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경영 복귀 후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드라이브’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지난 2월 이후 멈추다시피 했던 롯데그룹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8개월간 구속 수감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되면서부터다.

신 회장은 10월 8일 경영 복귀와 동시에 그동안 중단됐거나 보류한 국내외 투자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신 회장은 이날 주요 임원들로부터 현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어려운 환경일수록 위축되지 말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롯데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에서 모색해 달라”고 주문했다.
다시 뛰는 롯데의 ‘투자 심장’…글로벌 시장 개척 속도 낸다
◆롯데지주 중심 지배구조 개편 다시 시동

신 회장의 경영 복귀로 중단됐던 롯데지주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 회장은 롯데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공을 들여 왔다.

신 회장은 그 첫 단계로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했다. 지주사 체제를 완전히 갖추기 위해서는 편입 계열사를 확대하고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를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룹 내 핵심 사업 중 하나를 정리하는 사안인 만큼 신 회장의 복귀 후 다양한 논의와 물밑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카드 지분 93.78%, 롯데캐피탈 지분 25.64% 등을 보유 중인 롯데지주는 내년 10월까지 금융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신 회장은 우선 롯데지주의 편입 계열사 확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지주는 10월 10일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중 410만1467주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중 386만3734주 등 총 796만5201주(지분율 23.24%)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지주사 편입을 통해 그룹의 지주 체제를 더욱 안정화하는 것은 물론 유통과 식음료 업종에 편중됐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롯데지주는 또한 10월 10일 이사회에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보통주 발행 주식 총수의 10%에 달하는 1165만7000주 규모의 자기주식을 소각하고 4조5000억원 규모의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결의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는 11월 21일 열린다.

롯데지주는 이번 대규모 자기주식 소각으로 주당 순자산 가치가 개선될 뿐만 아니라 배당 가능한 재원 역시 확보하는 만큼 주주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그룹의 경영 투명성 강화 및 주주 권익 강화 방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글로벌 정·재계 관계 개선에도 주력
다시 뛰는 롯데의 ‘투자 심장’…글로벌 시장 개척 속도 낸다
그간 막혀 있던 투자와 글로벌 영토 확장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인도네시아에 추진 중인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이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 회사인 크라카타우 스틸(KS)이 소유한 타이탄 인도네시아 공장 인근 부지를 매입해 대규모 유화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2016년 신규 법인 PT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를 설립해 KS와 약 50만㎡(15만1250평)에 대한 부지 사용 권한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토지 등기 이전까지 완료했다.

롯데는 현지에 대규모 석유화학 콤플렉스를 건설해 거대 시장을 선점하고 동남아 시장 지배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예상 투자 규모는 약 4조원에 달한다.

투자 규모가 상당한 만큼 이 사업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신남방 정책’ 기조에 맞춰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아세안 국가와의 교류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실행된다면 한국·인도네시아 간 관계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그동안 해외시장 확대와 신사업 발굴 작업에 특히 집중해 왔다. 해외 진출이나 신규 사업 진출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만큼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판단이 중요하다.

신 회장은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풍부한 인수·합병(M&A)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 과정에서도 실무자들에게 여러 조언과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올 들어 베트남 제과 업체와 베트남·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미국·베트남 호텔 체인, 유럽 화학 업체 등 전 사업 부문에 걸쳐 M&A를 검토했다. 신 회장의 부재로 관련 논의를 중단했던 롯데는 그간 추진하던 사업은 물론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진출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이와 관련해 향후 5년 간 국내외 전 사업부문에 걸쳐 5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10월 23일 발표했다. 우선 첫해인 내년에는 약 12조원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국내 유화사를 인수했던 2016년 투자금액인 11조2000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유통 부문에서는 온라인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화학 부문에서는 한국 및 인도네시아, 미국에서 에틸렌 등 대규모 설비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는 또한 향후 5년간 7만 명을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2018년에는 대내외 여건이 악화돼 연말까지 1만2000명 채용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내년부터는 매년 1만4000명을 채용하는 등 국가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시 뛰는 롯데의 ‘투자 심장’…글로벌 시장 개척 속도 낸다
신 회장은 직접 뛰며 구축해 온 해외 정·재계 관계자와의 신뢰 회복 작업에도 공을 들일 전망이다. 신 회장은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각국의 사업장을 직접 챙겨 왔다. 현지 정·재계 인사와의 정보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 회장의 글로벌 인맥은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신 회장은 특히 ‘한·인도네시아 동반자 협의회’의 경제계 의장을 맡는 등 인도네시아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16년에는 방한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접견해 현지 투자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 중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진행해 온 러시아와의 관계도 우호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3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 세워진 푸시킨 동상 제막식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롯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신 회장은 2015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우호훈장을 받은 바 있다.
다시 뛰는 롯데의 ‘투자 심장’…글로벌 시장 개척 속도 낸다
신 회장은 올해 1월 프랑스에서 개최된 ‘프랑스 국제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투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또한 매년 초가 되면 일본을 방문해 투자금융회사들과의 관계망을 정비하고 새해 경영계획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가 한국의 주요 그룹 중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용 등급과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신 회장에 대한 투자사들의 신뢰가 핵심이었다”며 “시장은 신 회장의 복귀가 투자자들의 투자 및 보증 성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5호(2018.10.22 ~ 2018.10.28) 기사입니다.]