환경이 복잡해지고 시장 트렌드 역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제품 설계와 생산·판매·소비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실시간 정보 교환과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빠르게 수행하는 애자일 등 새로운 경영 이론도 각광받고 있다. 이런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윈을 업무 전반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IT 자체만이 디지털 트윈 도입의 성공 요건은 아니다. 디지털 트윈의 도입과 운용을 위한 전사적 전략 수립 역시 기술 역량 못지않게 중요하다. 디지털 트윈의 성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기대 효과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실제 현장의 실행과 개선 등 일련의 단계가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한편 미래 디지털 트윈 활용이 확대된다면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 데이터 유출 등 예기하지 못한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준비도 더욱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트윈의 정확한 이해는 물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5호(2018.08.13 ~ 2018.08.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