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성과 큰 직원에게 파격적 보상 필수…‘공정’과 ‘공평’ 혼동하지 말아야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우리 회사는 200여 명이 근무하는 중소기업입니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고 장기근속자가 많아 오랫동안 가족 같은 기업 문화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회사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새로 오신 사장님이 제2의 도약을 공언하고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면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규 사업은 물론이고 기존 사업에서도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 출신의 임원과 중간 간부 그리고 경력직 사원들이 대거 입사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보상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회사는 능력이나 성과를 부분적으로 감안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공서열을 기준으로 보상해 왔습니다.

그런데 새로 입사한 임직원들은 대개 입사 전에 받던 것을 토대로 보상이 결정됩니다. 이들은 입사 이후에도 성과가 좋으면 연봉이 크게 오릅니다. 그러다 보니 직급이 높고 재직 기간이 오래된 사람보다 연봉이 훨씬 많은 임직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 같은 일을 하는 직원들 간 연봉 격차도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 직원들은 보상이 불공정하다며 불만스러워합니다. 우리 회사의 보상이 불공정해진 걸까요.
같은 일 해도 100배 연봉 격차가  당연한 까닭
A.= 회사에 같은 일을 하는 직원이 여러 명 있을 수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업무 성과가 뛰어난 직원에게 평균 수준을 훨씬 웃도는 보상을 하는 것과 모든 직원에게 같은 수준의 보상을 하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공정한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성과가 크면 연봉도 많아야 공정한 겁니다.

보상에서 공정성이란 어떤 사람이 조직에 기여한 것과 이에 대한 보상이 일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개인별로 성과에 따라 보상이 달라야 공정합니다. 보상이 얼마나 달라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평균적인 직원의 보상보다 2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50%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업의 정책이고 경영자의 경영 철학일 뿐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같은 보상을 하는 게 공정한 게 아니라 기여도에 따라 달리 보상하는 게 공정하다는 겁니다.

물론 기업 임직원들도 대부분이 이런 의견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성과를 많이 내고 조직 기여도가 높은 직원에게 보상을 많이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과 달리 기업의 상당수는 아직도 역량과 성과가 아니라 연공서열을 기준으로 보상하고 있습니다. 성과와 능력에 따라 보상에 차이를 두고 있지만 그 차이가 눈에 띌 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성과를 잘 낸 직원에 대한 보상은 기껏해야 평균적 직원에 비해 20~30% 많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능한 직원이거나 유능한 직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직원들이 자꾸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자신들이 아무리 성과를 잘 내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들을 인정해 주는 곳으로 옮겨 가는 겁니다.

더구나 이렇게 회사가 역량과 성과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입소문이 나면 우수한 인재들이 입사를 꺼리게 됩니다. 그 회사의 인사 정책이 불공정해 역량과 성과를 인정받거나 성장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글로벌 기업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에서 같은 일을 하는 직원들의 보상은 3~5배 차이가 납니다. 특수한 분야에서는 그 차이가 100배 이상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직원은 스톡옵션을 전혀 받지 못하는데 반해 어떤 직원은 역량과 성과를 인정받아 100만 달러의 스톡옵션을 받기도 하니까요.

임직원들도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낮은 직급의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탁월한 성과를 냈다면 파격적으로 보상하는 게 공정하다고 봅니다. 이들은 유능한 직원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유능한 직원은 회사가 주는 보상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탁월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예상을 뛰어넘는 보상을 해도, 유능한 직원을 파격적 조건으로 영입해도 큰 이견 없이 받아들입니다. 그들이 회사에 기여하는 몫이 평균적인 직원의 기여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가 역량과 성과에 따라 보상 수준을 달리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상의 격차를 제한하지 말고 할 수만 있다면 단계적으로 그 격차를 더 벌려 나가는 게 좋습니다.

물론 직원들은 보상의 격차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귀하가 설명한 것처럼 귀하 회사의 직원들은 오랫동안 연공서열 문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직급과 나이, 성별과 무관하게 보상 수준이 결정되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같은 일을 하는 직원들의 연봉 격차가 벌어질수록 직원들의 불만은 커집니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를 비난하면서 다른 곳으로 이직할 수도 있습니다.



◆보상 시스템은 임원 먼저 이해해야

따라서 역량과 성과에 따라 보상 수준이 달라지는 것이 공정하다는 것을 직원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직원들의 상당수는 공평과 공정을 혼동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의 정확한 뜻이 무엇이고 회사가 왜 공정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설명해 줘야 합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같은 보상을 하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공평이며 역량과 성과에 따라 보상을 달리하는 게 공정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는 겁니다.

회사의 경영자나 조직의 관리자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경영자나 관리자들은 이 같은 보상 체계를 완전히 이해하고 직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의 연봉이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는지, 왜 어떤 직원에게 파격적으로 보상하고 있는지 직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줘야 합니다.

특히 많은 연봉을 받는 직원들과 비슷한 보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이해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직원들에게는 보상이 그동안 이룬 결과에 대한 보답이지만 회사에는 보상이 직원들의 행동 지침으로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상은 직원들을 위한 회사 생활의 안내서이자 직원들에게 하는 약속입니다. 회사의 지침대로 행동해 결과를 만들어 내면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보답하겠다는 겁니다. 따라서 직원들이 어떻게 보상이 도출되고 왜 그런 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동의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관리자들이 직원들의 보상 격차가 왜 벌어지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직원들의 보상이 늘어나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직원들은 좌절하거나 분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웬만한 설명으로는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동료가 자신보다 두세 배, 어떤 경우에는 열 배 이상의 보상을 받고 있는 것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우니까요. 특히 직원들은 보상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면 업무에 몰입하기 어렵고 성과를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역량과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문제를 우려해 보상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만약 역량과 성과에 따라 보상이 크게 달라지는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관리자들부터 보상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뤄져야 합니다. 만약 관리자들의 이해와 동의가 부족하다면 보상 시스템의 변경을 좀 더 미루는 게 좋습니다.



◆삼성 신경영의 원리는 결국 ‘보상’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임원 교육으로 시작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은 삼성그룹 전체에 큰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연공서열에서 역량과 성과로 보상 기준이 바뀐 것이었습니다. 삼성그룹에는 창업 이후부터 일본식 연공서열 문화가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었습니다. 역량과 성과가 일부 반영되고 있었지만 직원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신경영이 구체화하면서 삼성그룹이 보상을 결정할 때 역량과 성과 요소의 비중이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보상 체계의 변화는 삼성이 일본식 경영에서 미국식 경영으로 전환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론 이 같은 변화 과정에서 직원들은 혼란을 느꼈고 불만도 품었습니다. 이런 혼란을 잠재운 사람은 바로 이건희 회장이었습니다. 이 회장은 직접 임원들 앞에서 변화의 필요성과 방향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가 쉬지 않고 쏟아낸 열변은 삼성그룹의 경영자들과 임원들을 움직이게 만들었고 오랫동안 삼성을 지배해 온 일본식 연공서열 문화를 몰아냈습니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려면 먼저 조직 구성원들이 유능한 인재가 갖고 있는 가치를 인정해야 합니다. 기업이 유능한 인재에게 파격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역량과 만들어 내는 성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최고의 직원과 최하의 직원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둡니다. 상위 5% 이내의 유능한 직원은 대개 회사가 주는 보상보다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냅니다. 또 하위 5% 이하 직원은 성과 개선의 기회가 많기 때문에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큰 셈이죠. 전문가들은 하위 직원의 성과 개선에 상위 직원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귀하의 회사도 역량과 성과에 따른 보상 시스템을 정착시키려면 경영진과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새로운 보상 시스템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역량과 성과에 따라 보상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우수한 인재가 들어오고 안착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직원들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상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보상을 결정하는 구체적 과정과 절차일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의견을 내고 있고 그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불공정 보상에 대한 우려는 빠르게 사라질 것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6호(2018.08.20 ~ 2018.08.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