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 등 국민 건강관리 위해 설탕세 부과…“비만은 개인 건강 넘어 사회적 손실”
‘비만과의 전쟁’ 나선 한국…  먹방 규제하고 설탕세 도입?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비만 경보’가 켜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의 고도비만 인구가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현대인의 서구화된 식습관과 고질적인 운동 부족으로 비만은 평생 관리해야 할 질병이 됐다. 여기에 비만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하고 있다. 개인의 생활 습관을 탓하기보다 생애 전반에 걸친 예방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보건복지부는 7월 24일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교육부 등 관계 부처 9곳이 합동으로 마련한 ‘국가 비만 관리 종합 대책’을 확정했다.


정부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는 비만이 개인의 건강을 해칠 뿐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2006년 4조8000억원에서 2015년 9조2000억원으로 최근 10년간 두 배 증가했다.
‘비만과의 전쟁’ 나선 한국…  먹방 규제하고 설탕세 도입?
◆단순한 개인의 습관 문제 아니다


특히 한국 남자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은 26%로 OECD 평균 25.6%보다 높다. 여기에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유병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OECD는 한국의 고도비만율이 2015년 5.3%에서 2030년 9.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는 영양이나 식생활, 신체 활동 등 분야별 정책 연계를 통해 비만 예방·관리 대책을 마련했다. 2022년 비만율 41.5%(추정치)를 2016년 수준인 34.8%로 유지하는 게 최종 목표다.


우선 영양 교육과 식품 지원 강화를 위해 영유아와 임산부에게 보충 식품을 제공하고 영양 교육을 실시하는 ‘영양 플러스 사업’을 2018년 8만4000명에서 2020년 9만4000명으로 확대한다. 또 초등돌봄놀이터 사업을 확대하고 바깥놀이 중심의 신체 활동과 바른 식생활 교육을 강화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병적 고도비만자의 의료비 부담 완화와 치료를 위해 고도비만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비만 학생은 조기에 비만 치료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학생 건강검진 항목에 고밀도·저밀도 콜레스테롤·중성지방 검사 등 ‘대사증후군 선별 검사’도 추가로 추진된다.


사실 한국의 비만율은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2015년 OECD 국가들의 평균 비만율이 53.9%인 반면 한국은 33.4%다. 고도비만율도 OECD 평균이 19.4%인 것이 비해 한국은 5.3%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비만은 현재의 수치가 아닌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비만은 발병 이전에 예방·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혼밥·혼술 문화가 유행하고 아동·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서구식 식생활이 만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현대의 비만은 사회경제적 구조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특히 저소득층 어린이들은 고도비만이 될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다. 한창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야 할 시기에 가격은 저렴하지만 열량이 높은 음식을 접하기 때문이다.
‘비만과의 전쟁’ 나선 한국…  먹방 규제하고 설탕세 도입?
◆벤쯔의 ‘먹방’, 앞으로 못 보게 될까?


이를 증명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연구팀은 서울·경기서남부 지역 소아청소년 코호트 모집단에서 대사증후군이 없던 6~15세 소아 청소년 1309명을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추적 기간 중 31.32%(410명)에 달하는 소아 청소년에서 대사증후군이 발병했다.


눈여겨볼 점은 가정의 사회 경제적 수준이 소아 청소년 비만에 미치는 영향이다. 월 평균소득이 3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 가정의 소아 청소년은 대사증후군 위험성이 25% 정도 감소했지만 500만원 이상인 가정의 소아 청소년의 대사증후군 위험성은 42%나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가정의 소아 청소년일수록 고도비만이 될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한편 정부의 이번 대책은 온라인상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논란은 ‘음주 행태 개선을 위해 음주 가이드라인, 폭식 조장 미디어(TV·인터넷·방송)·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한다’는 대목에서 시작됐다. 폭식 조장 미디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먹방’에 대한 규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먹방’은 1인 방송에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먹방 유튜버 벤쯔와 떵개떵의 구독자만 각각 270만2200명, 231만298명(8월 9일 기준)이다. 공방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먹방 규제는 국가주의의 대표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먹방 규제’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가이드라인’은 규제가 아닌 권고 수준이며 아직 도입 검토 단계라고 밝혔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은 이미 ‘비만과의 전쟁’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영국은 이른바 ‘설탕세’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 4월부터 탄산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100mL당 설탕이 5g 함유된 음료에 대해 리터당 18펜스(약 270원), 100mL당 설탕이 8g 이상 함유된 음료에는 리터당 24펜스(약 360원)의 세금을 매긴다. 영국 외에도 프랑스·멕시코·노르웨이 등이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6호(2018.08.20 ~ 2018.08.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