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KCGI 대표…사모펀드의 투자자금원 다양화돼야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강성부 KCGI 대표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로 유명세를 떨치다 2015년 경영참여형 사모투자집합기구(PEF) 업계에 뛰어들었다. LK투자파트너스에 대표로 합류해 요진건설산업과 현대시멘트·대원 등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투자해 큰 수익을 거뒀다.
지난 7월 LK파트너스에서 독립해 기업지배구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PE를 설립하고, 한국기업지배구조(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앞 글자를 따 사명을 붙였다. 지난달 새롭게 선보인 KCGI 블라인드 펀드에는 출시 1개월여 만에 14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자금이 몰리며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9월 18일 강 대표를 만났다.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투자하는 사모펀드(PEF)를 운용 중인데, 지배구조 개선에 투자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PEF는 기본적으로 어떤 요인이든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기업들을 찾아, 그 저평가 요인을 개선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 행위입니다. KCGI는 그중에서도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로 인해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대상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을 ‘북한 리스크’로 언급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업의 지배구조를 연구해 온 바로는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이슈가 가장 큰 디스카운트 요인이라고 분석합니다. 지분 20%를 가진 오너가 나머지 80%까지 좌지우지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가 될 겁니다.”
-PEF가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거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은 무엇인가요.
“3년 전 자본시장연구원과 사모투자협의회에서 국내 PEF 시장의 발전 방향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당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것이 국내 PEF 운용사들이 ‘경영참여형 사모투자집합기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실질적으로 기업 경영에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적었다는 겁니다. 주주총회에서 거수기 역할에만 그치다 보니, 기업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인수한 기업에 임원을 파견하거나 기업과 PEF 운용사 간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등 실질적으로 기업 경영에 참여하면서 경영 효율성이 높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PEF 운용사가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중요한 건 기업과 운용사가 얼마나 확고한 파트너십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가느냐 하는 겁니다.”
-기업들의 경영에 실질적인 목소리를 내며 기업 가치를 높인다면 ‘행동주의 사모펀드’와는 어떻게 구별되나요.
“사실 이름만 놓고 보자면 KCGI펀드는 지난 2006년 일명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와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장하성 펀드가 일종의 소액주주 운동 성격이 강했다면, 우리 펀드는 기업 경영에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습니다. 굳이 ‘행동주의(activist)’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관심을 갖고 주요한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한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관여(engage- ment)를 높여 나가는 것 또한 PEF의 중요한 투자 전략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국내에서는 PEF라고 하면 기업의 단물만 빼먹는 ‘먹튀’ 이미지가 강합니다.
“실제로 PEF 초창기에는 그런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는 미국도 PEF 시장이 발달하던 초창기 무렵 마찬가지로 겪었던 현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PEF의 자금 회수(엑시트)가 원활해지고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경영을 개선하는 데 ‘메기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PEF 운용사들이 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먹튀가 아니라, 기업의 ‘약한 부분’을 해결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PEF 운용사들의 역할이 점점 더 커져 갈 것입니다.”
-최근에는 정부도 규제를 완화하는 등 PEF 시장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시장이 융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조달이 수월해야 한다는 겁니다. 1600년대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가 대표적입니다. 영국의 동인도 회사와 비교해 훨씬 나중에 생겼지만 더욱 크게 융성할 수 있었던 데는, 당시 네덜란드에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설립된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전 세계의 돈이 네덜란드로 흘러들어올 수 있었던 겁니다. 국내 기업들이 더 많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자금조달의 중요성’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정부가 모험 자본의 활성화에 집중하며 PEF 시장을 육성하고자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PEF 시장이 향후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현재 국내 PEF 시장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원천이 획일화 돼 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연기금·보험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투자 성향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이들 기관투자가들은 트랙 레코드가 뒷받침되는 몇몇 대형 PEF사들로 투자 자금이 집중될 수밖에 없죠.
물론 국내 PEF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에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인해 PEF 운용사들이 기업 경영에 있어서 제 역할을 할 기회가 늘어날 거라고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PEF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작은 PEF 운용사들, 저마다 차별화된 색깔을 갖고 있는 PEF 운용사들이 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장이 됐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 투자 자금을 비롯해 PEF로 들어오는 투자 자금이 다양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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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2호(2018.10.01 ~ 2018.10.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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